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에서 오늘 일제고사 안 보면 무단결석 처리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죠. 우리 반 약 3분의 1이 오늘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떠났어요. 집단 무단결석 책임은 학교에 있다고 봐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A중학교 2학년 김영은(가명)양은 당당했다. 김양은 23일 일제고사(전국연합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고 덕수궁 현장학습에 참여했다. 친구 박은정(가명)양과 함께였다. 둘 모두 무단결석을 각오하고 일제고사를 거부했다.

"우리도 설득 못 시키는 시험인데, 그냥 안 보고 말죠. 엄마 아빠도 다 알아요. 무단결석 처리된다고 해도 현장학습 가라고 했어요."

박양의 말이다. 박양은 친구 영은에게 "야, 우리 내년에도 계속 무단결석해야 하는 거야? 나 지금까지 한번도 결석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양은 "후회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권리도 지키고 해직된 선생님 7명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단결석, 그래도 일제고사 거부했어요"


두 학생처럼 23일 전국 중학교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를 거부한 중학생 약 40여 명이 덕수궁 현장학습에 참여했다. 평등교육실현 전국학부모회가 주최한 이날 현장학습에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까지 합치면 100여 명이 동참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현장학습을 택한 학생들은 모두 "학생 인권과 선택권을 무시한 일방적 시험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K중학교에 다니는 강성균(가명)군은 "수능도 보기 싫으면 안 볼 수 있는데, 왜 일제고사만 그렇게 강요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지금까지 문제학생이란 소리를 안 들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문제 학생으로 낙인 찍었다"고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또 C중학교에서 온 한 여학생도 이번 일제고사 거부 때문에 상처 받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나도 보기 싫었고, 부모님도 허락했는데 학교만 계속 시험을 강요했어요. 끝까지 싫다고 했더니... 글쎄 학교에서 저한테 '너 같은 애 처음 보겠다, 너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 잘리면 좋겠냐'는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학교에서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잖아요."

이날 체험학습에는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도 참여했다. 영등포의 한 중학교에서 온 여학생 네 명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일제고사가 남긴 '낙인'을 이야기했다.

"가끔 시험을 보는 건 좋은데, 왜 줄을 세우고 그래요?"
"지난 일제고사에서 우리 학교가 여의도중학교보다 점수가 낮았다는 거예요."
"한 마디로, 우리가 여의도중한테 '발린(보통 '졌다', '당했다'는 뜻)' 거죠. 그것 때문에 선생님들도 짜증내요."
"아, 짜증나. 내가 꼴등한 것도 아닌데... 세상은 우리 학교를 공부 못하는 '똥통학교' 취급한다니까요."

 

"일제고사 때문에 우리학교가 '발렸'어요"

이들 학생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네 여학생은 이날 저녁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부당한 징계니까 도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추운데 괜찮겠냐"는 물음에 한 여학생의 대답은 이랬다.

"밖은 추운데, 마음 속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어요. 지난 촛불집회 때처럼요."

이날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덕수궁을 찾은 학부모 강모씨는 "정부가 교사들까지 부당 징계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젠 학부모로서 오기가 생긴다"며 "정권 한 번 잡았다고 모든 걸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모습을, 내 자식들이 배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아이와 상의해 일제고사를 계속 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체험학습에는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이 나와 덕수궁의 가치와 역사 그리고 미학적 의미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최근 주요기사]
☞ [인터뷰] "수능결시 징계 안 하면서 일제고사 징계?"
☞ [동영상] 김정욱 서울대 교수의 요절복통 대운하 특강
☞ [패러디-'도움상회'] "빨갱이들 설쳐대니까 정말 힘드시죠?"
☞ 공익제보자도 10년 이하 징역?
☞ [엄지뉴스] 시험지 낙서 '나는 일제고사가 싫어요 ㅠㅠ'
☞ [E노트] 현직 경찰관 "촛불시위는 소수자 저항운동"


태그:#일제고사, #현장학습, #전교조, #공정택, #교사 징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