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개발을 한다고 집을 부순다. 그러나 거기서 살던 원주민들은 재개발단지로 들어가지 못한다. 집을 부수면서 보상해준 돈으로는 재개발단지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 살던 집을 부수는 것을 허락할 사람이 없다. 살던 곳을 떠나 푼돈을 들고 새로운 거처를 구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SH공사가 공급한 '강일 도시개발사업지구 특별공급 아파트'에 강일지구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는 공익사업이므로 원주민과 철거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일반분양가로 입주하라고 한다. 보상비 4000만~5000만원으로 3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사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강일지구(6410가구)는 '특별공급 아파트'라는 원주민과 철거민을 위한 특별공급 아파트 2331가구와 시프트 등 임대주택 4079가구로 이뤄졌으나, 정작 원주민과 철거민은 들어가지 못하는 고분양가가 책정되었다. 서민들과 원주민들의 주거환경을 높여주려고 지은 특별공급 아파트지만 정작 원주민과 철거민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별 분양가에 대해 SH공사는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은 공급방식에 대한 차이일 뿐, 공급가격까지 특별가격과 일반가격을 구분하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며 강일지구는 주변 시세보다 싸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별공급 아파트지만 가격은 특별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철거민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아래 공익사업보상법) 제78조 4항 적용을 내세운다. 공익사업보상법 78조 4항을 보면 “이주대책의 내용에는 지역조건에 따른 생활기본시설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78조 4항에 따르면 공익사업에 따른 이주민들은 생활기본시설을 보장받아야 하고 그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져야한다.

 

철거민 "이주민 생활기본시설, 사업시행자가 책임져야"

 

SH공사는 공익사업보상법에 대해서 “2007년 10월 17일 개정되어 2008년 4월 18일 이후 보상계획을 실시하는 사업지구부터 적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강일지구는 2005. 2월 이미 보상계획공고를 완료하였기 때문에 위 규정은 강일지구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특별공급)으로 충분히 보상을 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택지공급금액(9717억원)에서 택지조성원가(9153억원)와 건축손실(52억원)을 뺀 분양 수익이 512억원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부담금 1664억원을 감안하면 1152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한다. 손해가 크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제처와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은 다르다. 법제처는 2007년 6월, 특별공급 대상자가 공익사업보상법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익사업보상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생활기본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이주대책대상자에게 부담을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본래의 취지에 있어 이주자들에게 종전의 생활 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주기 위한 이른바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라고 덧붙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9월 답변에서 "공공시설 등의 설치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으로서 이를 이주자들에게 전가할 수 없는 것이며. 건축원가만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시정권고하였다. 이미 은평뉴타운 사업의 원주민들에게 특별분양 아파트를 생활기본시설 비용을 공제한 가액 이하로 공급하라고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고 밝힌다. 

 

SH공사는 법제처 유권해석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억울한 원주민들은 12월 1일부터 3일, 서울시청별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강일지구 입주자위원회 대표 이성민씨는 "임대주택 건설부담금을 철거민에게 씌우고 있다"며 "SH공사는 이주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거하기 전에는 분양가를 (3.3㎡당) 700만~750만원에 분양해 준다고 했는데, 토지비를 감정가로 책정하고, 생활기반시설 비용을 포함시켜 1040만원으로 책정했다"며 "처음에는 공익을 위하는 것처럼 하다가 분양할 때는 적자 볼 수 없다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한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서울시 태도를 질타한다. 소송을 벌일 돈과 소송할 동안 머무를 곳이 그들에게는 없다.

 

SH공사, 강일지구 임대주택 건설부담금 1664억원 손실 주장

 

 

12월 3일, 공익사업이주대책자 300여명은 시민들의 무관심과 서울시의 냉대를 받으며 마지막 집회를 열었다. 대다수가 60대 이상 노인들이 추운 날씨에 모여 약속을 지키라고 소리를 높였다. 김준철(가명·68)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 기껏 해봤자 몇 천에서 1억 정도 보상을 받았는데 어떻게 3억 5천에 입주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저희처럼 돈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분양가"라고 특별공급 아파트를 비판하였다.

 

12월 1일, 강일지구 입주자위원회는 서울시 주택국장과 면담을 하였고 부당하게 생각되거나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8일경에 답변을 받기로 했다. 입주자위원회는 국민들을 위한 공익사업에 국민은 없고 이득만 챙기는 SH공사가 태도를 바꾸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앞으로 펼쳐질 공익사업에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협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이 숱하게 지정되고 여기저기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기업 SH공사에서 벌인 강일지구 특별아파트만을 보더라도 30~40가구 밖에 계약이 안 될 정도로 이주대책자들은 계약을 못하고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다. 엄청난 액수의 건설투자는 어디로 갔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재개발을 하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태그:#강일지구, #뉴타운, #재개발, #공익사업이주대책자, #SH공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9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