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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똥집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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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것도 주는 거예요?"
"그럼요. 주고 말고요."
"그런데 왜 지난번에는 안 줬을까요?"
"손님들이 이야기를 안하면 우리도 가끔 잊어버리곤 해요."

닭집 주인은 지난번에 못드렸으니깐 그 몫까지 준다면서 닭똥집 3~4개를 넣어준다. 시장의 후한 인심이 절로 느껴진다. 4일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것이 움츠려진 몸이 확 풀어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닭집 앞에 2~3명의 여인들이 서있는 것을 보고는 나도 저녁에는 삼계탕을 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혓바늘이 돋을 정도로 피곤해하는 남편이 생각난 것이다. 며칠전 밤에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많이 지친 듯이 자는 모습이 걸렸었다. 그런데 그 여인들이 닭똥집도 달라고 하는 말에 나도 그것을 달라고 했다. 그동안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깨끗이 표장된 닭을 사다보니 닭똥집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닭집 주인이 "이거 손질 다한거니깐 씻어서 넣기만 하면 됩니다"하며 넣어준다. 작은 닭똥집 몇 개를 더 얻어 온 것이 왜그렇게도  기분이 좋은지.

 닭똥집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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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도 가볍게 집에 돌아와 보따리를 풀어 삼계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닭똥집을 씻으면서 불현듯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그렇지 엄마! '닭똥집을 무척 좋아하셨던 엄마. 예전에야 닭을 사면 닭똥집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닭똥집만도 따로 팔곤했었다.

그런 닭똥집을 사다가 곤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프라이팬이 볶아낸다. 그리곤 소주 한잔에 고달픈 삶을 달래보았던 엄마. 그 시절 난 엄마가 닭똥집에 소주를 드시던 모습에서 이제야 엄마의 고뇌와 외로움을 알 것같았다. 솔직히 그땐 그 모습을 일부러  본척 만척 했던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던 나도 이제는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는 안주는 다르지만 술을 한잔씩 하곤 한다.

그러면서 "엄마의 마음이 바로 이랬었겠구나"하며 어렴풋이 이해가 되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셀 수도 없이 자주 있는  일이 되고 말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2~3년전부터는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는 같이 하곤 했었다. 그러나 엄마는 우리앞에서 정도에 넘치게 술을 드시지 않아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이었다면 엄마와 함께 엄마가 좋아하시던 안주를 가운데 놓고 술 한 잔씩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용납이 안되었고 용기도 내지 못했었다. 말도 가려가면서 해야 할 정도로 엄하셨던 엄마.  무척 엄하셔서 살가움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들을 온실 속에 화초처럼 키우셨던 엄마. 한때는 우리들을 그렇게 화초처럼 곱게 키운 엄마를 원망도 해보기도 했었다. 차라리 방목해서 키웠더라면.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배부른 투정이란 것도  안다. 당신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면서도 자식들을 곱게 키우려고 애쓰셨던 엄마가 고맙고 고맙다.

 닭죽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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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계탕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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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집을 넣어서 그런가 삼계탕 냄새가 더 진하게 집안에 퍼진다. 식탁에 앉은 남편이 "어이게 뭐야? 닭똥집이잖아"하면서 얼른 입으로 가지고 간다. "당신 오늘 닭 몇마리 먹은 거나 다름없어. 닭똥집 하나 먹으면  닭한마리 다 먹은거나 진배없데" "그러게,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맛이 기가막히네. 졸깃졸깃 한 것이"하며  게눈 감추듯 닭 한 마리를 먹어치운다.

먹을 것이 넘치는 요즘, 남편도 저렇게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닭똥집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언제 언니가 오면 닭똥집을 사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소금과 후추가루만 넣어서 볶아봐야겠다. 그리곤 같이 늙어가는 언니와 옛날을 회상하면서 소주 한잔 해야겠다.  그날 엄마는 우리 옆에서  눈을 곱게 흘기면서 ,그래도 엷게 웃어주면서 "너희들이 언제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어.얼굴에 주름 좀 봐라!"하시면서 함께 해주시겠지.


태그:#닭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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