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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국 의회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의 인터넷 검열에 굴복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미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Google), 야후(Yahoo),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온라인 사업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제정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외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요구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0월 말 일제히 보도했다. 

 

 

이윤 추구 급급, 무비판적인 인터넷 검열 단행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온라인 사업을 하면서 자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외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삭제 요구에 암묵적으로 동조·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외국 정부에 제공하는 등 외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왔다.

 

구글은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특정 정보의 검색이 안 되도록 조치했으며, 중국 정부에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제공해왔다. 야후는 자사 이용자들의 이메일 내용을 중국 정부에 제출해왔고, 이메일 검열로 인해 이용자가 수감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난 3월 티베트인들의 시위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고, 터키 정부는 이슬람과 터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를 '모독'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문제의 원인은 이용자의 권리나 인권보다 자사의 이윤추구를 중요시했던 인터넷 기업들의 무한 이기주의에 있다. 지난 2006년 구글은 중국에서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정보접근 제한 규정을 맹목적으로 수용해 검색결과를 검열했으며, 특정 정보에 대한 검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이용자들의 정보 이용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다.  

 

구글 야후 MS,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 동참

 

이처럼 이윤 챙기기에 급급해 외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 이용자들의 정보 이용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오던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의 인권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동 대처하기로 함으로써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3대 인터넷 기업들은 지난 10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외국 정부의 요구와 이용자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담은 가이드라인,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Global Network Initiative)'을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인터넷 기업들과 인권단체들, 학자, 투자사들이 공동 참여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끝에 제정된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은 인터넷 기업들이 외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할 때 해당국의 정부가 사이트의 내용에 대해 검열 또는 삭제를 요구하거나,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무조건 따르기 전에 철저하게 조사·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은 현지 법률을 따르되 해당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는 요구를 할 경우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구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은 특정 국가의 정부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위협하지 않도록 기준과 관례를 만들어 기업들이 현지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에는 3대 인터넷 기업을 포함해서 세계언론자유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남캘리포니아대학 저널리즘스쿨 같은 인권단체, 교육기관, 투자사 등 약 24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추가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에 참여한 기업이나 단체들은 이용자들의 표현 및 이용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서비스의 투명성 확대, 새로운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인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평가, 직원 훈련 및 관리·감독을 위한 프로그램 설치 등의 의무가 주어진다.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에 참여함으로써 그동안 중국 등 외국에서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돼 정부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묵인하거나 동조했다는 비난여론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명의 실효성은 아직까지 미지수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기대가 실현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일각에서 이번 성명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실현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인터넷 기업들이 당장 외국에서의 기업 운영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성명에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에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행위에 대한 금지 방침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선언문의 주요 내용들이 애매하게 작성돼 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될 위험성이 있으며, 정책 실천도 기업의 개별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강제력이 없는 선언적인 성명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반체제 언론인의 인터넷 이용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해 결과적으로 2명의 중국인을 수감하게 만든 혐의로, 야후를 법원에 고소했던 세계인권연합의 미국 대표인 모튼 스클라(Morton Sklar)는 “지난 2년간 노력을 쏟아 붓고도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생산해내지 못해 실망스럽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이 성명이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직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성명을 통해 몇몇 국가에서 자행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가 알려지고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인터넷 기업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자발적인 기업윤리 선언문의 성격이 강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어 특정 국가의 인터넷 검열 행위를 강제로 차단할 수 없고, 사업상의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정부의 검열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 성명에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기업들이 적극 참여한 것은 그동안 해당국과 함께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사회적 비난을 벗어보려는 생색내기용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지금도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약 2% 이용자들의 검색결과를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럴듯하게 알려진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의 실천이 얼마나 멀고도 험난한 길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터넷 기업,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 #글로벌 네트워크 성명, #구글 , #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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