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늦가을 날씨치고는 햇살이 아주 따뜻했다. 포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찰인 내연산 보경사를 다시 찾았다. 자주 가는 곳이지만 유적을 눈 여겨 본 적은 별로 없어 이번에는 좀 자세히 살펴 보았다.
현재 일주문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어느 정도 형태는 다 갖추었고 조만간 채색을 입히면 면모가 드러날 듯하다. 불이문을 지나면 길가에 여러 개의 비석이 줄지어 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만 갔는데 이번에 자세히 보니 단청 축대 불사기, 옴 마니 반메 훔 한글비석, 아미타불 염불비, 육자대명주비 등이 있다. 조금 옆 보호각에는 김설산 설산당 공덕비가 있다.
천왕문에는 양 옆으로 내연산 보경사란 현판이 있었다. 천왕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방목이라는 것인데 동물 사자상이 새겨져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정면에 오층석탑이 보인다. 몸돌에 새겨진 자물쇠 문고리 모양은 아주 사실적이다. 적왕전 앞에 있어 금탕탑이라 불린다고 한다.
바로 앞에는 적광전이 있는데 지붕 한 중간 기와에만 청기와인지 다른 기와가 눈에 보인다. 내부에는 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시고 있는데 아마 통일신라 후기 불상으로 추정된다. 좌우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도 역시 천왕문에서 보았던 신방목이사자상으로 새겨져 있고, 바닥에 둘레돌인 고막이돌은 다 녹유석 청옥돌이라 한다.
적광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범종각이 있었다. 1층에는 범종이 2층에는 법고와 목어가 있다. 범종은 다소 조형미가 떨어지는 근래 종이나 전체적으로는 성덕대왕신종을 그대로 모방하여 조성한 곳으로 용뉴는 그나마 볼만 하다.
적광전 뒤에는 대웅전이 있고, 내부에는 석가모니불과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 건물 뒤편에는 부처님의 공양을 마련하는 비사리구시가 있는데 약 4000명분을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8폭의 화면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전, 원진국사 진영을 봉안한 원진각, 산신각,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16나한을 모신 영산전, 응진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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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진각에 모셔진 원진국사상 원진각에는 원진국사를 비롯하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12명의 고승 영정이 그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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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에는 보물 430호 원진국사비가 있는데, 등 껍질에는 임금왕(王)자가 새겨져 있다. 입에 물고 있는 둥근 여의주와 전체적인 조각이 고려시대 특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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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진국사비에 왕자 원진국사비에는 임금王자가 등껍질에 새겨져 있어 국사의 권위를 엿 보겨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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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의 자태가 그대로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둘러보는데 3시간 정도 소요 되었다. 그냥 스쳐 잠깐 보던 것을 꼼꼼히 설명을 들어 가며 둘러보니 또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이고 안목이 달라졌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늘 열린 공간이었다. 새롭게 다가선 보경사에서 이제 우리 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