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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 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사회적 갈등을 무릅쓰고 한반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촛불 탄압, 언론 장악, 좌파 적출, 우파교과서 만들기 등. 이 때문에 독재로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오마이뉴스>는 그 전장을 진두지휘한 'MB의 남자들'을 집중 조명해봤다.  <편집자말>

정상에 있는 최고 권력자에게 가장 많이 드는 인간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한국의 조직문화나 권력문화는 리더에게 감정의 호불호를 드러내는 것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남자는 눈물을 참아야 하고, 아버지는 언제나 근엄해야 한다. 성장한 아들이 어느 순간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처진 어깨를 확인하는 순간 정도가 대한민국 부자지간에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감정의 소통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도 이럴진대 권력을 쥔 남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에게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따라서 위치상 타인과 감정 소통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최고 권력자는 근본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자리이다.

 

촛불집회가 한참이던 올 6월,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에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고 하였다. 그런데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바라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타오른 촛불을 청와대 뒷산에서 바라봤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표절 여부의 진실은 이명박 대통령만이 알고 있겠지만, 대통령이란 자리와 청와대의 구조를 보건대 장소와 최고 권력자의 위치가 가져온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이런 외로운 대통령의 업무를 대행하는 자리가 장관직이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의 호남 지역 편중을 비판하였고 노무현 정부의 코드 인사를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S라인'과 '강부자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정실인사와 코드인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다.

 

 

외로운 대통령의 충실한 대리자, '소영S라인' 강만수

 

강만수 장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만을 제외(?)하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좋아할 1차적 조건을 두루 갖춘 사람이다. 소망교회를 다니고 있고, 영남인 경남 합천이 고향이다. 여기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고'만 빠지고 '소영S라인'을 완벽히 충족시켜주는 이력이다.

 

그는 무엇보다 '강부자'이다. 20억 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한 아파트를 자택으로 갖고 있다. '10년 동안 야인으로 있으면서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만 냈다'는 불만이 강만수 어록에 올라 있다. "중산층, 서민에게는 대못을 박으면 안 되고 고소득층에는 대못을 박는 상황은 괜찮은 것이냐"는 기상천외한 어록의 주인공도 강만수 장관이다. 국민 80%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하여 "1%가 내는 세금을 왜 국민 80%에 묻느냐"고 되물었다고 하는 것도 시중에 회자되는 강만수 어록 중 하나이다.

 

강만수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야인시절을 함께했다. 소망교회에서 새벽기도를 같이 드렸고, 테니스를 친 뒤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리만 브라더스'의 인연은 이토록 오래고 질긴 연원이 있다. 신앙이 같고, 사는 곳이 같고, 생각이 같고, 처지가 같았던 이들은 그렇게 인연을 시작하였다.

 

외로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만수 장관은 분신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에게 그 누가 충성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나 주위에 가득한 충신들 틈에서도 옥석이 보일 수밖에 없다. 외로운 대통령에게는 마음속까지 자기를 좋아하는 진정한 충신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 1급 공무원들에게 대거 사표를 받아내고 이어서 각 부처들의 고위공무원들을 물갈이하는 정권의 의도도 여기에 있다.

 

영혼이 없다는 비아냥을 받아가며 고위 공무원들은 충성을 다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문제없다며 검정해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강제 수정을 지시했다. 그렇게 영혼을 팔아가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애썼건만 이제 남은 것은 사표 뒤에 남는 허망함뿐이다. 최고 권력자에게 영혼 없는 충성은 외로움을 더하게 할 뿐이다.

 

강만수 장관은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난 7월에 단행된 개각에서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경질하여 대리경질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강만수 장관을 보호하였다. 1년 동안 그가 벌인 '오럴 해저드'와 정책 실패 등을 모두 합한다면 어지간한 장관은 목이 열 개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만수 장관은 자르기엔 너무나 코드가 일치하는 충신이었다.

