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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 눈꽃이 내린 것만 같다. 한 연인이 소원지를 써붙이고 은하수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차밭에 눈꽃이 내린 것만 같다. 한 연인이 소원지를 써붙이고 은하수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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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땅 보성을 떠올리면 차밭이 먼저 떠오른다. 이 차밭으로의 여행은 봄과 여름이 제격이다. 그런데 이 차밭이 겨울에도 좋은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차밭에 불을 밝힌 대형트리 덕분이다. 차밭 트리는 지난 19일부터 불을 밝히고 있다.

차밭트리는 보성읍에서 율포방면, 봇재다원과 다향각 전망대를 중심으로 설치돼 있다. 봇재다원에는 높이 120m, 폭 160m 규모의 대형트리가, 다향각 밑 차밭과 주변 도로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50여만 개가 형형색색으로 불을 밝혀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차밭 사이로 눈꽃이 내리는 듯한 은하수터널 산책로가 나 있다.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가족간 애정도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의 포토존, 차밭 빛의 거리 등이 있어 낭만적이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가면 더 좋다.

보성차밭에 대형트리가 처음 설치된 건 지난 1999년 12월1일. 밀레니엄 트리라고 처음 설치했다가 이듬해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리라고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곳 트리는 새해 2월15일까지, 밤에만 불을 밝힌다.

보성차밭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대형트리. 높이가 120m, 폭이 160m에 이른다.
 보성차밭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대형트리. 높이가 120m, 폭이 160m에 이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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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으로 불을 밝힌 차밭을 찾은 관광객이 은하수터널 입구에 소원지를 써서 붙이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불을 밝힌 차밭을 찾은 관광객이 은하수터널 입구에 소원지를 써서 붙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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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 트리를 보러가는 길에 시간이 된다면 벌교 일대를 돌아보는 게 좋겠다.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다.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있었던 1948년 늦가을부터 벌교 포구를 배경으로 빨치산 토벌작전이 끝나가던 1953년까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픈 과거를 반추한 작품이다.

<태백산맥>은 분단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두 10권으로 발간돼 지금까지 7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지난 11월 21일엔 태백산맥문학관도 문을 열었다. 문학관은 소설의 첫 장면으로 정화섭이 무당 소화를 만나기 위해 길을 가던 그 지점, 제석산 끝자락에 세워졌다. 소설 속 현부자네집 바로 앞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 1만6500장을 포함해 모두 144건, 623점이 전시돼 있다. 원고지를 높게 쌓아 올려놨는데, 높이가 성인 키 만큼이나 된다. 국내에서 가장 큰 문학작품 전시관이다. 북향의 건물은 통일 염원의 뜻을 담고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태백산맥의 탄생 과정과 소설 출간 이후 상황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태백산맥 취재자료가 눈에 띄는데, 작가가 직접 그린 벌교읍내와 지리산 약도, 꼼꼼하게 적은 취재 수첩과 메모, 역사적 사실 확인을 위해 복사해 둔 신문자료 등이 있다. 태백산맥 집필 당시 작가가 직접 썼던 만년필도 있다. 제2전시실에선 작가의 구성노트와 집필과정 누계표 그리고 우익단체의 협박에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유서도 있다.

분단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소설 《태백산맥》은 모두 10권으로 발간됐다.
 분단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소설 《태백산맥》은 모두 10권으로 발간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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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와 취재수첩 등 모두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작품전시관이다.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와 취재수첩 등 모두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작품전시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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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가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만큼 소설속 배경도 산재해 있다. 문학관 바로 옆에 소설의 주무대가 되는 현부자네집이 있다. 밀물 때 올라온 바닷물이 피바다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소화다리(부용교), 소설에서 염상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부각시켜주는 철다리, 무지개형의 돌다리인 횡갯다리(홍교)도 있다.

고택 김범우집과 중도방죽, 남도여관, 소화의집, 회정리교회, 벌교역, 금융조합 등도 있다. 소설의 무대를 찾아가 작품의 배경을 더듬어 보는 여정은 정말 매력적이다. 작품 구절을 떠올리며 그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범우, 염상진, 염상구, 서민영, 외서댁, 하판석, 소화의 꿈과 절망, 사랑과 투쟁, 죽음 등 가파른 인생사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소설 속 분위기도 온몸으로 느껴지면서 그것을 읽을 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된 벌교에는 소설속 배경이 산재해 있다. 사진은 소설에서 염상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부각시켜주고 있는 철다리 모습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된 벌교에는 소설속 배경이 산재해 있다. 사진은 소설에서 염상구를 가장 인상적으로 부각시켜주고 있는 철다리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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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산 끝자락, 소설 속 무대인 현부자네집 바로 앞에 들어선 태백산맥문학관 전경. 통일 염원의 뜻을 담아 건물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제석산 끝자락, 소설 속 무대인 현부자네집 바로 앞에 들어선 태백산맥문학관 전경. 통일 염원의 뜻을 담아 건물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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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는 또 꼬막의 주산지다. 벌교읍 대포리와 장암리 일대에서 참꼬막이 많이 난다. 이 일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협약에 연안습지로 등록된 곳. 현재 700여 어가에서 연간 3천톤의 꼬막을 생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꼬막의 맛은 소설 <태백산맥>에서도 생생하게 묻어난다. 무당 월녀가 그의 딸 소화의 감칠맛 나는 꼬막무침 솜씨를 보면서 “워메, 내 새끼 꼬막 무치는 솜씨 잠 보소.”하며 칭찬하는 대목이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제.”하며 예찬하는 부분도 나온다.

벌교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꼬막 전문점이다. 삶은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국 등 종류도 많다. 이것들을 모두 맛보기에는 꼬막정식이 좋다. 1인분에 1만2000∼1만3000원 한다. 값이 조금 비싸다 싶으면 꼬막비빔밥을 시켜도 기본은 나온다.

벌교역 앞 매일시장 바닥과 골목길에도 꼬막이 지천이다. 돌아오는 길에 꼬막 한 되 사가지고 와서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눠먹어도 좋겠다. 시세는 요즘 5㎏에 3만원 정도 한다. 주말과 휴일, 연말연시 쉬는 날을 이용해 차밭 트리와 태백산맥문학관, 참꼬막이 있는 보성으로의 여행이 어떨까.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꼬막. 이 꼬막의 맛은 지금이 제일 좋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꼬막. 이 꼬막의 맛은 지금이 제일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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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된 벌교에는 소설 속 무대가 산재해 있다. 사진은 무지개형의 돌다리인 횡갯다리(홍교) 모습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된 벌교에는 소설 속 무대가 산재해 있다. 사진은 무지개형의 돌다리인 횡갯다리(홍교)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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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문학관 개관 이후 벌교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사진은 작가 조정래의 설명을 들으며 현부자네집을 돌아보고 나오는 여행객들의 모습이다.
 태백산맥문학관 개관 이후 벌교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사진은 작가 조정래의 설명을 들으며 현부자네집을 돌아보고 나오는 여행객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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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차밭트리, #보성차밭, #태백산맥문학관, #조정래, #벌교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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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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