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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홍합국이 생각나는 홍합요리

 

첨탑을 보면서 걷다보니 작은 광장이 보인다. 주변으로 카페들이 모여 있다. 노천카페는 아직 이른 시간인지 빈 의자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천장이 덮인 긴 상가 건물로 들어섰다. 양 옆으로 많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골목으로 나오니 가게마다 해산물을 진열해 놓고 호객행위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해산물을 좋아하는가 보다. 우리나라 먹자골목을 지나가는 기분이다. 식당에 들어가 홍합요리를 시켰다. 북해산 홍합이라는데 우리나라 홍합과 똑같이 생겼다. 포장마차에서 서비스로 주는 홍합국?

 

 

브뤼셀에는 오줌싸개동상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오줌 싸는 소녀상도 있다고 한다. 어찌 그렇다. 시끌벅적한 골목길 분위기와는 달리 조금 한적하다. 세계에서 맥주를 종류별로 가장 많이 팔고 있다는 가게 맞은편 벽으로 철장이 있다. 그 안에서 발가벗고 앉아 있는 소녀 동상이 실례를 하고 있다. 조금 민망한 느낌. 이런 것도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니….

 

골목길을 구경하면서 걸었다. 여전히 호객행위를 한다. 골목을 벗어나니 커다란 광장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했다는 그랑플라스광장(Grand Palace)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주위로 아름답고 다양한 형식의 건축물들이 광장을 네모로 감싸고 있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브뤼셀 시내를 걸으면서 내내 보아왔던 첨탑의 주인은 시청사(Hotel De Ville)다. 1444년경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인데 1695년 프랑스 루이 14세의 침공으로 파괴되었다가 재건축 된 건물이다. 첨탑의 높이는 96m로 꼭대기에는 악을 물리치는 수호신 성 미카엘(ST. Michael) 동상이 악마를 밟고 서 있다.

 

고딕양식의 건물은 강한 느낌을 주면서도 많은 기교를 부려 섬세한 느낌을 준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첨탑은 햇살을 받아 온화한 느낌을 준다.

 

 

시청사 바로 옆으로 여섯 개의 건물이 붙어 있는 길드하우스가 있다. 세계사 시간에 많이 들었던 길드라는 용어가 생각난다. 길드(Guild)는 중세시대 번성했던 상인조합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때 영화를 말해주기라도 하듯 시청 옆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점이나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세시대에도 정경유착은 필수.

 

시청사 맞은편으로 있는 왕의집(Maison Au Roi)은 기둥이 쭉쭉 뻗어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도 프랑스의 침공으로 파괴되어 1860년부터 약 25년에 걸쳐 복원되었단다. 이름과는 달리 왕은 거주하지 않고 시립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 앞 난간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고 있다. 나도 앉아 본다. 옆에서 젊은 여자애들이 담배를 맛있게 핀다. 나는 담배 안 피우는데….

 

 

근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광장에 섰는데 허전하기만 하다. 화려하고 고풍스런 건물로 빙 둘러 갇혀 있는 아름다운 공간. 그 속에 많은 사람들. 반듯반듯 높기만한 건물은 광장에 서 있는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어 버린다.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광장에는 정이 없다. 살갑게 부대끼는 정이 없다. 그저 넓고 화려한 광장만 있을 뿐….

 

골목을 기웃기웃

 

시청사 옆으로 작은 골목이 있다. 골목을 들어서자 손때를 많이 타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조각이 있다. 중세 브뤼셀 해방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혀를 뽑혀 죽은 순교자 에베라르드 세르클라에스 청동상이란다. 이 동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지며 지나갔다. 아무래도 복을 준다거나 소원이 이루어진다 말이 있으면 하라는 대로 하게 된다. 설령 희망사항일지라도.

 

 

조금은 큰 골목길 옆으로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화가 반 고흐의 허름한 동상도 서 있다. 반 고흐가 신학을 공부할 때 이곳에서 전도활동을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놓았다는데 그리 보기는 좋지 않다. 뒤로 만화벽화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사실 광장보다는 이런 거리가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우리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북적거리는 느낌. 기념품가게에 들러본다. 예전에 우리나라 기념품점에는 일률적이고 특색이 없다는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느낌은 이곳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열쇠고리, 사진엽서, 지역 전통 인형 등등.

 

유명세와 느낌은 다른 것

 

기념품 가게들이 끝나가는 골목 모퉁이에 그렇게 유명하다는 오줌싸개동상(Nanneken Pis)이 있다. 보는 순간 브뤼셀의 명물이라는 동상은 정말 허무하게 만든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에 익숙해져 버렸나보다. 꼬마 동상이라 크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유명세만큼 주변 장식이라도 화려할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예전에 식수용 분수 장식물이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1619년 제롬 뒤케노스에 의해 만들어진 오줌싸개동상은 몇 번이나 약탈되었다가 되돌아오는 수난을 겪었는데, 프랑스 루이15세가 침략을 사죄하는 뜻으로 옷을 선물하게 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단다. 여기에 브뤼셀 사람들이 전설을 만들어내고 꼬마 줄리앙이라는 애칭도 붙이고, 세계 각국의 옷을 입히면서 브뤼셀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한 만큼 썰렁한 느낌을 어쩔 수가 없다. 기념품 가게들이 끝나서 그런지 주변 골목길은 더욱 허전하다. 골목길 교차로에서서 경사진 골목길을 한참 본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다. 영화에서 보면 저기서 빨간 자동차가 내려오던데.

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브뤼셀, #벨기에, #그랑플라스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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