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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진보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과 공동으로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해 평가하고, 오바마정부의 정책방향을 분석하며,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망하고 제언하는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두번째 글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이 집필했습니다. 이 글의 원문 및 관련 자료는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www.knsi.org)에서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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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부시 흔적 지우기

국제정치학자들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외정책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얘기라는 사람이 있다. 이념적으로만 따지면 양당이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대외정책에서는 이라크전쟁이나 대북정책, 한미FTA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 형성된 작은 구름조각이 태평양을 건너면 폭풍우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클린턴 행정부 8년간의 정책이 이은 부시행정부에 들어와 대부분 뒤엎어졌던 것처럼, 지지율 20%대에 머문 부시행정부의 뒤를 잇는 오바마 행정부가 기존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오바마진영의 외교안보공약을 총괄 지휘한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향후 미 차기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특징을 'Before Bush, After Bush(BBAB정책)'로 요약했다. 오바마 차기정부의 대외정책은 부시 이전의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으로 되돌아가고, 부시 이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바마 정책은 부시 8년간의 정책을 철저히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차기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오바마 당선인 역시 미국 대외정책의 제1목표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동일하게 규정했다. 오바마는 지난 7월 15일 워싱턴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연설을 통해 차기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 이라크전쟁의 책임있는 종료 ▲ 알 카에다, 탈레반 전투의 종식 ▲ 테러집단, 불량국가로부터 핵안전 확보 ▲ 진정한 에너지안보의 확보 ▲ 21세기 도전에 맞선 동맹관계의 재구축의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외정책은 같지만 운용하는 방식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에서 '국제협조주의'로, 군사력 위주의 '하드파워'에서 경제재건, 안정화 지원과 같은 소프트파워가 결합된 '스마트파워'로 바뀌게 될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방식도 군사력을 동원할 뿐만 아니라 극단주의 세력을 키우는 환경의 제거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공산주의가 서유럽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던 마샬플랜과 같이, 국제테러망을 분쇄하기 위해 '공유된 안보동반자프로그램(SSPP)'을 신설하고 2012년까지 대외원조액을 500억 달러로 배증하여 실패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방국들에게 이 부담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Ⅱ. 아시아중시정책

미국 차기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아시아정책이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아시아중시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진영의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팀장(미 상원 외교관계위 전문위원)은 10월 2일 워싱턴 한인 오바마 지지모임에서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처음 순방하는 지역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되길 바란다"면서 아시아중시의 정책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8월 7일에 발표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국‧일본‧호주 및 인도와도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를 통해 기후변화와 같은 공동관심사에 협력하고 개방과 시장경제화를 더욱 촉진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바마 당선자는 매케인과 같이 아시아중시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입장은 상이하다.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중국을 활용해 아시아지역의 번영과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내수도 중시하는 균형성장(balanced growth)을 통해 공정한 교역을 이루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오바마는 양자합의, 간헐적인 정상회담, 6자회담 같은 임시적인 대화장치를 뛰어넘어 새롭고 항구적인 아시아 집단안보체제(new and lasting framework for collective security in Asia)를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높이고 초국가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에서 보다 효과적인 지역 틀(regional framework)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안보의 틀 속에서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관리해 나간다는 구상인 것이다.

작년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작년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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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한미동맹과 한미FTA

오바마정부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는 데는 기존 미 행정부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지난 2003년부터 기존의 냉전형 동맹에서 21세기형 동맹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해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산재했던 미군기지의 2개 허브기지로의 이전·재배치 등 재조정 협의를 마친 상태이다. 올해 들어 미국측의 정책변화로 주한미군의 감축 동결(2만5000→2만8500명)과 주둔기간의 연장 조치(1년→3년)가 추가로 취해졌다.

