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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의 시대 '는 무거운 제목만큼이나 무거운 내용이었습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면, 혹은 리뷰란 것을 쓰지 않았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일 것도 같습니다.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책은 그에 대한 잔인한 답을 제시합니다. 때로는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가난한 그들(내가 아닌 그들)이 불쌍하고 눈물겹지만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겁한 안도감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사실 제가 궁금한 것은 누가 '세계'를 가난하게 만드느냐에 대한 답이 아니라, 누가 '나'를 더  가난하게 만드나에 대한 대답, 혹은 세계의 부를 재편성하고 이기적일 만큼 그들의 부만을 확대하는 그들의 노하우에 대한 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계의 98%를 이용하면서 신의 영역에서 살고있다는 2%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혹시 나도 2%의 그들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는 98%의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는지를 알려서 98%를 무장시키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였을 텐데 말이죠.

 

작가는 말합니다.

"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환부는 이제 곪을 대로 곪았으므로 더 이상 나빠지려고 해야 나빠질 것도 없다. 모든 것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것만이 환부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멋집니다. 전복이라는 단어에서는 놀랍고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장이 된다고하지만, 그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난 지성인이 아니야. 라고 스스로 동의한 나는 그저 비겁하게 이 책을 읽고 크게 느끼고 변화하여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난 영웅이 아닌 게 확실하니 영웅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과연 영웅이 나타나서 앞장섰을 때 나는 그에게 힘을 보태줄 수 있을까란 데에 생각이 미치자 답답하고 짜증스런 마음이 밀려옵니다.

 

지은이 장 지글러는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과, IMF, WTO 등 시장원리주의원리에 대한 비판과 자본 축적을 위해 부패한 권력층의 실체를 고발하고 연대를 촉구합니다. 세계화를 맹신하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기구들,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희귀재와 자원을 이용해 전쟁과 폭력의 조직을 일삼는 사례들을 무수한 사례와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이용해 제시합니다. 유명무실해지는 국제법, 전세계적인 기아와 난민들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로르지 못하는 구조적인 현실의 모순, 프랑스 혁명에서 보는 연대의 사례들.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진 한 명의 지식인일 뿐이라는 장 지글러의 글은 무거운 주제에도 잘 읽히고 쉽게 이해되나 '나에게 뭘 요구하는 걸까?'에 대한 부감감때문에 즐겁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커피의 가사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문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하고 찢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같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땃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가져다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은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탐욕의 시대'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 문득 지성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떠오른 장기하의 음악.그래서 내가 우연히 알게 된 장기하의 음악이 좋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왜 장기하의 음악을 좋다고 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1982년생의 젊은 음악가, 대한민국 최고의 학벌,'싸구려 커피'라는 곡으로 알려진 그, 내 막내동생보다 어린 그가 룸펜의 실체를 알리없을 텐데. 그는 음악으로 룸펜의 실체를 읇조립니다. 한국형 포크락이니 뭐니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게 그의 음악은 행동하지 못하는 비겁한 지식인, 룸펜의 또다른 이름이고 환영입니다. 그런데, 지금이 일제시대도 아닐진데, 왜 그가 나타난 걸까요? 왜 그의 음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저리 많은 걸까요? 그 사실이 문든 슬퍼집니다. 장기하는 현대 지성인의 리얼현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부모의 세대의 너무나 큰 기대를 양분으로 지성인으로 자라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든 그들에게 놀아나고 이용당한 멍청한 세대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장기하와 같은 젊은 세대에게 그 바통을 넘겼으며  전세계적인 문제가 아닌 나와 내 가족의 문제를 고민하는 생활만으로도 힘에 겹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바통을 받은 그들도 과거의 우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아니 더 냉소적이죠.  기아와 난민으로 헐떡이는 전세계적 문제를 고민할 여력이 없는 지성인들, 방바닥에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잡아대고 싸구려 커피한잔에 위안을 얻으려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않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 지금 평범한 우리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또 뭔가 행동할 수도 없고, 행동하지도 않아서 더 똑같은 냉소적인 그들입니다.  그렇게 우리와 너무 닮은 그들을 우리는 비판할 수도 없고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환호할 뿐이죠. 우리가, 혹은 내가 그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비겁한 안도감일까요? 거봐라 우리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는데 사회는 변하지 않아. 더 똑똑한 너희들도 이제 느꼈지?하는 ..

 

이 책은 인터넷 도서사이트 알라딘의 편집장의 선택 코너(http://blog.aladdin.co.kr/thisweek/2472196?start=we)에도 선택되어 있습니다. 그곳에는

A. 현재의 농업 생산력으로는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지구의 인구는 62억명이다. B. 약 8억5천4백만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5초마다 1명씩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발표 통계 기준) 라는 통계로 화두를 던지고 이 책을 소개하며,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하며, "지식인의 의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여 민중을 무장시키는" 것이라고 책소개를 마치고  있습니다.

 

정말일까요? 그런데 내 지성은 쉬고 있나요? 가난한 세상의 사람들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상처받지 않으려 하는 나는 정말 괞찮은가요? 그저 나는 내가 저 지구 반대쪽의 그들, 하루의 끼니가 없어서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견디는 그들보다는 안락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하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정상인가요?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그들이 천문학적인 부를 축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웅이 되는 이 팍팍한 현실에서 과연 가난을 확대재생산 하는 자들에게 분노할 수 있을까요? 난 지식인이 아니니까 현실을 증언할 필요도 민중을 무장시킬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기대되는 청년들이 싸구려 커피한잔에 냉소적 웃음을 남기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우리를 비밀리에 무장시키고 있는 걸까요?

 

경제논리좀 배워서 2009년에는 부자되려고 의욕적으로 신청한 책 한 권에 질문만 무수히 남기게 됩니다. ㅠ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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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탐욕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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