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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문체를 개발하고 유려한 표현력을 가꾸기 위해서는 하루도 빼놓지 말고, 조금씩이나마 글을 써야한다. 휘황찬란한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거나 첫 작품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성공을 거두리라며 대박을 기대하지 말라. 아무리 조금씩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글을 쓰는 꾸준한 습관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만났다. 콜린 맥켈로우의 소설 <가시나무새>가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남자하네 버림받고 상처받아 칩거하며 써낸 소설'이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읽은 책이다. <하얀전쟁>의 작가이자 번역의 대가인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일기쓰기에서부터 산문, 소설쓰기, 단어에서 문체까지 작가지망생들에게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만보(漫步)란 천천히 걸음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저자는 하루에 글을 A4용지로 2장 이상의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글속에 들어가는 단어 한땀 한땀은 계획되고 정제된 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시절, 만화가를 꿈꾸었다던 그는 이십대부터 습작을 시작하면서 읽어온 서양의 글쓰기 지침서들과 직, 간접적인 자신의 체험, 뛰어난 작가들의 문체와 기법 등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쌓아놓았던 결과물을 삽화를 곁들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간단한 글쓰기부터 장편소설쓰기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다루는 이 책은 글쓰기에 고민하거나 관심 있는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쉬운 예로 우리가 생각 없이 자주 사용하는 '있었다'와 '것'과 '수'라는 단어를 문장에서 없애는 훈련만 해도 문장은 간결해져서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같은 단락에 나오는 '보고 있다'와 '가고 있다'와 '하고 있다'와 오고 있다'의 경우, 같은 말이 네 번이나 반복되어 너덜너덜해 보이지만, 모든 표현의 공통분모인 '있다'를 없애버리면 '본다'와 '간다'와 한다'와 '온다'가 되어, 모든 단어가 갑자기 다양한 모습을 저마다 드러낸다는 것이다. '있다'는 여드름처럼 모조리 짜버려도 손해 볼일이 별로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접속사도 마찬가지다.

 

루돌프 플레시는 자신의 책 <잘 읽히는 글쓰기>를 인용하면서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모조리 제거하라고 말한다. '그래서'와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접속사를 빼버려도 전혀 글의 흐름이 막히지 않으며 오히려 청소를 끝낸 것처럼 문장이 맑게 잘 흐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쓰기를 권한다.

 

"작가는 언제 어떤 작품을 쓰게 될지 잘 모른다. 일단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나면 언제 어디서 어떤 자료를 필요로 할지 모르고, 그래서 아무리 평화시대라고 해도 나는 모든 글쓰기 전쟁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놓는다."

 

"글쓰기는 서둘러서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정신적 투자없이 저절로 얻어지는 해답이 없다. 마음과 머리가 함께 입장을 정리하기 전에 손이 먼저 재빨리 결론을 내리는 속성은 창조적 글쓰기에서는 경계의 대상이다."

 

이 책에서는 또 안정효 작가의 삶과 문학, 그 속에서 작가적 치열함과 꾸준성, 성실성이 드러난다. 작가로서의 삶 또한 충실한 삶 속에서 영글어간다는 점이 나타난다. 그는 글쓰기는 한순간 반짝 떠오르는 영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나 세월에 걸쳐 공을 들여 조금씩 쌓아 올리는 무형의 집 한 채와 같다'고 말한다.

 

일기쓰기에서부터 산문, 단편소설, 장편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서 <글쓰기 만보>(안정효/모멘토)는 저자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기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연구하면서 모은 자료들과 경험들이 농축된 책이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모멘토(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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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인생의 지침서

태그:#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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