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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봉 정상을 멀찌감치서 보고...
▲ 금정산 파리봉에서 대륙봉까지 파리봉 정상을 멀찌감치서 보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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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으로 간다. 오늘코스는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을 기점으로 해서 파리봉, 제1망루, 남문, 제2망루를 지나 대륙봉을 만나고 산성고개를 넘어 동문을 스쳐 다시 가나안수양관으로 닿을 예정이다. 가나안 수양관에서 시작해 파리봉 꼭짓점을 찍고 한바퀴 빙 둘러오는 산행이 된다. 오늘은 또 금정산 11개의 봉우리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대륙봉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기도의 사연들이 쌓인 바위길따라 걷다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에 와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예전엔 가끔, 가나안 수양관은 기도하러 올라왔지만, 근래 들어 자주 오지 않았던 것 같다. 마침, 금정산 가나안수양관 집회시간(낮11시)이 되었는지 수양관 넓은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하고, 예배실에서 찬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넓은 주차장 한쪽에 차를 주차하고 수양관 쪽으로 향한다.

예배실이 가까울수록 뜨겁게 기도하는 소리 가까이 들린다. 찬송, 기도소리 들으며 우린 등산로를 오른다. 이 길을 올랐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도의 발걸음이 닿은 길일까. 길옆엔 곳곳마다 크고 작은 기도바위들이 즐비하다. 그 바위들 위에 앉아 밤낮없이 눈물로 기도했던 사람들, 눈물의 기도와 기도의 사연들이 쌓인 바위들이다.

금정산 가나안 수양관 ..
▲ 파리봉~대륙봉까지 금정산 가나안 수양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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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넓은 기도바위...
▲ 파리봉~대륙봉까지 높고 넓은 기도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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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낮이면 낮, 밤이면 밤에 산에 올라 넓고 큰 바위위에 앉아 찬송과 기도로 부르짖었던 바위들이 있었다. 이곳 금정산 가나안 수양관 뒤쪽, 산길 곳곳은 많은 성도들의 눈물의 기도 흔적이, 오랜 세월로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어떤 사람의 간곡한 기도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또 눈물의 기도와 통곡으로 동산 바위에서 이어지고 또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다.

바위들은 성도들의 기도로 닳고 닳아서 더욱 모가 없어지고 반질반질해 진 듯 하다. 나무들은 잎을 다 떨구고 빈 몸으로 구름한점 없는 맑은 겨울 하늘을 향해 기원하듯 위로 펼쳐져 있고, 마른 낙엽은 발아래 수북이 깔려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양관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갈수록 찬송소리가 등 뒤로 따라오다가 점점 희미해진다. 얼마쯤 갔을까. 예전에 내가 올라 기도했던 넓은 기도바위를 찾아 앉아본다.

비스듬히 누운 이 넓은 바위에는 사람들이 참 많이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다. 몇 명이라도 모여앉아 함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예배를 드리기도 하는 것을 종종 보곤 했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바위틈마다 홀로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언제나 들려오곤 했다. 내가 기도하던 바위에 앉아 멀리 마주보이는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과 산성 길 등을 바라본다.

숲길 걸으며 성채처럼 높이 솟은 파리봉으로!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본 파리봉...
▲ 파리봉~대륙봉까지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본 파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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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지나 이제 갈림길을 앞에 선다. 여기서 약간 왼쪽으로 난 길은 곧장 파리봉으로 가되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직등구간으로 아찔한 곳이다. 오른쪽으로 난  낙엽 깔린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계속가면 화명동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이어져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 파리봉을 만나게 된다. 우린 오른쪽 옆으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다. 숲길은 바람도 숨을 죽이고 고요하다.

낙엽 밟는 소리만 발밑에서 크게 들린다. 파리봉은 저 위에 있다. 이 길은 바람도 잠을 자는 곳이다. 파리봉의 가슴팍쯤이나 될까. 길은 포근하고 넉넉하고 고요하고 평온하다. 사거리를 만난다. 이젠 바람이 숨을 한꺼번에 토해놓기라도 하는 듯, 바람이 활개를 친다. 파리봉, 화명동 등으로 나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 파리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팔을 벌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춤을 춘다.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조망바위(11:45)를 만난다. 금정산은 언제 어디서든지 이렇게 크고 작은 화강암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언덕길 위에서 만난 크고 넓은 바위에선 뒤로는 파리봉이 올려다 보이고, 앞으론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과 낙동강, 신어산, 상계봉, 의상봉, 미륵봉, 4망루, 산성마을 등이 한 눈에 조망된다. 날씨는 청명해서 멀리 있는 산 능선도 또렷하다. 조망바위 바로 위에서 표시판을 만난다. 삼거리다. 12시 5분, 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그 위에 파리봉이 있다.