 

'리만 브라더스'의 찰떡궁합

 

'오럴 해저드'라 불리는 강만수 어록을 살펴보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총애 받는 강만수 장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집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린벨트가 아름다운 숲이겠지만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린벨트가 분노의 숲"

"후손을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지금 당장 집이 없는 서민이 있다. 후손 일은 후손들이 걱정해야 할 일"

 

그린벨트라도 풀어서 개발을 해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두고두고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강을 막고 있는 산맥들을 뚫어서라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MB식 사고로는 하등의 문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2% 정도로 많은 기관에서 예상합니다만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서 1%포인트 정도는 더 보탤 수 있다는 그런 정부의 어떤 노력지수, 또는 목표지수가 포함이 되어 있다."

 

강만수 장관의 근거 없는 낙관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경제를 공부하는 주류 경제학원론 교과서 어디를 살펴봐도 정부의 노력지수가 성장률에 반영된다는 이론을 본 적이 없다. 주가 3000을 언급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번 감세가 부자들한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 비판하는데 정부로서는 모든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가 쥐 생각한다는 속담이 생각나게 하는 발언이다. 경쟁을 증대하여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수장답다.

 

이만하면 강만수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부엌살림을 맡겨도 내 맘에 쏙 들기가 어렵다. 도우미를 고용해도 일하는 것이 모두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그만 일에도 이런데 나라 경영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강만수 장관의 행동과 말은 국민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있어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일이 없다. 거침없는 발언에, 주위의 반대는 생각하지 않고 추진하는 돌파력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의 명운이 달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것이다.

 

대운하를 두고 국민과 정권이 벌이는 고도의 심리 게임에서 강만수 장관은 여지없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다음은 어느 케이블 TV에서 한 발언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검토가 있었으면 좋겠고, 이것을 국민들이 한 번 더 들어보고 판단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생각한다."

 

다 죽어가던 대운하를 국민들의 기억 속에 다시 각인시킨 지난 7월의 발언이다. 그리고 4대강 예산을 통해 대운하는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처지에서는 은근한 되치기까지 해주는 강만수 장관이 어찌 예쁘지 않을 것인가? 이 발언 이후 대운하 관련주가 폭등을 하는 등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깊어가는 MB의 고민, '우리 만수' 버려야 하나?

 

지지율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 이명박에게 강만수는 버리기 어려운 패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청계천 복원이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을 있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공약을 온전히 이루고 싶어 할 것이다. 국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영광만이 있을 것이란 자기 확신이 존재할 것이다. 그 핵심에 강만수가 있는 이상, 그보다 더한 영혼까지 자신을 닮은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강만수 장관을 경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이 대선 승리 1주년이었건만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평가이다. 초기의 다짐과 결의는 간데없고 벌써부터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때 이른 레임덕을 걱정하고 있다.

 

2009년에는 정권 초보다 더 강한 MB식 개혁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잃어버린 10년' 이전의 강만수 장관이 공직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룩한 고도성장을 꿈꾸겠지만, 돌아가는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출신성분과 코드가 같은 강만수를 통해 보수 세력의 꿈을 이루고 싶겠지만, 747에서 3%로 졸아든 정권의 경제성장률 목표처럼 그 꿈은 신기루가 될 공산이 크다.

 

중산층과 서민은 어려워지고, 상위 1%를 위한 정책은 계속되고… …. 부자를 위한 정책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누군가는 하류층이 될 수밖에 없는 경쟁구조의 확산을 통해 모든 이를 부자 만들겠다는 신기루.

 

정권은 시작과 함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촛불과도 같은 것이다. 초의 촛농이 줄어들수록 최고 권력자의 외로움은 심해갈 것이고 권력의 목표가 멀어갈수록 그 목표에 대한 집착은 늘어만 간다.

 

불도저와 외로움은 강만수를 붙들고 싶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은 경제수장에 대한 신뢰를 버린 지 오래이다. 또한 그 신뢰 상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와도 관련이 있다.

 

오락가락하는 경제전망만큼 강만수 장관의 경질 역시 오락가락하고 있다. 친MB신문인 <동아일보>의 강만수 장관 경질설 보도에 이은 청와대의 부인이 이런 혼란상을 방증하고 있다.

 

비록 MB 스타일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강만수 장관을 돌격대장으로 해서 정권의 명운이 달린 2009년을 달려갈 것인가?

 

2009년 세밑에 이명박 대통령의 외로움과 고민은 더욱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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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만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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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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