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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고양세무서에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고양세무서 나눔 장터' 행사가 있었습니다. 250여명의 고양세무서 직원들이 달콤한 휴일도 반납한 채 출근해 한 달여 동안 모은 기부물품을 1층 로비와 주차장에 펼쳐놓고 직접 판매원으로 나섰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그린 색 앞치마를 걸치고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판매대를 지켰습니다.
 
 

고양세무서의 아름다운 행사에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재능을 기부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MC 박수홍님은 사회를 자청했고, 가수 양희은님은 참가자들에게 노래를 선물하고 배우 나문희선생님은 구매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어린이들에게 '착하고 똑똑하다'며 일일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양시의 주민이기도 한 나문희선생님은 모범성실납세자로 선정되어 기획재정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분으로 납세의 의무를 즐겁게 솔선할 뿐만 아니라 자선행사에 대량의 물품을 기증하고 직접 행사장에 나오셔서 시간까지 기부하는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평소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봉사를 실천하고 계신 서예가 소엽 신정균선생님께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훈을 써주며 나눔 실천에 앞장섰습니다. '꿈과 땀이 있고 사랑이 샘솟는 집',

'즐겁게 감사하며 자연스럽게', '성실, 존중, 사랑', '밝은 웃음' 등 집안의 가족들이 함께 결정해서 실천을 다짐하는 가족의 가도(家道)가 예쁜 화선지에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짙은 먹으로 쓰진 작품을 건네받은 가족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소엽선생님은 선의(善意)를 머금은 작품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칭찬과 포옹으로 가슴의 뜨거운 사랑의 고동(鼓動)까지 함께 전했습니다.

 

옆에서 팬 사인회를 마친 개그맨 박수홍님도 소엽 선생님으로 부터 자신의 웃음 철학을 작품으로 써서 받았습니다. '의미 없는 웃음보다 의미 있는 눈물을 주자'

 

이 분이 늘 가슴에 간직한 이 철학을 알고 나면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은 웃음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었음을 되새김하게 되고, 바쁜 그가 이 자선 행사에 왜 기꺼이 시간을 할애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도 합니다.

 

 

고양세무서가 이처럼 나눔에 앞장서게 된 작은 계기는 이정길 현 세무서장님이 새로 부임한 첫날 직원들과의 상견례에서부터입니다. 강당에 도열한 250여명의 직원들은 관례처럼 새로 오신 서장님이 얼마나 엄숙한 분이며 그 권위에 어떻게 순응해야할 지를 가늠하며 서장님이 단상에서 하실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 서장님의 입에서 나온 취임사는 딱 한마디 "직원 여러분, 사랑합니다!"였습니다.

새로 오신 서장님의 파격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모든 직원들의 생일을 챙겨서 모두에게 꽃을 선물하며 직원들과의 밀착에 힘썼습니다.

 

"서장님은 햇볕의 강렬함뿐만 아니라 달빛의 부드러움으로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규옥 재산세1과장님의 말씀처럼 달빛의 부드러움은 모든 세정에 반영되고 고양세무서의 직원들이 진정으로 납세자들에게 '사랑합니다!'를 말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고양세무서의 흰색 차가운 대리석 벽에는 다른 세무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구호가 붙게 되었습니다.

 

"힘내세요 납제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양세무서 직원 일동의 이름으로 걸린 이 구호는 이제 직원과의 화합과 유대를 넘어 진정으로 납세자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실천에 다다르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오늘의 나눔장터는 바로 직원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랑합니다'의 첫 대외적 표현인 것입니다.

 

 

고양세무서 직원들의 변화는 세무서를 한 번 방문하신 분이라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세무서 건물외벽의 사랑을 다짐하는 격려문구외에도 서장실 입구의 벽에 사진과 함께 "고양세무서장 이정길입니다.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펼치겠습니다. 불편한 사항은 항상 전화 또는 방문하여 주십시오. 언제든지 성실하게 처리하여 드리겠습니다."라는 문턱을 허무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이 문구들은 서장실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과에도 재산세과에도 동일하게 붙어있습니다.

