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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11월 중순경 일찍 김장을 끝냈습니다. 사실 매해 가을걷이를 모두 끝낸 이맘때 김장을 해서 그리 빠른 편은 아닙니다. 다른 집들과 비교해 이른 편이라는 말입니다.

 

작년보다 포기수가 줄었지만 역시 김장은 손이 많이 가고 힘도 듭니다. 하지만 김장통 가득 김치를 채우고, 그동안 다달이 드린 상품권으로 어머니가 새로 사온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니 겨울 먹을거리 걱정은 싹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도 한해 농사지으라 살림하느라 고생한 것을 김장으로 마무리짓고, 농한기인 겨우내 동안 여유롭게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대지에 새 생명이 움트고 농부들이 땅을 일구기 시작하는 따듯한 봄이 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 사이 김치냉장고 안의 김장김치는 천천히 익어가고, 다음해 김장 전까지 밥상의 한 가운데를 떡하니 자리잡습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겨울이 겨울같지 않을만큼 춥지 않아 김치가 너무 빨리 익어, 예전처럼 옥상 장독에 김치를 보관할 수 없어 김치냉장고를 장만했는데 걱정 아닌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김장냉장고에 보관 중인 김치가 생각보다 제대로 익지 않아 제맛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은 좋은데 냉장보관이라서 그렇겠지만 시큼한 김치의 감칠맛이 나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김치가 아직 덜 익어서 맛이 없구나!" 하시면서 김치를 썰어 둥근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내십니다. 약한 가스불에 '잘잘잘' 거리며 김칫국물과 기름이 뒤섞여 설익는 김장김치는 익어가며, 성탄절 아침 그 특유의 냄새와 맛을 집안 가득 풍겨냅니다.

 

그 거부할 수 없는 김치볶음 냄새에 이끌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발에 밥을 한 가득퍼서는 볶음김치를 푹 퍼서 담아 먹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한게 없는 우리집은 그렇게 김치볶음이란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 먹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장김치, #김치볶음,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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