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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 '누들로드' '한반도의 공룡'...최근 인기를 끌었거나 끌고 있는 다큐멘터리들입니다. 다큐가 대세입니다. 반응도 뜨겁습니다.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당히 시청률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은 행복합니다. 그 가운데 사라지는 다큐 채널도 있군요. 뜨는 다큐, 사라지는 다큐, 여러분들을 다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2차 대전 당시 미국 생산현장에서는 전쟁터로 나간 남성들의 공백을 여성들이 대신해야 했다. 이것이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분담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과 동시에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내는 '로지'라는 여성 캐릭터는 당시 생산현장에서 용접과 트럭운전 등 거친 일을 마다하지 않는 500만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히스토리 채널: 컬러로 본 2차 세계대전 중)
 2차 대전 당시 미국 생산현장에서는 전쟁터로 나간 남성들의 공백을 여성들이 대신해야 했다. 이것이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분담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과 동시에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내는 '로지'라는 여성 캐릭터는 당시 생산현장에서 용접과 트럭운전 등 거친 일을 마다하지 않는 500만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히스토리 채널: 컬러로 본 2차 세계대전 중)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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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을 끝으로 대표 다큐멘터리 채널 중 하나인 <히스토리채널>이 국내 방영을 중단한다. 다큐멘터리 마니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종종 케이블 방송을 통해 양질의 다큐를 감상해오던 나에겐 '헉' 소리나게 놀라운 소식이었다.

뭐든 있을 때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던 것이 없어지면 아쉽고 찾게 마련이다. 무심결에 채널을 돌리다 히스토리 채널의 명품 다큐가 눈에 띄어도 '다음에 또 재방송 해주겠지'라며 오락방송으로 채널을 돌린 게 후회가 된다.

히스토리 채널이 폐지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나같은 시청자 때문에 혹 시청률이 낮아지진 않았을까. 그것 때문에 채널이 폐지되는 건 아닐까, 라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섭섭한 마음에 히스토리 채널 홈페이지에 가보니, 겨우 애청자 세 명이 종영을 아쉬워하는 글을 올려놨다.

히스토리 채널, '지못미'!

유태인이 개처럼 끌려가는 참혹한 상황을 보고도 침묵을 지킨 독일인들은 연합군이 점령 후 유태인 학살의 만행을 속속들이 공개했음에도 모르는 일이며,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가 난 연합군 장교가 수용소 옆 마을의 독일주민들을 불러 유태인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게 했는데, 당시 자료가 그대로 남아 그날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히스토리채널: 컬러로보는 2차세계대전 중)
 유태인이 개처럼 끌려가는 참혹한 상황을 보고도 침묵을 지킨 독일인들은 연합군이 점령 후 유태인 학살의 만행을 속속들이 공개했음에도 모르는 일이며,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가 난 연합군 장교가 수용소 옆 마을의 독일주민들을 불러 유태인의 시신을 직접 수습하게 했는데, 당시 자료가 그대로 남아 그날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히스토리채널: 컬러로보는 2차세계대전 중)
ⓒ 히스토리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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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수많은 애청자들이 '폐지반대'를 외치며 힘을 모아 온라인 청원이라도 했을 터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소중한 친구가 떠나는데 아무것도 못해주는 느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 '지못미'가 입안을 맴돈다.

내가 히스토리 채널에 반한 것은 4년 전 보았던 '컬러로 보는 2차세계대전'을 통해서다. 처음엔 지리한 전쟁기록물이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보았다.

약 5분을 보았는데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생생한 2차 대전의 에피소드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색다른 재미와 함께 남들은 잘 모르는 희귀한 정보를 얻는다는 짜릿함이 있었다.

당시 방송을 통해 나는 미국이 2차 대전 때, 전쟁물자 생산을 위해 전국민 상대로 '텃밭 가꾸기 운동'을 펼친 것이나, 전쟁 채권을 만들어 어린들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영국에선 '참새로 파이를 만들어 먹는 법' '남은 음식 찌꺼기로 만드는 요리법' 등을 담은 '전시용 요리책'을 국가가 만들어 배급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으며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얽힌 뒷이야기나, 연합군 소속으로 전쟁에 지원한 일본계 미국인들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 자주 보여줘

