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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을 자르다니요. 왜 모두 자기들 멋대로죠? 서울시교육감, 교과부 장관이면 원칙이고 뭐고 다 무시해도 돼요? 높은 사람들은 그렇게 위선적이면서 우리한테는 정직하게 살라고요? 정권 한 번 바뀌었다고 해도 너무들 하네요. 학생들한테 쪽팔리지도 않나?"

 

산전수전 다 겪은 학부모의 말이 아니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애들은 뒤로 빠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온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말이다. 이 학생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파면된 자신의 담임 선생님을 위해 11일 오후 시교육청 앞에 섰다.

 

그는 파면된 담임 선생님이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봤다. 교사들이 "잘못이 없는 내가 왜 학교에서 끌려 나가야 하냐"고 말할 때마다, 고개를 떨구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한 교사가 눈물을 흘릴 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랫입술을 깨무는가 하면,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학생 "왜 자기들 멋대로 우리 선생님을 자르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응시여부 '선택' 권리를 보장한 교사 7명을 해임·파면한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은 학생·학부모들의 분노까지 불러왔다. 이 분노는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중징계 교사 7인의 기자회견에는 10여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동참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구라쟁이" "위선자" "깡패"라는 표현으로 서울시교육청을 비난했다.

 

중학교 3학년 한 여학생은 "어제 뉴스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잠을 못 잤다"며 "일제고사를 우리 자율 의지로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했는데, 왜 담임선생님의 목을 자르냐"고 말했다.

 

또 지난 10월 일제고사 거부운동을 벌였던 청소년모임 '세이노' 회원 중학교 3학년 '따이루'는 "참 공정택스러운 결정"이라며 교사들의 중징계를 비난했다.

 

그는 "대북삐라 발송은 '표현의 자유'라고 그냥 두면서, 왜 학생·교사·학부모들의 표현의 자유는 억압하냐"며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선동했다는 주장은, 촛불집회를 '전교조 배후조종'이라고 했던 공 교육감다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힘으로 누르면 움츠러들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오는 12월 23일 더 크게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 "일제고사 거부 내가 결정했고, 내 아이가 선택했다"

 

학부모들도 분노와 허탈감을 나타냈다. 자녀를 서울 유현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이윤아씨는 "교사의 강요로 일제 고사를 거부한 게 아니라, 학부모인 내가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고 내 아이가 체험학습을 선택한 것"이라며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서울시교육청이 안쓰럽다"고 밝혔다. 

 

앞으로 교사 7인의 징계 재심청구와 행정심판 등을 대리할 김진 변호사는 "이건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을 위로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교육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그 권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며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오히려 잘 됐다, 이번 기회에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권을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겠다"며 "이번 일은 질 수 없는,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고 강조 해다.

 

해임 통보를 받은 최혜원 교사는 이날 발언을 통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교사가 된 지 2년8개월 만에 공정택 교육감에게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가 왜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나의 꿈을 짓밟나. 그리고 아이들의 상처받은 가슴은 누가 치유하나.

 

내가 교사로서 성실의 의무 이행을 위반했고, 명령에 불복종했다고? 학생·학부모는 누구든 자기 학습권을 결정할 수 있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암흑의 시대에 교사로서 부끄럼 없이 싸우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부모 단체, 그리고 징계 교사 7인은 해임 파면이 철회될 때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전개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더욱 강력한 적을 키우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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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제고사, #교사파면,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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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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