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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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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이 돌아왔다. 90년대의 회색 빛 감성코드인 그가 돌아 온 것이다. 이현우, 김현철, 윤종신과 함께 노총각 4인방으로 불리던 그가 결혼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난 지 6년 만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LP판을 산 것은 김범수의 목소리를 반에 반으로 나눈 듯 들리는 얇고 고운 윤상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한 가닥의 머리를 이마 위로 흘려 내린 그때의 모습은 한편의 순정만화 속 주인공과도 같았고 고음으로 치달을수록 힘들고 지치게 느껴졌던 그의 목소리는 그럼에도 내겐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가수 메이비도 자신이 진행하는 에프엠을 통해서 그를 좋아한다고 했고 뒤늦게 이례 없는 100분 동안의 녹화사실이 알려진 <이하나의 페파민트>의 이하나도 그의 오래 된 팬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를 존경한다는, 그와 같은 음악을 추구한다는 젊은 가수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본다면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때 나도 그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거금 8만 원을 질렀었다. 그의 음악은 내 인생의 백그라운드 뮤직이다. 나 역시 아주 오래 된 윤상의 팬이다.

그의 팬이던 수많은 여자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하나 둘 낳아 적당히 살이 오른 주부의 모습이 된 후에 그가 돌아 온 것이다. 그도 다섯 살 아이의 아빠가 되어 양 손에 하나씩 다른 포장의 음악을 들고 말이다.

색다른 포장, 색다른 목소리의 앨범 <송북>

<송북>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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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김현식이 부른 <여름밤의 꿈>의 작곡가로 먼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는 '이별의 그늘'이란 어두운 멜로디의 음악으로 노래를 선보였다. 10년 동안의 활동을 접고 음악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나 버클리 음악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뉴욕 대학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달 <송북:Song book>이란 색다른 앨범을 선보였다.

윤상의 새로운 멜로디를 그리던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윤상의 목소리도 새로운 곡도 없이 기존 곡들을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들로 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상스러운' 편곡으로 조금 더 다채롭고 풍성한 느낌인 이번 앨범을 들어 본다면 그를 그리던 사람들의 잔치를 벌인 것과 같이 흥미롭게 들릴 것이다.

<한걸음 더>를 부른 스윗 소로우의 목소리엔 더 힘이 있고 사비적인 느낌이 강했으며 더블유 앤 웨일(W&Whale)이 부른 <소리>는 사운드 자체가 달라져 기존의 곡과 많은 대비가 이루어 진다.

유희열, 윤건, 정재일, 조원선, 하임, 노영심처럼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는 여러 뮤지션들과 엄정화 소녀시대 등 대중적인 가수 그리고 배우 이선균까지 이번 앨범에 함께한 이들은 한쪽에 편중되지 않은 다양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추구하는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그룹 모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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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음악대학 재학시절 만났던 수퍼드라이브(Superdrive) 카입(Kayip) 등 외국 뮤지션과 함께 결성한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 그룹인 모텟(mo:tet)의 음악은 윤상이 추구하던 음악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 달 쇼케이스를 마친 모텟은 일렉트로닉이라는 프로그래시브한 음악을 선보이지만 사실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렉트로닉 유닛인 이들의 음악은 전자음악에 컴퓨터를 가미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흡사 다른 행성과 교신을 하게 된다면 들릴 법한 모스부호와 같이 신비롭고 다소 차가우며 미래지향적인 감각이다. 물론 순수한 아마추어인 나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는 말이다.

음악 공부를 한 6년 동안의 유학 생활과 20년 동안의 음악 활동으로 이제는 대중적인 것과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분리하는 방법을 아는 것만 같은 그가 일반 대중과 그리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에게 어필하는 두 가지 음악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돌아 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윤상의 새로운 음반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내년 2월에 출시 될 6집 앨범을 기대해 보면 좋을 것이고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1월 10일 단독 콘서트를 열 경희대 평화의 전당으로 가면 될 것이다.

그의 등장으로 음반시장의 활기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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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곡이 넘는 곡을 수개월 동안 준비해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 가수는 드물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 곡만을 모바일로 사서 엠피로 듣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시장은 불황이며 이제  레코드 점이나 시디를 살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연말이면 캐럴 음반을 발표해 음반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던 시절도 이제는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공부하고 배우며 자신이 추구한 것을 다시 음악으로 선보이는 윤상은 그의 음악을 기다린 보이지 않은 팬들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기업에서 발굴한 인재를 어릴 때부터 데려다 훈련을 시켜 하나의 거대한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트렌드인 지금. 윤상과 같이 공부하는 아티스트의 등장은 오래 된 침묵의 음반 시장에 또다른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멜로디를 들으며 난 여고시절을 보냈고 연애를 시작했으며 이제는 결혼을 해서 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제는 그도 다섯살 아이의 아빠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의 새로운 시작이 빛나는 것은 그도 나와 같이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는 유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몫을 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조용한 움직임으로 조금씩 천천히 변하게 될 2009년의 가요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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