메뉴 건너뛰기

close

70m 높이 울산 현대중공업 소각장 굴뚝 꼭대기에서 고공농성중인 노동자 2명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 발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조합원 김순진(37)씨는 8일 오후 1시경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를 통해 투쟁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해 12월 24일부터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본부장(본부장 직무대행) 이영도(48)씨와 소각장 굴뚝 농성 중이며, 이날까지 보름째를 맞고 있다.

 

김씨는 이씨와 함께 감기 증세에다 발은 동상 증세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경찰은 '불법 농성'이라며 음식물 반입을 막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들이 굴뚝에 올라간 뒤부터 소각장 가동을 멈추었다. 음식물 반입이 저지되자 지난 4일 울산지역 노동계는 행글라이더를 이용해 침낭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이들은 ▲ 이홍우 조합원 투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산재 인정 ▲ 현장탄압·산재은폐 등 노동탄압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 ▲ 징계 철회 ▲ 용인기업 해고자의 정규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홍우 조합원은 지난 해 11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투신해 현재 울산대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비롯한 노동계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직접 나서서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김순진씨와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지금 그곳 상황은 어떤가?

"지난 일요일 동지들이 행글라이더를 띄워 침낭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보내준 뒤 조금은 나아졌다. 이전에는 음식물 공급이 차단되다 보니 물 이외에는 먹을거리를 올려주지 않았다."

 

- 건강이 제일 걱정인데, 어떤가?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기운이 없다. 두 사람 다 기침도 많이 하면서 감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손과 발이 동상에 걸린 것 같다. 특히 발이 더 심한데, 며칠 전에는 간지럽더니 지금은 부닥치면 아프다."

 

-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은데?

"바람이 많이 분다. 땅 위와 차이가 많이 난다. 울산은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데 이곳은 더 심하다. 지상과 몇 도씩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추위가 고통스럽다. 허기가 지니까 그 고통이 더 심하다. 안 겪어 보면 모를 것이다. 정말 힘들다."

 

- 무섭지 않나?

"열흘 동안은 침낭이 올라오지 않아 더 추웠는데, 밤에는 잠도 못 잤다. 무섭기도 해서 그렇다. 서로 몸을 주물러 주면서 버텼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에 하고 싶은 말은?

"현대미포조선의 현장에서는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조차 탄압받고 있다. 용인기업 해고사태도 그렇고, 이홍우 조합원이 오죽했으면 투신까지 했겠나. 현장에서는 일반적인 노동운동조차 축소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갈 곳이 없어 굴뚝에 올라온 것이다. 어느 회사든지 간에 노동조합 활동 이유만으로 노동자한테 불이익을 주는 형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는?

"정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잔혹한 것 같다. 우리가 고공농성에 들어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추위를 버티고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는 해주어야 한다. 그것조차 안 되는 것은 자본의 힘인 것 같다."

 

- 경찰이나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은 노동자들의 소박한 농성장도 짓밟았다. 공권력의 힘이 세다는 것을 느끼지만, 심하다. 경찰은 먹을거리조차 올려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약자도 위하는 공권력이 되어야 한다."

 

- 만약 경찰에서 강제진압에 나선다면?

"자진해서 내려갈 생각은 없다. 요구안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이번 현대미포조선의 노-사 갈등 사태는 6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현대미포조선 사내도급업체인 용인기업이 2003년 1월 폐업했고, 다음 달 용인기업 노동자 30여명은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직업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에서는 모두 원고 패소했지만, 대법원은 2008년 7월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이런 속에 현대미포조선은 파기환송심의 확정까지 고용을 거부했으며, 이홍우씨가 지난해 11월 14일 현대미포조선 현장사무실 4층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투신했다.

 

[최근 주요기사]
☞ '싱글벙글' 건설인들 "요샌 삽질 안해, 중장비는 고급 일자리"
☞ "박성수 이랜드 회장님, 올핸 몇이나 자를 건가요?"
☞ 방송작가가 본 '패밀리가 떴다' 대본공개 논란
☞ 엄마는 고스톱쳐서 돈 버는 줄 아니?
☞ "지가 총 맞아 봤어? 정말 웃겨"
☞ [블로그] 스티븐 호킹과 '사디스트' 편집자 피터 구자디
☞ [엄지뉴스] 집나간 냉장고, 찾아가세요


태그:#현대미포조선, #정몽준,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