 

 

이즘 유가 환급금 신청 때문에 모든 세무서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때에 이것을 돕고 대행해주는 공간을 강당에다 만들고 복도에 청색테이프로 유도선을 만들어 놓아 민원인들의 발걸음을 한 발이라도 줄이도록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민원인 여러분! 깊어가는 가을 충만한 마음으로 상담해드리겠습니다. 소득세과 오상현" 등 직원들도 작은 성심의 문구를 민원인들이 출입하는 곳에 달았습니다. 2층의 구내식당은 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민원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언제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3500원의 이문을 남기지 않는 직원들을 위한 식당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사랑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군림하는 고압적인 모습으로 사랑을 얘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고양세무서의 곳곳에서 발견하는 코가 땅에 닿도록 허리 굽힌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세무서가 '나의 땀의 결과를 뺏어가는 가까이 할 수 없는 곳'에서 '내게 행복을 되돌려 주는 곳'으로의 이미지가 바뀔 수 있는 실천하는 사랑의 결과일 것입니다. 고양세무서에서는 1층의 접근이 가장 편리한 곳에 민원인과 인근 모든 주민들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검은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은하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묵묵히 자신의 땀을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나누는 납세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납세자 모두는 밤하늘의 은하수입니다.

 

고양세무서 직원들은 나눔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재활용자선가게'를 운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와 '뷰티플 파트너'를 맺었습니다. 그래서 판매수익금과 미판매 물품 전부는 아름다운가게에 기탁됩니다. 나눔도 더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는 이 방법을 찾아낸 이석봉소득세과장님의 얼굴에는 하루 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눔은 이렇게 사람을 신나게 하는 일입니다.

 

기부와 나눔은 꼭 물건이나 금전을 내놓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런 재활용 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기부의 실천입니다.

 

저는 각 나라를 배낭여행하는 동안 수많은 자선가게들을 만났습니다. 배낭의 무게를 가능한 한 줄여야하는 독립여행자인 저로서는 필요한 물건을 이런 자선 가게에서 싸게 구입하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물건을 그곳에 기부하곤 했습니다. 세계의 골목을 걷다보면 미국의 굿윌스토어(Goodwill store)와 영국의 옥스팜(Oxfam), 일본의 생활협동조합 외에도 도처에서 나눔가게인 'Thrift shop'이나 'Charity shop'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새것보다 헌것이 더 좋습니다. 옷만 하더라도 헌것은 우선 미안할 만큼 싸고, 새것이 가진 유해할 수도 있는 화학물질이 충분히 빠져서 건강합니다. 새것이 주는 튀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전 주인의 선의가 담긴 그 물건은 또한 저를 선하게 만듭니다.

 

순환과 재활용이 가져다주는 지구의 유한한 자원에 대한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큰 역할을 접어두고라도 유행 지난 옷으로 새로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골목과 광장에서 만나는 벼룩시장(Flea market)과 구제가게(Secondhand shop)를 지나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연말과 연초 수많은 우편물을 받게 됩니다. 가장 많은 것이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 등이지요. 그 많은 우편물 중에 제가 가장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름다운 가게'와 '월드비전'에서 보내오는 편지입니다. 아름다운 가게의 편지에는 기부천사에게 감사하다는 내용과 올해 얼마나 많은 수익이 발생했고 그것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꼼꼼하게 적혀있습니다. '천사'라는 말, 육신을 가진 사람이 '천사'라고 호칭될 수 있는 이 즐거움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월드비전은 가난 퇴치와 대형 재난에 긴급구호와 재건사업을 진행하는 기독교 국제구호기구입니다. 그 편지 속에서는 저희 가족이 매달 이체하는 작은 돈이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 쓰였으며 그 것이 그에게 어떤 변화와 희망을 주었는지를 꼼꼼하게 적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의 육필 감사편지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후원자님 덕분에 이제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글씨를 배워 편지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아프리카의 한 어린이가 삐뚤빼뚤하게 쓴 편지를 받는 기쁨을 어떤 사치와 바꿀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정당한 방법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야하는 이유, 그것은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부와 나눔의 자발적인 선의는 개인에게는 행복이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입니다.

 

세밑의 찬 공기가 더욱 매서워지는 이때, 고양세무서의 '사랑합니다'가 이 사회 곳곳에 가득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질 한 들판에서의 나비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서는 토네이도가 유발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고양세무서장님의 '사랑합니다'라는 한마디의 나비의 날개짓이 오늘 고양세무서 전직원의 '사랑합니다'가 되었고, 가까운 미래에 국세청의 전국 세무서 104곳에서 '사랑합니다'를 진심으로 말하는 토네이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관련사이트바로가기

고양세무서 | http://j.nts.go.kr/gy

아름다운 가게 | www.bstore.org

월드비전 | http://worldvision.or.kr

옥스팜 | www.oxfam.org.uk

굿윌 | www.goodwill.org

덧붙이는 글 | 저의 개인 블로그(www.travelog.co.kr)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태그:#고양세무서, #국세청, #나눔장터,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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