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의 인구는 11만명 정도, 진주만 폭격이 시작되면서 이들은 모두 강제 수용소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니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미국 태생의 2세들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전쟁에 자원하게 되는데, 이들 일본계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맹활약을 펼쳐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된다. (히스토리채널: 컬러로보는 2차세계대전 중)
 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의 인구는 11만명 정도, 진주만 폭격이 시작되면서 이들은 모두 강제 수용소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니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미국 태생의 2세들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전쟁에 자원하게 되는데, 이들 일본계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맹활약을 펼쳐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된다. (히스토리채널: 컬러로보는 2차세계대전 중)
ⓒ 히스토리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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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채널은 그동안 전통 역사다큐 외에도 고대사나 지구 대재앙과 같은 미스터리물, 극한상황에 도전하는 사람들 모습을 다룬 리얼리티쇼 형태의 다큐, 세계의 각종 무술을 체험형태로 소개하거나 최첨단 군사기술을 소개하는 밀리터리 다큐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이런 다큐에는 책이나 잡지, 공중파에서 접하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그나마 국내에 '히스토리 채널'이 방영되고 있었기에 시청자들이 이런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 그것은 다큐에 목마른 정보형 인간에겐 큰 축복이었다.

아마 지금이라도 히스토리채널 홈페이지에서 그간 방영됐던 다큐 목록을 보게 된다면 '이런 방송이 있었나'라며 아쉬워 할 사람도 많을 듯하다.

다큐는 지루하다는 편견, 지나치게 공중파에만 치중된 시청태도 그리고 가벼운 오락물만 골라서 취하는 방송편식을 의도적으로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잘 만든 다큐 한 편은 책 한 권을 읽는 것 이상의 유익함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히스토리 채널>은 조용히 퇴장하지만 최근 <북극의 눈물> <한반도의 공룡> 같은 공중파 다큐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좋은 책을 찾아 서점을 돌아다니듯, 자신에게 맞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날 때, 우리나라의 방송의 다양성과 질도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쉽게 떠나 보내지만 언젠가 성숙한 시청자층을 토대로 <히스토리 채널>이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인터뷰] 히스토리 채널 이한나 과장
-12월 30일 종료된다. 시청률이 성적만큼 나오지 않아서인가.
"그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걸 말하긴 그렇다. 우리쪽에서 다른 채널에 좀 집중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히스토리 채널을 운영하는 곳은 중앙방송으로 1999년 4월 6일 설립했다. 교양 다큐 채널인 <Q채널'을 비롯 골프 네트워크 채널 <J골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어디서 제안한 것인가.
"한국쪽하고 히스토리측하고 동시에 협의한 것이다."(히스토리 채널은 미국 A&E 텔레비전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채널로 1995년 출범했다. 전세계 60여개국에 방영중이다.)

-앞으로 히스토리채널에서 봤던 프로그램은 못보는 것인가.
"그건 알 수 없다. 히스토리채널 본사측에서 국내 다른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협상이 되면 다른 채널을 통해 방송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다큐는.
"스페셜 다큐멘터리 '지구멸망 그후'다. 스카이 라이프를 통해 방송됐을 때 동시간대 1위를 했다."

-역사다큐 장르가 가능성이 있나.
"국내 시청자들은 지역사 성향이 있다. 역사에 오락성을 더하면 재미있게 본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게 흠이다. 시청률, 시청자층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역사, 서양사, 유럽사 등 보통 다 알만한 역사다큐 위주로 하면 보리라 본다."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지상파쪽에서 교양다큐 필요성이 있었다. 자체제작했다면 공급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지상파쪽 뿐만 아니라 케이블 등을 통해서도 공급을 해야 수지가 맞는데."

-마케팅 문제?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니고, 인력, 자본 등 여러 조건이 얽혀 있다."

-제작비는 어느 정도 드나.
"글쎄. 워낙 천차만별이라서. 대략 시간당 2000만원 정도. 싸게 한 곳은 1500만원에 만든 곳도 있고, 4000-5000만원 들인 곳도 있다. 역사 프로그램이 좀 복잡하다. 고증이 많이 필요하고, 그래픽도 많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 고증기간이 매우 길어질 수 있다. 재미있게 만들려면 끝이 없다."

-역사 다큐에 대한 전망은.
"역사책만 역사가 아니다. 인간 바이오그래피도 하나의 역사다. 역사에 대해 범위가 점점 넓어질 것이다."


태그:#히스토리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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