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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시내 풍경
 암스테르담 시내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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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없던 유럽 나들이

회사에서 현지조사차 출장을 갔다 오란다. 그것도 일주일씩이나. 내심 잘됐다 싶었는데 일정을 보니 너무 힘들다. 한 나라도 아니고 세 나라나 들렀다 오는 것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이동하는데 거의 대부분이고, 현지 조사일정 소화하고 나면 둘러볼 시간이나 있을까?

외국 나간다고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작은 여행 가방에 90%정도 옷을 채우고 세면도구와 책 한 권. 그리고 카메라. 뭐 빠진 게 없나? 너무 간단해서 허전하기만 하다. 그래서 작은 가방 하나 사서 어깨에 걸었다.

11시간 반을 날아 암스테르담 하늘을 날고있다.
 11시간 반을 날아 암스테르담 하늘을 날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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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길에는 휴게소가 없다

밤새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을 준비한다. 마음이 설렌다. 네덜란드까지는 8572㎞. 비행기로 11시간 45분이나 걸린단다. 하루의 반나절을 하늘에서 보내야 한다. 오랜 시간 비행에 대비해서 책 한 권도 준비했다. 창가로 달라고 했더니 날개 한 가운데로 주었다. 밉다.

비행기는 하늘로 오르고 구름 위로 떠오른다. 아래로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새하얗게 빛나는 구름이 아름답다. 책을 펼치니 잠이 온다. 잠깐 잔 것 같다. 깨어보니 중국 상공을 지나고 있다. 밤새 시달렸는데도 마음이 들떠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잠깐 자고 일어나면 몽고를 지나고 시베리아 상공을 날아가고 있다. 가도 가도 지루한 하늘 길. 아름다운 경치 감상을 기대했건만, 승객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창문을 가려야 한단다.

창가에 있다 보니 화장실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옆에 앉은 분들이 일어나야 나갈 수 있다. 잠이라도 자고 있으며 부탁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장시간 비행할 때는 통로에 앉아 가라고 했는가보다. 휴게소라도 들렀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늘 길에는 휴게소가 없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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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앞 풍경. 빨간 시내버스가 우리나라 시내버스와 너무나 닮았다.
 공항 앞 풍경. 빨간 시내버스가 우리나라 시내버스와 너무나 닮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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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게 다가온 풍경들

암스테르담이 내려다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 풍경과 반듯반듯한 농지들은 우리나라와 많이 닮았다. 그리고 잠시 후 공항 활주로에 내려선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짜증과 피로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풍경에 익숙해지려고 부지런히 눈길을 돌린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유럽의 관문이라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공항이다. 출국은 간단하다. 도장 하나 찍으면 끝.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신선하다.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 공항 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공항 밖에서는 기다리는 빨간 버스라든지 원색이 강한 주변 색감에 신선함을 느낀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도시 풍경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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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가 다닌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전차가 다닌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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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점심만 세 번

점심을 먹으러 간다. 도심을 지나 식당으로 가는 길. 신도시와 구도시의 구분이 안 되는 나라다. 집들이 비슷비슷한 형태로 길과 운하를 사이에 두고 줄줄이 붙어 있다. 식당은 네덜란드 전통식당이라는데 천변에 있다. 식당에 들어서니 깨끗하다는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멋있는 식사를 할 거라는 막연한 선입관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네덜란드 식당의 특성은 사람이 오면 그때부터 기다리며 먹어야 한단다. 스프가 나오는데 완전 소금이다. 스테이크는 핏물이 무척 많이 나오고 반찬은 없다. 야채샐러드에 대충 먹으란다. 후식으로 나온 케이크은 무척 달다. 내가 네덜란드에 살지 않은 게 다행이다.

오늘 하루에 점심만 세 끼 먹었다. 공항에서 아침을 먹고, 비행기에서 기내식 두 끼를 먹었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또 점심을 먹었으니 점심만 세 끼다. 저녁까지 먹게 되면 하루 다섯 끼를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8시간 차이가 난다는데 하루가 정말 길다.

도시를 거무줄처럼 연결시키는 운하. 그리고 양쪽으로 줄지어 들어선 집들
 도시를 거무줄처럼 연결시키는 운하. 그리고 양쪽으로 줄지어 들어선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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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많지 않은 한적한 도시풍경.
 차가 많지 않은 한적한 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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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행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이름에서부터 동화적인 느낌이 잔뜩 묻어나는 이국적인 도시다. 인구 75만이 사는 네덜란드 제1의 경제도시란다. 하지만 높은 건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산이 보이지 않은 넓은 평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계획도시라고 한다. 90개의 섬이었는데 도시를 만들고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165개의 운하를 만들었다고 한다. 12세기부터 강 하구를 메워 만들어진 도시는 붕괴의 위험 때문에 대부분 건물이 5층 높이 정도다.

도로는 전차가 다니고 아주 오랜 옛날로 들어온 느낌이다.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도로를 뒹굴고 있지만 치우지 않는다. 덕분에 아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날씨는 도시 분위기처럼 잔뜩 흐려서 과거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문득 낮선 도시에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쌀쌀하고 잔뜩 흐린 날씨지만 도시는 활기가 있다.
 쌀쌀하고 잔뜩 흐린 날씨지만 도시는 활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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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암스테르담,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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