파리봉 정상을 멀리서 보고...
▲ 파리봉~대륙봉까지 파리봉 정상을 멀리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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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파리봉...
▲ 파리봉에서 대륙봉까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파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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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들, 파리봉에 도착, 12시 10분이다. 파리란, 불교의 일곱가지 보물 중 하나인 수정을 말하며, 산정의 기암괴석이 아침햇살을 받으면 유리알처럼 영롱하게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 바위암봉이 마치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는데 내 눈으로는 짐작이 되지 않는다. 높이 솟아오른 암봉들로 군락을 이룬 파리봉엔 바람이 막힘없이 자유롭다. 조망데크 위에 서서 주변을 조망하다가 찬 바람을 피해 정상주변 햇볕 잘 드는 바위틈을 찾아 앉는다.

여긴 바람이 들지 않고 양지바른 곳이다. 따뜻한 겨울햇살에 노곤해져서 햇볕이 계속 들고 있는 시간동안까지라도 앉아서 고요해지고 싶어진다. 파리봉에도 심심찮게 등산객들이 오고가지만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쪽보다는 한결 조용해 호젓하다. 볕바른 벼랑 끝 옴팡진 곳에 앉아 마시는 따끈한 커피 한잔은 이렇게 쌀쌀한 겨울날씨엔 고맙기 그지없다.

집에서 삶아온 고구마와 계란, 사과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한참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저기 멀리 해운대 장산, 영도 봉래산, 황령산, 광안대교가 보인다. 이젠 우린 남문으로 간다. 12시 45분이다. 볕이 잘 들고 바람을 막아주던 장소에서 일어서자 바람이 차갑게 와 닿는다. 파리봉 정상을 두고 걷는 등산로는 얼어붙어 있다. 산성길을 따라 걷는 호젓한 숲길을 걷다가 제1망루와 마주한다.

제1망루에서부터 대륙봉까지

제1망루를 지나 남문으로 향하는 길...
▲ 파리봉~대륙봉까지 제1망루를 지나 남문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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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공터에 햇볕이 논다. 제1망루 안에는 바람을 피해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바람과 햇볕이 사이좋고 놀고 있는 1망루를 지나 상계봉을 지척에 두고 남문 쪽으로 향한다. 부산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함부로 탄 가르마 같은 길엔 곳곳마다 사람들이 짱 박혀 있는 것이 보이고 만덕동, 1망루, 남문으로 가는 능선길 갈림길을 만난다.

예전에 갔던 능선 길을 버리고 우린 중간에서 남문으로 가는 또 다른 길로 곧장 내려간다. 모 없이 둥근 돌이 깔린 돌길을 만나 한참을 걷노라니 다시 흙길을 만나 넓고 조용한 길을 따라 걷는다. 고요한 숲길...갑자기 짙은 솔잎향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이 길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넓고 호젓한 숲길은 계속 길을 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던 것일까.

길바닥은 단단하고 반질반질하다. 오랜 세월동안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 금정산을 올랐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 부드럽던 흙길은 돌처럼 단단해져 단련되어 있다. 나무벤치가 몇 개 놓여있는 길, 그 앞에 수박샘(1:35)을 만난다. 빨강, 파랑색 물바가지들이 샘터에 놓여있다. 확실히 겨울산행엔 물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된다. 가지고 온 물병조차 거의 그대로
다. 샘물로 목을 조금 축이고 다시 걷는다. 노루 한 마리가 숲 속에 홀로 걷는게 보인다.

먹이가 없어 여기까지 내려온 듯 하다. 남문에 도착(1:40), 남문에 도착하자 사람들 모습이 제법 보인다. 남문 벽, 양지바른 곳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한적하고 넓은 길 따라 우린 또 계속 걷는다. 삼거리에서 우린 제2망루 방향으로 간다. 옛 산성길을 따라 걷다가 제2망루에 도착한다. 사람 없고 조용한 이곳엔 바람이 제법 높다. 다시 산성 길을 따라 내려간다.

11개 봉우리 중, 유일하게 한개 남은 대륙봉을 오르다

대륙봉에서 내려다 본 바위...
▲ 파리봉~대륙봉까지 대륙봉에서 내려다 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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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가면 아직까지 내 발길 닿지 않았던 대륙봉이 나올 것이다. 금정산성 11개의 봉우리들 중에 유일하게 대륙봉은 아직 가 보지 않은 봉우리이다. 대륙봉을 만나면 11개의 봉우리를 모두 다 만나게 되는 셈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곳임을 길을 걸으며 실감한다. 길은 돌처럼 단단하고 매끄럽다. 낙엽 쌓인 길을 따라 계속 걷는 길엔 파리봉이 멀리 조망된다.

