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아이들은 가지고 놀 것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천박한 상술 때문에 아이들 몸이나 정서에 좋지 않은 놀이감과 인터넷 게임이 허다합니다. 종종 인터넷 게임 중독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중국산 수입장난감과 놀이터의 놀이기구, 모래에서 검출된 중금속 때문에 소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촌동네라 예전에 우리 동네에는 놀이터가 없었다. 그네를 타려면 학교까지 가야했다.
 촌동네라 예전에 우리 동네에는 놀이터가 없었다. 그네를 타려면 학교까지 가야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제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에 놀이터 조차 없었지만, 구슬과 놀이딱지, 나무작대기만 있으면 그것으로 하루종일 신나게 동생과 동네 아이들과 마당에서 숲속에서 뛰어놀 수 있었습니다. 구슬치기 하다 싫증나면 딱지치기와 한발뛰기, 벽돌치기를 하거나, 나무토막을 잘라 자치기를 하거나 냇갈에 가서 미꾸리나 피라미를 잡기도 했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날이 추워져도 동네 형들과 또래아이들이 놀만한 것들은 참 많았습니다. 추수를 끝낸 논에 얼음이라도 얼면 얼음지치기를 하거나 빙판 위에서 제대로 얼음땡놀이도 하고, 굵은 철사를 널반지 밑에 붙여 썰매를 만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고 놀았습니다. 콧물이 흐르고 코끝과 양볼이 빨개져도 뛰어노느라 추운줄 몰랐습니다. 날이 꽤 추우면 지푸라기와 메마른 나뭇가지를 주워다 한편에다 불을 지피고, 집에서 가져온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했습니다.

밭에서 캐와 날마다 해먹는 군고구마. 낡은 후라이팬을 이용하면 된다.
 밭에서 캐와 날마다 해먹는 군고구마. 낡은 후라이팬을 이용하면 된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면 방구석에 잠들어 있던 얼레를 깨우고, 댓가지와 창호지를 준비해 "아싸" 가오리연을 만들어 날리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국민학교 미술시간에 방패연이나 가오리연을 만드는게 매학년마다 있었던 듯 싶습니다. 연날리기 대회도 열었고요.

학교에서 여러차례 만들어 본 연이라서 어렵지 않게 연줄을 꿰어서는, 건너마을로 넘어가는 언덕위에 올라 아이들과 연을 날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오가던 동네 할아버지와 아저씨들까지 몰려와 연날리는 것을 구경하거나 아이들의 연을 받아 대신 날려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 찾아든 공원 모습
 겨울이 찾아든 공원 모습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동네 어르신들이 산책을 하고 돌아가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산책을 하고 돌아가고 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신나게 연을 날리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낙엽이 모두 떨어진 나무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려 연줄이 끊긴 가오리연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긴꼬리를 찬바람에 힘없이 휘날리는 연은 종이가 아닌 코팅된 비닐 재질이었는데, 나뭇가지에 찢기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내걸려 있었습니다. 나무꼭대기 맨 위에 내걸려 구출할 순 없었지만, 가오리연을 한참 지켜보다보니 노랫말이 저절로 흘러나와 파란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겨울나무에 꽉 잡힌 가오리연이 눈에 띄였다.
 겨울나무에 꽉 잡힌 가오리연이 눈에 띄였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찬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연
 찬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연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모양새은 온전했다. 알록달록한 꼬리가 엿보인다.
 모양새은 온전했다. 알록달록한 꼬리가 엿보인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시간내어 연을 만들어 날려봐야겠다.
 시간내어 연을 만들어 날려봐야겠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 #겨울, #놀이, #장난감, #추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