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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무변촌이라고 하더라도,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변호사에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인터넷상담이나 전화상담 등을 통하여도 적절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도시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는 변호사를 접할 기회 하나만 봐도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이 불평등은 시민이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변호인 의뢰권의 실질적 보장에도 걸리는 것은 명백하다. 변호사가 한 곳에 몰려있고 어떤 지역에는 한 명도 없는 문제는 법률사무를 독점하고 있는 우리 변호사가 주체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긴급한 과제이다."

 

앞의 말은 변호사가 없는 시·군·구가 많다는 점, 이른바 변호사가 없는 '무변촌' 지역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은 참여연대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보낸 답변입니다.

 

그리고 뒤의 말은, 한국의 대한변호사협회에 해당하는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가 한국과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1996년에 밝힌 나고야선언 일부입니다.

 

참여연대는 돈이 없어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도 문제이지만, 변호사가 자기 집 가까이에 없고, 큰 도시나 다른 시·군·구까지 가야 변호사를 만날 수 있는 현실도 일상적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동네 의사처럼 '동네 변호사'가 많으면, 아주 간단한 일은 싼값에 변호사에게 편하게 상담받고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변호 한 번 받으려고 산 넘고 물 건너?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을 조사했더니 너무 문제가 많았습니다.

 

2008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는 5539명쯤 됩니다. 이 숫자의 10배 그러니까 인구 5만5천명이 넘는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178곳인데, 이 중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지역이 몇 곳일까요?

 

무려 58곳의 시·군·구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변호사 제로 지역'이지요. 그리고 인구가 5만5천명이 넘는 시·군·구 중에서 14곳은 겨우 변호사가 1명만 있습니다.

 

그럼 2008년 6월 기준 한국의 변호사 8868명은 대체 다 어디 있는 것일까요? 모두 법원이 있는 대도시나 일부 도시에만 몰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변호사가 없는 지역의 시민들은 만약 사건이 발생하면 자가용을 몰고 한 시간을 달리거나 시외버스를 타고 법원이 있는 옆 도시로 가야하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 5만5천명 이상인 시·군·구 중에서 변호사 없는 지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는 ▲양주시(인구 17만9914명) ▲안성시(16만3733명) ▲포천시(15만8156명) ▲동두천시(8만8780명) ▲인천 동구(7만4087명) ▲강화군(6만6466명) ▲과천시(6만2291명) ▲가평군(5만5698명)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대전·충청지역을 보면 ▲대전 유성구(인구 25만523명) ▲대전 동구(24만4496명) ▲대전 대덕구(21만3275명) ▲청원군(14만3021명) ▲보령시(10만7637명) ▲예산군(8만8670명) ▲부여군(7만7916명) ▲태안군(6만3042명) ▲진천군(6만154명) ▲금산군(5만7690명)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습니다.

 

강원 지역에서는 ▲동해시(인구 9만6652명) ▲삼척시(7만791명) ▲홍천군(7만142명)에 변호사가 없습니다. 물론 강원 지역에는 인구 5만5천명 미만인 시·군 중에 변호사 없는 지역이 많습니다.

 

광주·전라지역에서는 ▲광주 광산구(인구 31만6101명) ▲광주 남구(20만9024명) ▲광양시(13만8865명) ▲김제시(9만7615명) ▲나주시(9만5439명) ▲완주군(8만2972명) ▲고흥군(7만8589명) ▲화순군(7만1551명) ▲무안군(6만3674명) ▲부안군(6만1879명) ▲고창군(6만962명) ▲영암군(6만742명) ▲영광군(5만8837명) ▲완도군(5만6201명)이 인구 5만5천명 이상 시·군·구 중 변호사 제로 지역입니다.

