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찜질방에서 새벽 5시에 잠을 깼다. 샤워하고 이른 아침 일찍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새벽공기는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공기다. 일찍 길을 나서면서 차에서 밥을 지어 먹고 출발하려 했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춥다. 어느 정도 햇살이 퍼지고 난 뒤에야 좋을 듯 했다. 차에 타자마자 바로 출발한다.

 

청송으로 가는 길, 여행길은 그 여정도 즐겁다

 

이젠, 태백시를 벗어나 청송으로 간다. 사과도 얼어붙고 수저, 삶은 계란, 바나나, 물통에 담긴 물 등 꽁꽁 얼어붙게 하던 산골짜기 중의 산골짜기 태백을 두고 떠난다. 아직 어둠에 싸인 이른 새벽의 태백은 차가운 바람만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고 마을은 고요하게 어둠 속에 엎드려 있다. 왕피천을 지나 불영계곡을 거쳐 울진, 울진 망양휴게소를 지난다.

 

망양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바다를 본다. 내륙지방을 계속 달리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바다는 뜻밖의 기쁨을 선사한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하다. 높은 파도가 어깨를 두르고 해안으로 밀려와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스러진다. 다시 출발, 9시 50분이다. 눈 덮인 태백, 윗 지방을 벗어나니 눈 쌓인 곳이 없고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다.

 

영덕을 지나 안동 쪽으로 가고 있다. 안동 가기 전에 청송이 있다. 여행은 목적지에 닿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는 여정 또한 즐겁다. 산과 산들이 마주 보이고 넓은 평야와 산골짜기, 계곡 등을 스쳐지나간다. 골자기마다 사람 사는 마을이 나타나고 길에서 길로 이어지고 있다. 깊은 산골짜기 마을엔 사과밭이 지천이다. 급커브길 꼬불꼬불 이어지더니 청송군(12:10)표시판이 보인다. 청송군의 시작이다.

 

멀기도 하여라.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없었던 눈, 청송에 들어서자 곳곳에 눈이 덮여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추운 지방이다. 청송 외곽지역을 지난다. 이곳 역시 산골짜기 중에 산골짜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길에서 길로 이어지고 드넓은 밭, 멀리 혹은 가까이 산들이 에워싸듯 펼쳐있다. 가운데로 흐르는 넓은 시냇물은 얼어붙어 있다.

 

우리나라 3대 악산 중의 하나, 주왕산을 만나다

 

청송읍에 들어선다. 12시 35분이다. 주왕산 가는 길로 접어든다. 주왕산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12:55)도착, 주차료가 2,000원이다. 차를 주차하고 음식점과 기념품 판매점들이 즐비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제법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보인다. 주차장 근처엔 공사로 포크레인 기계음이 주변을 산만하게 한다. 주왕산으로 들어서는 상점과 기념품판매점들을 지나 대전사 앞에서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주왕산 정상 가는 길과 폭포 가는 갈림길 앞에 선다. 1시 30분, 사람들은 거의 폭포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 우린 일단 주왕산 정상가지 가서 정상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올 생각이다. 빙판 길을 더듬더듬 걸어 가다가 등산로 오르막길에 들어선다. 눈이 온 뒤 녹지 않아 잔설이 남아 있고 등산로 곳곳이 얼어붙어 있는가 하면 눈 쌓인 길이다. 제법 바람이 차다.

 

한참을 걸어 올라간다. 주왕산 등산로는 전체적으로 좁은 오솔길에 비탈진 길이다. 전망대(2:15)에 도착, 툭 트인 전망이 드러난다. 내내 전망이 보이지 않았는데 벼랑 위에 만든 전망대에 서니 저기 앞에 혈암, 장군봉,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등이 차례로 펼쳐져 잇다. 비로소 주왕산의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기묘묘한 암봉들, 주왕산은 유달리 푸른 소나무들이 많다.

 

푸른 상록수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 청송들은 흰 눈을 이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산 중의 하나로 꼽는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다라 눈 덮인 산을 오른다. 2시 30분, 능선길 시작이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800미터 남아 있다. 능선 길엔 바람이 더 가깝다. 능선길 따라 걷다가 다시 조망바위를 만난다.

 

여기서 마주오던 등산객들을 만나고 저쪽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암봉들의 위용을 다시 실감하는 순간이다. 먼 산들까지 도렷이 보이는 파란 하늘, 힘찬 산 능선들이 굽이굽이 힘차게 뻗어있다. 주왕산 정상까지 가는 능선 길은 좁고 위태롭고 비탈진 길이다. 비좁은 등산로 양 옆은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이다. 조망은 탁월하다.

