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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 소나무 숲. 쭉쭉 뻗은 소나무가 시원스럽다.
 병풍산 소나무 숲. 쭉쭉 뻗은 소나무가 시원스럽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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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쭉쭉 뻗은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송강정 표지판을 보고 꺾어 들어서면 넓은 들이 나온다. 담양도 벌이 넓다. 포장이 잘된 농로를 따라가니 작은 시가가 나온다. 수북면이다. 들판 한가운데 있는 작은 면소재지에는 학교도 있고 제법 활기도 느껴진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마음껏 키 자랑을 하듯 서 있다. 대개 가로수는 허리를 자르고 있는데 늘씬늘씬한 몸매가 보기 좋다.

오늘(12.13) 애들과 함께 올라갈 산은 병풍산(822m)이다. 담양과 장성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게 솟은 산이다. 청소년 수련원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니 저수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던데. 표지판은 병풍산까지 3.2㎞라고 알려준다.

키가 큰 소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키가 큰 소나무 사이로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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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들어서니 반듯반듯한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다. 야! 장관이다. 이런 곳도 있네. 소나무 숲길은 적당한 경사와 어우러져 올라가는 기분이 좋다. 점점 더 많아지는 소나무. 이제는 구불구불 트위스트를 추는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잔뜩 흐리다. 맑은 날이었으면….

소나무 숲길은 한참을 이어진다. 적당히 오르면 내려가기도 하는데 오르막길이 무척 길다. 중간 중간 쉬었다 간다. 연한 붉은 빛깔 소나무들이 키 자랑을 하는 소나무 숲길은 흐린 날씨와 어우러져 은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겨울이라 솔 향이 나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하다.

점점 경사가 가파른 걸 보니 산마루에 가까워지는가 보다. 하늘이 보이는 바위가 보인다. 위로 작은 소나무가 멋지게 팔을 벌리고 섰다. 이름표도 바위소나무라고 쓰여 있다. 입구에서부터 한 시간 반이나 올라왔다. 731m를 알려준다.

바위소나무. 소나무 숲길이 끝나고 능선길로 이어진다.
 바위소나무. 소나무 숲길이 끝나고 능선길로 이어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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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봉에서 능선으로 이어진 길. 저 끝 우뚝솓은 봉우리가 병풍산 정상.
 천자봉에서 능선으로 이어진 길. 저 끝 우뚝솓은 봉우리가 병풍산 정상.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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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으로 이어진 겨울 산

능선에 올라서니 병풍산 능선길이 쭉 뻗어있다. 정말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산마루 들이 늘어 서 있다. 멀리 보이는 정상은 잔뜩 찌푸린 하늘을 이고서 쓸쓸함을 가득 안고 서 있다. 조금 걸어가니 천자봉(748m)이 나온다. 작은 돌탑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

조금 내려서서 쭉 이어진 길을 경쾌하게 걷는다. 가끔 하나씩 보이는 소나무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 같다. 능선에서 바람을 맞으며 버텨왔는지 온몸이 산과 하나가 된 듯 가지를 낮게 늘어뜨린 게 안정감이 있다. 이제 제법 고산지대에 온 느낌이 든다. 나뭇잎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나무들이 무척 시원하게 느껴진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파란색 철계단을 만난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파란색 철계단을 만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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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 연인바위. 다정스럽다.
 병풍산 연인바위. 다정스럽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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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봉에서 30분쯤 능선 길을 걸으니 철 계단이 나온다. 파란 페인트를 칠한 철 계단은 원색이 그리운 겨울 산을 밝게 만들어 준다. 철 계단을 올라가는 기분이 좋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온다. 난간에 서서 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내려다본다. 저쪽이 장성이겠지.

"어! 바위가 뽀뽀하려고 하네?"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바위는 연인이 다정스럽게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건너편으로 정상(822m)이 보인다. 두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애들에게 적은 시간이 아닌데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 겨울이라 땀이 많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병풍산 정상
 병풍산 정상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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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로 내려서니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잠깐 헤매고. 투구봉(신선대)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길이 정 반대로 가고 있다. 계속 가다간 장성이 나오겠다. 아마 마운대미라는 표지판 때문이다. 사전에 등산지도를 익히면서 마운대미라는 지명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마운대미를 알려주는 갈림길로 내려선다. 경사가 급하다. 늦게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도 만난다. 경사진 길을 내려서니 완만한 오솔길 분위기다.

산에는 왜 나이가 많은 나무들이 없어요? 아마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것을 생각하고 물어보는가 보다.
 산에는 왜 나이가 많은 나무들이 없어요? 아마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것을 생각하고 물어보는가 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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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왜 나이 많은 나무들이 없어요?

작은애가 내려오는 길에 큰 소나무들을 보면서 나이가 얼마냐고 묻는다.

"아빠! 이 나무 나이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 100살은 되지 않았을까?"
"그럼 천년이상 사는 나무도 있어요?"
"너도 봤을 건데. 해남 두륜산 가면 천년수도 있잖아."
"아! 지리산 같을 때 이천년 사는 나무도 봤는데."

우리나라에 이천년 넘는 나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근데 궁금증이 해결이 안 되었는지 또 물어온다.

"산에는 왜 나이 많은 나무들이 없어요?"
"예전에는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하고, 집도 나무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나무의 이용이 많았단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크게 자랄 수가 없었겠지."
"그럼 지금은 나무를 많이 안 쓰니까 큰 나무들이 많아지겠네요."
"아마 그럴 거야. 이 숲속에 몇 백 년 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즐거운 상상이다. 도란도란. 장난도 치면서 걸어가니 만남재. 만남재에는 등산객을 상대로 동동주를 파는 곳도 있다. 50여분을 더 내려오니 수목원이 나오고 처음 산행을 시작했던 저수지가 보인다. 산이 너무나 좋다. 솔잎이 푸를 때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병풍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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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호

덧붙이는 글 | 걸어간 산길 : 대방저수지-2.24㎞/1시간43분-천자봉(748m)-1.25㎞/44분-정상(822m)-0.6㎞/20분-투구봉갈림길-0.83㎞/33분-만남재-2.58㎞/51분-대방저수지(총 산행거리 7.5㎞/4시간 18분)



태그:#병풍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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