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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7일 오전 10시]
 

"돈 없는 사람 완전히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라! 반 토막 나면 차액 물어줄 거냐?"

 

26일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가 전한 건 최근 거센 비판을 받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식 투자 권유 발언을 다룬 게 아니다. 바로 "위기는 기회다, 지금 아파트 구입을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선>을 비롯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부동산 섹션을 통해 아파트 투자 정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들 신문은 25일~27일 약속이나 한듯 하루 간격으로 8면짜리 부동산 섹션을 발행했다. 특히, 25일(한국 시각) LA에서 이 대통령이 주식 투자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던 <중앙>은 이날 "고가 주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아파트를 구입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몇몇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일부 보수신문의 말을 믿고 아파트를 샀다가는 큰 화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중앙> "고가 주택에 관심 가질 때"

 

26일 <조선>은 '특집'이라는 이름을 단 8면짜리 부동산 섹션을 내놓았다. <조선>은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연말연시 아파트 쏟아진다'는 기사에서 "당분간 주택 경기 침체를 피할 순 없겠지만 멀리 보면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 발언을 인용하며 연말연초 분양하는 아파트 정보를 알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실장 이름으로 작성된 정보성 기사에서는 "추가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이 집값 상승보다 크면 기존 주택을 보유하는 게 현명하다"면서도 "중대형 주택으로 갈아타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 투자를 언급한 곳은 <중앙>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매체 <조인스랜드>를 운영하는 이 신문 역시 25일 8면짜리 부동산 섹션을 발행해 각종 분양 주택을 소개했다. 특히, '고가 명품 주택은 불황에 강하다?'라는 기사는 고가 주택 구입 권유로 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요즘이 고가주택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중략) 국내 부자들이 일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된 성동구 등의 초고층 고가 주상복합들에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이 기사에서 언급된 주상복합아파트는 한화건설의 '갤러리아 포레'다. 서울 성동구 뚝섬 서울 숲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이 아파트는 고분양가로 장기 미분양된 곳이다. 3.3㎡당 분양가가 서울 강북 지역에서 가장 비싼 4500만원대다.

 

27일 '특집' 부동산 섹션을 발행한 <동아>는 '침체기에도 발길 몰리는 이곳은? 알짜 물량지역!', '경전철 노선따라 찾아볼까...인근 지역 분양물량 눈여겨볼 만', '분양권 매수, 청약경쟁률 높았던 지역부터 노크' 등의 기사를 통해 분양권 매입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부동산 정보업체도 "지금 집 사면 손해볼 가능성 높다"

 

조중동의 말을 듣고, 아파트를 구입하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전광섭 경희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외래교수는 "지금 집을 왜 사느냐"고 말했다. 그는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거래가 없이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있는 집도 팔아야 한다, 유인책이 더 나올 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남영우 KB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외 환경이 안 좋고, 심리가 많이 위축돼 매수세가 많지 않다"며 "아파트값은 미국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 하에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 회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아파트를 매수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마저 불확실해서 내년엔 최악까지 갈 수 있다"며 "2006년 오르는 분위기에서 대출 끼고 집 산 사람들이 고생한다, 그때를 교훈 삼아야지, 투자 유도는 위험하다"고 밝혔다.

 

몇몇 부동산 정보업체에서도 "지금은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은경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리서치팀장의 경고다.

 

"폭락은 아니더라도 내년 계속해서 집값이 떨어진다. 회복시점은 무의미하다. 내년 금융위기가 해소된다 해도 공급물량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부동산 값이 상승세를 보이지 않으리라 본다. 지금 어디가 유망하다는 얘기가 의미 없다. 잠재적 리스크가 많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구입 권유... 그 이유는 부동산 섹션에

 

26일 사설을 통해 MB 주식 투자 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한 조중동은 왜 아파트 구입을 권유한 것일까? 이들 신문의 부동산 섹션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조중동이 25~26일 각각 8면으로 발행한 부동산 섹션에서 부동산 전면광고는 똑같이 3개 지면에 달했다. <조선>의 나머지 지면 역시 SK건설·쌍용건설 등 기사에 소개된 아파트의 건설업체 광고가 실렸다. <중앙> <동아>의 나머지 지면도 마찬가지였고, 광고성 기사도 많았다.

 

부동산 섹션이 아니더라도 이들 신문의 부동산 광고 비율은 작지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0월 '조중동'의 전체 광고지면 가운데 부동산 광고의 비중이 각각 23%, 18.22%, 16.32%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한겨레>이나 <경향신문>은 2~3%대였다.

 

이와 관련,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0일 언론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신문이 경제 문제 핵심인 부동산에 대해 정부 추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신문이 골병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광고가 광고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네이버 아이디 'life2654'는 <중앙> 기사에 대해 "광고야 기사야, 완전히 얼굴에 철판 깔았네"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kkdmse'는 "얼마나 안 팔렸으면 이런 기사로 한번 띄워볼까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사를 빙자한 광고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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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동산, #조선일보, #중앙일보,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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