이전된 미군기지의 환경 치유 문제, 방위비분담금 및 미군기지 이전비용 문제와 같은 세부조정작업이 남았지만 동맹관계를 뒤흔들 정도의 중대한 현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오바마 당선인이 이라크 미군을 조기에 철군하면서 아프간전쟁에 몰두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에 '비전투 지원(non combat help)'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 5~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 파병문제를 꺼낸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토동맹국으로부터 병력 파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투병의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오바마 당선인이 일방주의보다 국제협조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파병을 원치 않을 경우 미국이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테러와의 전쟁에 드는 비용의 분담과 국제테러망의 분쇄를 위한 SSPP 참가, 실패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경제원조의 제공 등 경제적 부담을 요청해 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도 공적개발원조(ODA)의 증액을 포함해 '기여외교'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를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에서 한미FTA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한미FTA의 발효를 통한 수출증대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몇 차례나 자동차 추가협상이 없는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현재 행정부 뿐만 아니라 미 상하 양원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있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FTA의 조기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작년 10월 4일 오후 노무현이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환송 오찬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작별인사를 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작년 10월 4일 오후 노무현이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환송 오찬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작별인사를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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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북핵문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오바마 차기행정부가 들어설 때 가장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대북정책 쪽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후보시절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이란의 지도자와의 조건 없는 대화와 같은 직접외교(Direct Diplomacy)를 강조해 왔다. 독재국가의 지도자와도 대화하겠다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무대로 이끄는 동시에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를 추진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의 동맹국과 친구 뿐 아니라 시리아,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같은 우리의 적들과도 강력한 외교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나는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며 준비는 하되 조건은 없이 만날 것이다. 나는 이들 지도자들에게 그들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할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게 북한의 핵개발로 이어졌고 (그제야) 대화를 해야만 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6자회담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진전을 이뤄냈고 북한으로 하여금 (무기를) 내려놓게 했다." (오바마 후보의 사우스다코타 기자간담회, 5월17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커뮤니케>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해 ▲ 북-미관계의 전면적 개선 ▲ 정전협정의 공고한 평화보장체계 전환 ▲ 호혜적인 경제협조와 교류 ▲ 회담기간 중 미사일 발사의 유예 ▲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한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 인도주의 분야에서의 협조 ▲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에 합의하였다.

실제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같은 달 25일 평양을 방문했다. 비록 직후에 있었던 미 대선에서 부시 당선인측이 반대하여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되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무엇보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누지 한반도팀장은 10월 2일 한 모임에서 "오바마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 협상을 포함해 모든 외교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적극적인 양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벌써부터 페리 전 국방장관이나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대북 특사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구상이 실현되어 고위급 북-미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빠른 시기 안에 한반도비핵화 3단계 협상이 시작되고 평양과 워싱턴에 외교대표부의 설치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의 커다란 진전없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는 어렵겠지만, 비핵화 3단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10.4정상선언에서 합의된 바 있는 "종전을 선언하기 위한 3~4자 정상회담"이 조기에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폐기가 검증을 통해 확인되고 북-미간 대사급 수교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한반도평화포럼에서 작성된 초안을 바탕으로 한반도평화협정이 체결되어 평화체제 구축이 완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대만의 정권교체기가 집중되어 있고, 북한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된 2012년이 각국들이 이러한 시나리오의 완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2012년이 끝나기 전에 북-미 수교를 통해 후계정권의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 차기행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이면서도 비교적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탈북자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은 "탈북 난민들의 절망적인 상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당한 권리침해다. 그들이 강제송환돼 처벌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그들은 국제법에 따라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한다."(7월18일, '북한자유를 위한 한인교회연합'에 보낸 지지 서한)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셉 바이든 부통령 내정자는 북한 인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점진적인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9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점진적으로 인권과 안보, 그리고 무역에서 국제 규범을 준수하도록 북돋우는 전략과 조화 속에서 인권과 탈북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차기행정부는 북핵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는 급격한 인권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표> 오바마 미 차기행정부의 주요 대외정책

분 야 주 요 정 책
외교안보정책 - 16개월 내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하고, 테러와의 전쟁 승리를 위해 아프간 및
 파키스탄과의 새로운 파트너십 추구
- 이란 핵문제를 고위급 직접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등 테러집단, 불량
 국가로부터 핵 안전을 확보
- 국제테러망을 분쇄하기 위한 새로운 연합체로서 공유된 안보동반자프로그램
 (SSPP) 창설 및 2012년까지 대외원조액 500억 달러 배증, 실패국가 지원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
아시아정책 - 한국, 일본, 호주, 태국, 필리핀 등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인도와 같은
 생동감 있는 민주주의 파트너와의 관계 심화
- 중국과는 분야별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면서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
- 지역안정의 증진과 초국가위협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집단안보체제를 창출
한반도정책 - ‘한미동맹의 강화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인식
- 한미FTA 발효를 위해 자동차 문제에 대한 추가협상이 필요
- 북한과의 조건 없는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 추진
- 검증을 통한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추구
-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에 반대하며 국제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호