 

 

그늘진 숲, 솔잎에 얹힌 잔설들, 힘차게 위아래로 뻗어 내린 산...주왕산 정상(해발720미터)에 도착, 3시5분이다. 주왕산 정상 주변은 나무들로 싸여 있어 조망이 잘 안된다. 정상 가까이 올라올 때 뒤 따라오던 청년이 땀을 흘리며 도착한다. 이 추운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고 등산화도 아이젠도 없이 운동화 달랑 신고 올라왔다. 보기에도 딱하다.

 

청년은 우리에게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지 묻고는 "눈이 와서 얼어붙은 줄도 모르고 산에 올라왔는데 어휴 힘드네요"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 길도 많이 미끄러울 텐데요."

"예, 젊잖아요. 차도 안 가지고 와서 버스시간 맞추려면 빨리 가야해요. 먼저 내려갑니다"하며 달려간다. 우리도 뒤따라 하산한다. 많이 급했던 모양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계곡 길

 

 

높은 산에 저녁 그늘이 어느새 비쳐들고 갈 길도 멀어 빠른 걸음으로 비탈길을 가는데도 청년은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면서 위태로운 길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청년은 잘 내려갔는지 걱정을 한다. 장갑도 없이 시린 손으로 나뭇가지나 밧줄을 잡고 얼어붙은 가파른 하산 길을 어떻게 걸어갔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눈이 많이 쌓인 급하고 좁은 비탈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간다.

 

한참을 이 비탈길을 내려가 폭포갈림길(3:25)을 만난다. 여전히 좁고 가파른 길이다. 어느새 해는 마주 보이는 저 산꼭대기에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급한 내리막길을 한참 걸어간다. 계곡 길엔 아무도 없다. 우리 두 사람만이 뽀드득 뽀드득 소리 내며 가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눈 밟는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3시 55분, 후리메기 삼거리다. 이젠 사람들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계곡과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언덕길을 따라 걷다가 주왕산, 제2폭포 갈림길에 선다. 후리메기 입구(4:15)다. 대전사 3.1킬로미터, 제3폭포까지는 0.3킬로미터 남았지만 해가지고 갈 길이 멀어서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간다. 폭포가 보인다. 제1폭포다. 깊고 맑은 옥빛 물웅덩이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폭포를 둘러싼 기기묘묘한 높은 암봉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다. 장관이다.

 

끊임없이 계곡 물은 이 폭포로 떨어져 내려 큰 물웅덩이를 이루어 짙은 옥빛을 풀어놓고, 거기서 또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여름조차도 서늘할 듯 하다. 주왕산 폭포는 제1폭포에서 제3폭포까지 있다. 선녀폭포라 불린다는 주왕산 폭포는 회색의 기암괴석의 바위 틈 사이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와 그 아래로 고인 옥빛 물웅덩이가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폭포 아래 학소대(4:40)는 바위 꼭대기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크고 넓고 높고 높이 치솟은 거대한 암봉이다. 학소대 아래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높은 바위가 즐비한 이곳 주왕산 계곡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뭇 발걸음을 이끌 듯 하다. 주왕산 계곡 길은 길고도 길다. 한참동안을 계곡을 끼고 넓고 호젓한 길을 따라 내려간다. 길은 빙판이라 몇 번이고 넘어질 뻔하면서 조심스럽게 걷는다.

 

산행을 중점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계곡을 따라 걸어올라 제1폭포에서부터 제3폭포까지 올라가는 길까지만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5시 10분, 주왕산 제1폭포. 제3폭포 갈림길에 선다. 5시 15분, 출발지점에 도착한다.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둠이 내리고 있다.

 

청송 주왕산

( 1 / 20 )

ⓒ 이명화

 

산행수첩

1.일시:008년 12월 27일(토). 맑음

2.산행기점: 상의주차장

3.산행시간:4시간 05분

4.진행: 상의주차장(1:10)-대전사(1:25)-폭포.주왕산 갈림길(1:30)-전망데크(2:15)-능선(2:30-암봉(2:45)-주왕산정상(720미터, 3:05)-후리메기삼거리(3:55)-후리메기 입구(4:15)-제1폭포(4:30)-학소대쉼터(4:40)-대전사(5:15)

 

특징

①주왕산 산행: 아이젠 필수

②주왕산 정상:표시석 있음,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없음

③대전사-후리메기 입구(폭포길):넓은 산책로, 기암괴석 많음, 계곡길

④상의주차장 옆 상의 야영장 있음

⑤주차료2,000원, 문화재관람료2,000원


태그:#주왕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