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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반찬은 뭐야?"

"된장찌개하고 김치, 뭐 그렇지."

 

김장을 하고 난 다음, 우리 집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 주로 빨강색 일색이다. 배추김치, 깍두기, 무말랭이무침, 파김치.

 

가끔 계란을 풀어 당근이나 쪽파, 버섯 따위를 넣고 계란말이라도 해 놓으면 작은애는 어느 새 게 눈 감추듯 먹는다. 먹는 대로 키가 크는 지 식구들 키를 다 넘고 지금도 쑥쑥 자라고 있다.

 

시장에 가야 하는데, 날씨는 너무 춥다. 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김치냉장고 야채박스를 뒤져보니 표고버섯이 있다. 유성장날에 꾸덕꾸덕한 표고를 사다가 썰어 햇빛에 말려둔 표고버섯이다. 녀석은 버섯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된장찌개에 넣어도 어찌 그것만 빼놓고 먹는지 얄미울 때도 있다.

 

몸에 좋은 건 왜 그리 쉽게 먹지 않는지. 하긴 나도 녀석만 할 때는 비위가 약해서 이상한 냄새라도 느껴지면 잘 먹지 않았다. 밥 속에 검은 콩과 국에 들어간 파는 엄마가 내 그릇에만 담아주는 것 같았다. 지금은 비윗살도 늘고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지만 말이다.

 

"오늘 저녁엔 표고버섯덮밥으로 특별하게 먹자!"

 

'덮밥'이란 말에 녀석이 솔깃해 한다. 오징어 덮밥이나 불고기덮밥 같은 건 먹어봤지만 표고버섯덮밥은 처음이란다.

 

"엄마, 그거 이상하게 만드는 거 아니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표고버섯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말려서 먹어야 비타민 D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표고를 썰어서 햇살이 잘 드는 베란다에 잠깐씩 말려두었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위와 장의 소화를 돕는 표고버섯은 골다공증도 예방한다고 하니 어른 아이 모두에게 딱 좋다.

 

덮밥 하나 해 놓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이 김치 하나로도 맛나고 특별하게 먹을 수 있다. 재료를 모아보니 표고버섯과 양파, 대파, 팽이버섯, 당근이 있다. 고기 없이 순 야채뿐이다.

 

양파와 당근은 채 썰고, 대파는 어슷 썬 다음에 팽이버섯은 길게 뜯어놓는다. 깊숙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를 먼저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질 즈음 당근과 대파, 팽이버섯을 차례대로 볶은 다음 물을 적당히 붓고 끓여준다.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한다.

 

네 식구 먹을 양으로 물 한 컵에 녹말가루 한 숟가락을 풀고 끓고 있는 재료위에 부으니 국물이 걸쭉해진다. 표고버섯 향이 다른 야채와 섞이며 먹음직스럽다. 따끈할 때 밥 위에 붓고 양념장을 넣어 비비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양념장은 간장에 마늘과 깨소금, 후추, 참기름 조금 넣으면 된다. 별난 재료 없이 덮밥으로 특별하게 먹는 기분.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표고버섯덮밥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표고버섯,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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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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