옛 산성길 따라 걸으며...
▲ 파리봉~대륙봉까지 옛 산성길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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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고요한 숲길에서 걸음을 멈추어 서 본다. 겨울나무들 옆에 가만히 서면, 나도 나무가 된 듯 하다. 가만가만히 서서 숨결마저 고요해지면 내 발 밑으로 깊이 뿌리라도 내릴 듯 나무가 된 듯 하고, 바위 옆에 고요히 서면 내 또 한 개의 바위가 된 듯 하다. 길 위로 다시 걸으면 내가 길이 되어 길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대륙봉이 가까울수록 바람이 높이 분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바람 길을 함께 걷는 동행이 있어 좋다.

바람 불어 추운 겨울 길을 걸을 때, 동행 있어 즐겁고 바람도 두렵지 않다. 2시 25분, 대륙봉에 도착한다. 넓디넓은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위 한쪽 귀퉁이에선 먼저 온 산객 서너 명이 쉬고 있다. 편편하고 넓은 이 바위가 대륙봉이라 한다. 표시석은 달리 없다. 넓고 평평한 화강암 바위에 앉아 본다. 바람이 맛 닿는다. 우리가 앉은 곳 앞에는 기암괴석으로 된 파리봉이 보이고 등 뒤에는 부산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대륙봉에서...
▲ 파리봉~대륙봉까지 대륙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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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막을 바위도 없는 넓은 바위에 오래 앉아 있기엔 너무 춥다. 이제 우린 동문으로 향한다. 산성길을 걷노라니 바람은 차지만 햇볕은 따사롭다. 2시 50분, 산성고개에 도착한다. 산성고개에는 산행을 마치고 산성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다. 동문으로 간다. 3시 정각이다. 동문에서 곧장 내려가면 온천장 방향으로 가지만 우린 산성마을로 간다. 차를 가나안 수양관 주차장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산성마을을 걸어서 지나보기는 처음이다. 금성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공해마을로 들어선다. 가나안수양관이 가까울수록 산 기도하는 사람들의 부르짖어 기도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금정산가나안 수양관 위로 보이는 파리봉의 위용이 드러난다. 3시 40분,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에 도착, 가나안수양관 앞 주차장에서 올려다보이던 파리봉을 수양관을 중심으로 해서 파리봉, 제1망루, 남문, 제2망루, 대륙봉, 공해마을, 다시 수양관까지 한 바퀴 빙 돌면서 파리봉은 우리들 시야에 들어 있었다.

동문..
▲ 파리봉~대륙봉까지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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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은 넓디 넓은가하면 높고 부드러운가하면 기세 높고, 언제라도 넉넉한 품을 내주고 있고 툭툭 트여있다. 높이 치솟았는가싶으면 넉넉한 품으로 품는다. 넉넉하고 환하게 트여있어 멀리까지 조망되어 음울해 보이거나 음흉해보이지 않는다. 그 넉넉함 가운데 높이 치솟은 암봉들로 이루어진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과 크고 작은 봉우리들은 또 얼마나 기상 높은가.

언제 와도 실망시키지 않는 금정산, 넉넉함과 포근함, 그리고 만만치 않은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금정산을 오늘도 만나고 간다. 금정산 주봉을 비롯해 11개의 모든 봉우리들을 대륙봉을 끝으로 다 돌아본 날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넉넉하고 위용 있는 금정산, 언제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산이 있어 좋지 아니한가.


산행수첩
1.일시: 2008년 12월 18일(목). 맑음
2.산행기점: 금정산 가나안 수양관
3.산행시간:4시간 40분
진행: 금정산 가나안 수양관(11:00)-파리봉(615미터)-점심식사후 출발(12:45)-제1망루(1:0)-수박샘(1:35)-남문(1:40)-제2망루(2:00)-대륙봉(2:25)-산성고개(2:50)-동문(3:00)-공해마을(3:20)-가나안수양관(3:40)
4.특징:①금정산 가나안 수양관-식당 안에 식수 있고, 식사 가능함. 주차장 넓음. 등산객들을 위한 화장실 있음. ②파리봉:암봉 표시석 있음. 화명 정수장 쪽으로 나무데크 계단 있음. 조망 탁월함. ③대륙봉: 표시석 없음. 넓은 바위로 되어 있음. ④동문에서 산성고개:넓은 공터 많음.


태그:#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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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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