<출전>Barack Obama, "New challenges for a new world", Ronald Reagan International Trade
Center, Washington, DC, July 15, 2008 및 Platform Drafting Committee, The Draft 2008 Democratic National Platform: Renewing America"s Promise, August 7, 2008 등을 참조하여 필자가 작성.

Ⅴ. 우리 대미 외교의 과제

지난달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주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주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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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인 외교방향을 한미동맹의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당초 약속했던 '21세기 전략동맹 선언'을 차기 행정부로 미룬 상태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복원은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마찰도 늦춰진 끝에 최근 들어 외교 및 국방 분야의 3자 협의가 재개된 상태이다. 이에 비해 한·중 및 한·러 관계는 과거에 비해 불편해졌지만 표면적으론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같이 우리 정부의 초기 외교안보 구상이 변형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국제 역관계의 변화와 지정학적 압력 때문이다. 아무리 냉전시대의 '한미동맹+한·미·일 안보협력의 구도'로 되돌아가고 싶어도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부활에 따른 국제 역관계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남북이 대치하는 가운데 주변국들이 모두 세계 강대국이라는 지정학적인 특성 때문에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미국, 일본만으로 우리의 외교안보 구상을 설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출범이 예상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새롭게 외교안보 구상과 대북정책을 재정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먼저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중국의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도 미·일 일변도가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새로운 구상을 수립해야 한다.

이미 이들 두 나라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은 이상 새판짜기는 불가피하다. 향후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여타 주변강대국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동북아 협력안보를 추구하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북정책의 재조정이 필요한데, 이것은 다음 세 가지 가운데 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방향전환론이다. 오바마 차기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조응하여 우리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과 같은 북측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여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미관계의 진전에 맞춰 평양과 서울에도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등 남북관계의 발전도 이룩한다.

둘째는 입장고수론이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맞서 북한의 대남태도를 변경할 때까지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다. 필요하다면, 납치문제의 미해결에도 불구하고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데 불만을 갖고 있는 일본과 대미, 대북 정책공조를 꾀한다. 

셋째는 절충타협론이다. 현재 오바마진영의 대북정책은 아직 선거공약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이 들어와 정책을 확립하기 이전에 정부간, 반관반민간, 민간간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오바마 차기정부의 한반도 및 대북정책을 우리 정부의 입장에 가깝게 돌리도록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방안이다.

현재 오바마진영의 각 그룹들은 6자회담과 양자회담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부대통령 당선인인 상원 외교관계위원장 조 바이든 상원의원 그룹은 상대적으로 6자회담의 활용에 관심이 많은 반면, 히스패닉계 주민의 정치적 대부인 뉴멕시코주 리차드슨지사 그룹은 북·미 직접대화를 선호한다. 그밖에도 전문가그룹은 관계개선과 비확산의 병행추진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을 중시한다.

차기 미 행정부 내에서 어느 그룹이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잡게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주도권을 잡든 대북 접근을 가속화할 것은 분명할 것 같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었다고 금세 그들의 정책을 추종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과 맞서 가면서 우리의 정책을 고집할 처지도 아니다. 일본도 조만간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로 집권당이 바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차기 행정부의 한반도팀과 협력하여 공동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조성렬 박사
  조성렬 박사
하지만 문제는 한미간의 절충선을 어느 쪽에 가까이 두느냐 하는 것이다. 적어도 대북정책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견해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한미간의 절충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우리 정부의 선택폭은 크게 제한되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봄 일본 총선에서 비자민 연립정부가 들어서기라도 한다면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때론 전략적 후퇴도 좋은 정책적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태그:#오바마, #이명박,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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