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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늘 깜짝 놀랐습니다. 이사 온 집으로 편지가 왔거든요. 게다가 편지봉투에 손글씨가 적혀 있어서 놀랐습니다. 청첩장을 제외하고는 손글씨가 쓰여있는 편지를 본 적도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하기까지 했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저도 집으로 오는 편지래야 세금, 핸드폰 등의 각종 고지서 아니면, 카드사나 백화점의 홍보물이 다 거든요. 친한 친구들이야 싸이나 이메일 등으로 연락하게 된지 오래고, 매년 주고 받는 연하장도 속의 내용물도 거의 인쇄된 것이 태반이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쓴다지만, 보통 크리스마스 시즌에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 서로 만나서 교환하는 것이 당연시 되버렸는데, 난데없이 손편지라서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편지가 온 곳이 한국전력이라서 그 신기한 기분, 놀라운 기분이 '실망감'으로 변해갈 무렵, 한번 더 놀란 건, 안의 편지 내용물이 죄다 손글씨인 겁니다. 잘 읽어보니 제가 이사온 집의 전기요금고지서 확인차, 명의 변경차 전화 통화한 그 상담원 분이 보낸 편지더군요. 편지의 내용이 인쇄물이 아니라 자필이란 데서 깜짝놀랐고, 제가 문의한 내용의 추가답변과 진행사항이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놀랐고, 편지의 글씨가 제 중학교 시절 단짝의 글씨체와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저처럼, 한국전력에서 온 편지를 받으신 분 있으신가요? 아마도 공기업에서 하는 '고객감동 이벤트'의 하나일 거라도 생각됩니다. 저같은 고객 하루에도 수십명 상대할 텐데 그 고객에게 다 편지를 써야한다면 예쁜 글씨체의 그 상담원 아가씨 고생이 너무 많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잊고 살았던 손편지,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는 '우표'가 붙어 있는 손편지를 받고 보니 많은 추억들이 떠올라 나름의 '감동'도 받게 되네요.

 

중고등학교 시절, 지금처럼 남녀공학이 거의 없던 시절, 저도 여중과 여고를 나왔고,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요즘 말로 '절친'으로 업그레이드 되려면 '편지'가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글씨체가 예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예쁜 색연필, 사인펜 등으로 열심히 편지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대학입학 후 사회에 나오면서, 천천히 손편지가 제 삶에서 사라졌나 봅니다. 편지란 말이 '이메일'을 뜻하게 될까봐 '손편지'라는 어휘를 선택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도 '사무치게 그립다','사랑한다'는 절절한 손편지는 받아본 기억이 없네요. 엽서나 카드, 이메일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만나서 연애한 탓이겠지요. 오늘 저녁에는 한번 손편지를 써봐야겠습니다. 제게 손편지 보내주신 한국전력의 그 목소리와 글씨체 예쁜 상담사님께 감사의 편지를 먼저 써야 할까요?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도 한장 쓰고, 남편에게도 한장 쓰고, 쓰고 싶은 곳은 많아지는데 이거 원, 글씨를 손으로 써본 지가 워낙 오래되서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전력,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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