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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집들. 알고 보니 세금폭탄 때문에

 

암스테르담을 물의 도시라고 한다. 도시는 거미줄처럼 운하가 흐르고, 큰 건물 앞에는 어김없이 연못과 어울린다. 라인강 하구에 도시를 만들고 운하 옆으로 땅을 분양해서 15세기부터 건물이 지어졌다고 한다. 17세기 무역이 번성하면서 도시는 확장되고, 상인들이 몰리면서 주택품귀현상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집에서 세금을 거두어 들였는데, 집 지을 땅을 나눠주고서는 창문 갯수, 천장 높이, 계단 갯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작은 집들이 길고 직사각형으로 지어지면서 건물 간에 틈새가 없다고 한다.
 
이런 집들은 계단으로 가구를 올릴 수가 없어 건물 위에는 고리를 하나씩 달고 있다. 계단이 좁다보니 창문을 이용해서 짐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상점 간판이나 건물에는 ××× 표시를 해놓은 곳이 많다. 심지어는 경찰차에까지도 표시가 되어있다. 액션영화 <트리플엑스>에서 주인공 목뒤에 한 문신이 떠오른다. 네덜란드에서는 가장 무서운 게 물난리, 불난리 그리고 질병재난이라고 하는데, 이를 예방하는 부적이라고 한다. 개신교 국가에서도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는가 보다.

 

1520년에 만들어진 식당에서 먹은 점심

 

옛날 시가를 따라 걷는다. 비가 내린다. 하루에도 열 번을 바뀌는 날씨. 이곳에서는 비가 안 오는 날이 100일 정도 밖에 안 된단다. 흐린 날씨에 사람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열심히 걸어간다. 전차가 다니고, 자전거가 다니고, 차가 다니는 도로 위를….

 

점심을 먹으러 1520년에 만들어 졌다는 오래된 식당(Lady Haesje Claes)에 들어섰다. 500년이나 되어간다길래 무척 고풍스러울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느 식당과 별 차이가 없다. 벽에 세워놓은 청화백자 접시가 눈길을 끈다. 동인도회사를 만들고 네덜란드를 무역대국으로 만들었던 도자기 루트가 생각난다.

 

감자와 소고기 다진 네덜란드 전통 요리를 시켰다. 역시 먼저 나온 토마토스프는 무척 짜다. 통후추를 넣은 소스는 독특한 향을 낸다.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먹기는 잘 먹는다.

 

 

거스름돈을 잔돈으로

 

점심을 먹고 시내를 걸었다. 운하를 따라 운반된 꽃들을 파는 꽃시장(Bloemen Market)도 구경을 했다. 예전 우리나라 청계천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운하 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꽃가게들. 씨앗과 알뿌리를 우리나라 종묘상 모양으로 전시해 놓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작은 기념품상까지 겸하고 있다.

 

참 특이한 꽃들도 있다. 하지만 살 수가 없다. 꽃이나 알뿌리는 검역문제로 통관이 곤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 작은 나막신 모양의 기념품을 하나 샀다. 2.9유로. 10유로를 주니 잔돈 없냐고 한다. 없다고 하니 무척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5유로와 동전을 몽땅 준다. 20센트짜리로. 무척 황당하다.

 

 

꽃시장이 끝나는 곳에 문트탑(Munttoren)이 있다. 문트탑은 중세의 성벽 수비대였던 곳을 17세기에 화폐 주조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문트(주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EU는 유로화로 공통된 화폐를 쓰지만 동전은 뒷면에 각 국가마다 대표하는 문양을 새겨서 다르게 만든단다. 네덜란드는 베아트릭스 여왕이란다. 동전 뒷면을 보니 제각각이다. 하프, 신전, 사자 등등.

 

자유의 도시 담광장

 

오래된 시가를 따라 쭉 걷는다. 암스테르담 시가 특색은 운하를 따라 집들이 줄지어 있고, 가끔가다 시계탑이 있다. 처음 보면 고풍스러운 도시풍경에 놀라지만 계속 보면 일률적인 비슷한 모양의 집들에 질려버린다.
 

우리나라 명동과 같다는 중심가로 들어서니 옷, 신발 등 패션거리다. 화려함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쭉 따라 걸으니 담광장(Damrak)이 나온다.

 

광장에는 암스테르담 궁전이 있다. 17세기에 시청사로 지어졌는데 19세기에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으면서 왕궁으로 사용되어, 현재는 쓰지 않고 왕실의 영빈관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비둘기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같이 어울려 논다.

 

 

맞은편으로 탑이 서있다. 2차세계대전 때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위령탑을 세웠다고 한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탑이 있는 곳이 자유의 광장으로 이곳에서부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위령탑 바로 뒤에서부터 홍등가가 시작된다고 한다. 자유의 도시답다.

 

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암스테르담을 꼽는 이유란다. 남에게 방해만 되지 않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도박을 할 수 있고, 성매매가 합법화 되어 있으며, 동성애자가 합법적 결혼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네델란드란다.

 

암스테르담에는 홍등가가 200개 정도 모여 있으며, 관광명소라고 한다. 어젯밤에 잠에서 깨어 TV를 켜니 중간중간에 '섹스' 광고를 한다. 쓰리섬을 버젓이 광고하는 나라.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또한번 깜짝 놀란다.

 

 

모르핀 필요하세요?

 

중앙역 쪽으로 계속 걷는다. 모자를 눌러쓰며 걷는 나에게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모르핀(morphine)'을 속삭이며 다가온다. 황당하다. 내가 마약하게 보이나 보다. 호텔에서 면도기를 안준 덕에 수염은 일주일 정도 길었으니 살짝 거칠어 보이는 모습이 폐인처럼 보이는가 보다.

 

이곳에서는 마약도 암묵적인 허용을 한단다. 마리화나(marihuana-대마초)나 해쉬시(hashish-대마수지)는 통제하지 않지만 코카인(cocaine) 등 하드드러그는 통제한단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도 병원 의사소견서만 있으면 복지차원에서 시에서 마약을 공급해준단다. 근데 마약중독자들은 생활력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을 먹고 남은 것을 판매해서 생활해 나간다고 한다. 마약중독자까지 배려하는 복지정책이 대단한 나라.

 

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암스테르담, #네델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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