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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기업, 에너지마스타의 수소에너지 상용화기술이 사기였다'는 내부자 고발이 제기된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서 기술검증 차원에서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에너지마스터 사건이 권력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시켜려 했다는 점에서 '제2의 황우석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마스타의 전직 간부·직원과 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온 진보신당은 청와대·지식경제부·국무총리실의 관계자가 각각 지난 8월과 10월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무총리실 관계자의 방문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청와대·지식경제부 관계자의 방문 여부와 관련한 진술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10월 국무총리실 측 관계자 3명 방문... "물로 가는 자동차 확인하러 갔다"

지난 2006년 코엑스(COEX)에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 출품한 해당업체의 '세계최초 물로만 보일러' 하지만 이 제품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했다.
 지난 2006년 코엑스(COEX)에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 출품한 해당업체의 '세계최초 물로만 보일러' 하지만 이 제품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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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국무총리실 측 관계자들이 전북 완주에 위치한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날 연구소를 방문한 관계자들은 국무총리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 저탄소사회정책관실 소속 과장 1명과 전문가 2명 등 총 3명이었다.  

국무총리실 측의 방문에는 조영재 전 자민련 의원(15대)이 주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현 국무조정실) 국장을 지낸 조 전 의원은 당시 에너지마스타의 회장으로 영입된 상태였다. 그는 박철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국무차장을 만나 에너지마스타가 개발했다는 기술을 소개하고 기술검증과 지원을 부탁했다.

조 전 의원은 총리실 측에 "'에너지마스타'라는 기업이 세계 최초로 물을 이용해 수소보일러·수소가스렌지 등을 만들었고, 특히 시속 150㎞의 수소자동차도 개발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의 경사"라며 "우선 언론과 환경단체 등을 불러 올 10월 말에 수소자동차 시연을 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총리실 측은 "시연에 성공하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 각종 시상 내역
 해당 업체 각종 시상 내역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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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한승수 총리와 총리실에 '이 기술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기술이다, 이 기술이 검증되면 우리나라는 기술 초강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지난 10월엔가 한승수 총리가 대전 카이스트에 특강을 하러 온 일이 있다"며 "그때 내가 '진짜 수소에너지 기술이 나왔는데 총리실에서 점검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길제 에너지마스타 대표도 "지난 10월 국무총리실의 저탄소정책 관련 관계자가 박사급 전문가 2명을 대동하고 연구소를 방문했다"며 "국무총리실이 우리 기술에 관심이 있으니까 관련 부서에 얘기해서 방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우리 기술은 우리나라를 400~500년 먹여 살릴 기술로 전자, 화학, 재료·금속공학 등을 전공해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데 방문한 사람들은 우리 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 기후변화대책기획단의 한진현 국장(저탄소사회정책관)은 20일 "에너지마스타 쪽에서 (물을 에너지원으로 해서) 시속 180㎞로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과장 1명과 연구원의 전문가 2명을 내려보냈다"며 연구소 방문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한 국장은 "물로 가는 시속 180㎞ 자동차를 개발했다면 그것은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그런데 자동차는 안 보여주고 물 연소기 등 시제품만 보여줬고, 성능시험이나 시연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수소자동차 시연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에너지마스타 측은 현재 '과학기술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지식경제부도 방문했다"... 청 "처음 듣는 얘기"-업체 "사실 아니다"

국무총리실의 방문에 앞서 지난 8월 청와대 관계자 등이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에너지마스타의 한 전직 간부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8월께 3명의 청와대 사람들이 와서 기술부장 등 3명의 직원이 연구소를 안내했다"며  "수소보일러·수소가스레인지 등 우리 제품을 조사하듯이 훑어보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스스로 청와대에서 왔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사장이 '청와대 사람들'이라고 했다"며 "당시 우리가 사진을 찍어 회사 컴퓨터에 저장해놓았기 때문에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하면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또 다른 전직 직원은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청와대에서 3명, 지식경제부에서 4명 등 총 7명이 연구소에 왔다"며 "이들은 사장하고 얘기를 나누고 전시실을 보고 갔다"고 좀더 자세한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당시 사장이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등 서울에서 손님이 오시는데 길을 모르니까 에스코트 좀 하라'고 지시해서 제가 그 분들을 마중나간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길제 대표는 "청와대가 연구소를 방문한 적은 없다"며 "전직 간부 등이 추리소설과 같은 악담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경제수석실 등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에 따라 나간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 지난 10월 시정연설에서 '수소에너지 원천기술' 언급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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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은 정부 측에서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수소에너지 원천기술'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국회 시정연설'에서 "비록 우리가 산업혁명의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환경 혁명의 수소시대만큼은 원천기술 개발로 우리가 앞서갈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마스타 측은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자신들의 '수소에너지 상용화 기술'을 염두에 두고 나왔다고 홍보했다.

한 피해자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회사 측은 대리점을 모집하는 자리에서 '청와대가 우리 기술을 인정했다'며 투자를 독려했다"며 "결국은 에너지마스타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상대로 사기행위를 한 것이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사기꾼한테 놀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에너지마스타 측은 물을 연료로 쓰는 혼합수소가스 발생장치 상용화 기술을 적용한 수소보일러·가스레인지·온풍기 등 모두 12개의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고 홍보해왔다. 오는 12월 초에는 시연회까지 열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한 전직 간부는 "12개의 전시용 제품은 모두 제작에 실패해 조작한 것이고 가짜 물품에 회사 상표를 부착한 것으로 상용화할 수 없다"며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측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에너지마스타 쪽을 접촉했지만 '말도 안 되는 기술'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2년 전 청와대의 관련 민원에 자문하기 위해 이 업체 관계자들과 만난 적이 있었다"며 "그 때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더니 무슨 기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논리까지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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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에너지마스타사건, #조길제,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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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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