 

대구·부산·경상지역에서는 ▲대구 북구(46만3056명) ▲부산 북구(32만5302명) ▲부산 남구(29만6666명) ▲부산 동래구(28만4901명) ▲부산 사상구(26만5512명) ▲부산 금정구(25만8934명) ▲울산 중구(23만6573명) ▲양산시(23만1956명) ▲울주군(18만3261명) ▲달성군(16만443명) ▲울산 북구(15만6642명) ▲부산 영도구(15만5273명) ▲칠곡군(11만3851명) ▲사천시(11만2499명) ▲부산 동구(10만4881명) ▲부산 기장군(7만9565명) ▲문경시(7만4780명) ▲함안군(6만4865명) ▲하동군(5만5526명) ▲합천군(5만5450명)이 인구 5만5천 이상 변호사 제로 지역이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42만7071명이 사는 중랑구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고, 제주도의 서귀포시(인구 15만3800명)도 인구 5만5천 이상 변호사 제로 지역이다.

 

 

46만명 사는 곳에도 변호사는 제로

 

그런데 변호사협회에서는 "전화상담·인터넷상담이 가능하니까 문제없다"고 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뿐만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도 똑같은 입장입니다.

 

나고야선언을 발표한 것이 벌써 12년 전의 일이니, 인터넷상담이나 전화상담이 가능해진 지금은 일본도 무변촌 문제에 대해 별 생각 없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변호사 1인당 1000엔 또는 1500엔씩 특별회비를 걷어 해바라기기금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이런 노력 덕에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지방재판소 지부 관할 구역이 1996년에는 47개였는데, 올해 6월에는 '0'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호사 없는 지역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1999년에 해바라기기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3월까지 변호사 1인당 1000엔이나 1500엔 정도 특별회비를 걷어 조성하고 있는데 매년 4억엔 정도가 쌓인다고 합니다. 4억엔이면 환율이 안정되었던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약 40억원 정도가 되고, 요즘 기준으로 보면, 60억원 정도가 되는 큰 돈입니다. 이 돈을 변호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걷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 돈을, 변호사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 법률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데, 그리고 공설법률사무소(그들은 '해바라기기금 법률사무소'라고 합니다)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변호사 없는 지역에 사무실을 내겠다고 하는 변호사에게는 정착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 있는 로펌이 무변촌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려고 하면 그 로펌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의 무변촌 문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일본변호사연합회 활동이 부럽기만 합니다. 내년 2월이면 서울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해 각 지방변호사회의 임원 선거가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임원 선거를 합니다. 그리고 후보등록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관을 평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변호사단체의 임원들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법률서비스를 펼쳤으면, 그리고 법률서비스를 독점한 지위에 걸맞는 공익적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변호사 없는 지역에서는 법도 없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무변촌 지역인 후쿠오카현 키쿠고시에 가서 변호사일을 하고 있는 이토 슈이치 변호사의 경험담이 일본변호사연합회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그 내용중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저희 사무소가 있는 (후쿠오카 지방재판소 관할) 야메 지부는 변호사 제로 원(zero one) 지역이라 해도 사실 변호사가 수십 명 있는 쿠루메시와도 가깝고, 또 큐슈 제1의 대도시인 후쿠오카 시에도 1시간 정도로 갈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접촉하기 어렵다고까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 분이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변호사 사무소가 생겨서 정말 편해졌어요. 상담하기 쉬워졌어요. 선생님, 언제까지는 치쿠고에 있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아서 가까운 곳에 상담할 수 있는 변호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쿠마모토 현 히토요시 시에 만들어진 '해바라기기금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미노다 케이고 변호사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강하게 느끼는 것은 '변호사가 없는 지역에는 법률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생활의 장면마다 국민을 보호하는 각종 법제도는 준비되어 있는데, 변호사가 없는 지역에서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 그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도 그 때문에 자살 등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은 누군가 거기에 변호사가 있으면,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여러 명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누리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 변호사 없는 지역 문제, 가까운 곳에 변호사가 없고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변호사협회가 뭔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사자료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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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무변촌, #일본변호사연합회, #변호사제로원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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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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