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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변화와 희망, 한국은 변화와 절망."

 

5일(한국 시각) 미국의 44대 대통령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한 누리꾼의 단 댓글이다. 누군가는 굳이 한국과 비교할 필요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이 누리꾼의 반응은 결코 유별난 게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에 찬사는 보내는 동시에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절망을 느낀 누리꾼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의 화살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을 향했다.

 

"미국은 미래를 위해 오바마를 뽑았는데, 우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오바마 당선 기사에 '철갑상어'의 글은 많은 누리꾼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대한 미국인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고, 어리석은 한국인은 미래를 역행하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미국인은 변화를 위한 최선을 선택했고, 한국인은 회귀를 위한 최악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 더욱 열 받는다."

 

아이디 '양희' 역시 "너무 부러워 눈물이 다 난다"면서 "우리나라는 경제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더니 부자들 더 잘 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슬프다, 처음으로 미국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디 'lsj581800'은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를 만나지 않고, 레임 덕 상태였던 부시 대통령과의 우호만 강조했던 점을 비판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아 TV에도 얼굴도 못 내밀고 쓸쓸히 뒷방에 있는 부시를 카트 운전해주며 꼬리 흔들던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면 화가 치밉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희망 없는 대통령을 다시 희망찬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오려나?"

 

오바마 당선자가 한미FTA에 부정적인 탓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대가가 물거품이 됐다는 점을 비판한 이들도 있었다. 'heroin001'은 "국민들 의견 무시하면서 쇠고기 수입 카드를 미국에 받치더니, 이젠 FTA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이번엔 무슨 카드를 받칠거니"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희망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음 아이디 '누리'는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은 부시란다, 우리도 4년 뒤에 희망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제2의 노무현?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만큼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자신의 블로그 '미디어토씨'에 "한국에도 '오바마'가 있었다. 잠시…"라는 글을 남기자, 1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종배씨는 이 글에서 "우리에게도 오바마와 같은 비주류 출신으로, 변화 또는 개혁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선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있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 때 참여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고 평가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외면 속에 정치적 반대세력에 의해 포퓰리스트로 낙인찍힌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그리고 오늘 상당수 국민은 방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이디 '리필'은 "지금 오바마가 내세우는 공약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약과 아주 많이 비슷하다"면서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두려워서 뒤로 물러서서 리더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의 임기가 엇갈린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글도 많았다. 아이디 '쥐껍데기는가라'는 관련 기사에 "왜 이렇게 엇박자가 나는 거지? 노무현과 오바마는 환상의 콤비였을 텐데"라고 전했다.


태그:#오바마, #누리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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