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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 과연 그는 전국 미국인들의 의료보험의 꿈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 과연 그는 전국 미국인들의 의료보험의 꿈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 버락오바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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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식코'의 나라는 싫다!"

버락 오바마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인들의 외침이다. 미국의 의료정책은 수십 년 만에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던 2007년 중반 CN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의 17%가 건강보험문제가 최대 관심사라고 밝히고 있었다. 23%가 경제문제를, 10%가 테러를 가장 관심있어 한 것에 비교해 보더라도 미국인들이 건강보험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바마, 전 국민 의료보험 혜택을 줄 것

미국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오바마는 지난 선거에서 무려 30분간의 TV광고를 통해 국민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 내용에는 관절염을 앓는 부인의 약값을 대기 위해 7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일해야만 하는 흑인 노인과 자녀 4명을 키우느라 남편의 수술까지 어쩔 수 없이 미뤄야만 했던 백인 여성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바마는 암으로 사망한 자신의 모친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단지 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제 기능을 못하는 건강보험 정책 탓에 죽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 안다"고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의 이야기는 촛불시위를 겪은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로 국민의 대부분이 미국의 의료제도와 의료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에는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내용도 알고 있다.

영화 <식코>의 한 장면. 두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 한 손가락의 접합 수술을 포기하고 있다. 과연 오바마는 <식코>의 나라를 구해낼 수 있을까?
 영화 <식코>의 한 장면. 두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 한 손가락의 접합 수술을 포기하고 있다. 과연 오바마는 <식코>의 나라를 구해낼 수 있을까?
ⓒ 스폰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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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제시한 공약은 전 국민이 건강보험 제도 아래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바로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 그의 원대한 공약이다.

하지만 소박하게만 보이는 그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오바마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강력한 로비로 굳건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제약회사와 민간보험회사의 유혹을 떨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의료보험 개혁을 주도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지금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한편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국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문제다. 만성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을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조세를 증세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재정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5%인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정책공약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매케인 진영에서는 즉각 "정직한 고액 납세자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물려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계급투쟁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의 당선 이후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대한 세금이 늘어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의 확대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점이 주식시장에 할인(Discount)요소로 반영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공화당 진영과 시장의 반응과는 상반되게 지난달 8∼9일 <뉴스위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건강보험 정책에서 오바마는 56% 대 30%로 매케인에게 완승을 거두며 다른 정책보다도 건강보험 정책에서 매케인과의 차이를 벌렸다.

한국, 시장 친화적 의료제도로 가나?

결국 미국은 의료 영역에서만큼은 반시장적인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그리고 민영의료보험의 확대 등 소위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 4일에는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등에 건강보험 가입자의 진료기록을 열람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질병정보 전체를 열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기 여부를 가리기 위해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관련 진료기록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정부 기관끼리의 문제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결국 보험회사가 원고가 되고 피보험자가 피고가 되는 형국이다.

시장친화적인 의료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 과연 한국의 의료제도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사진은 지난 7월 25일 '의료 민영화 저지 결의 대회'를 열고 의료 공공성 확보를 주장하는 보건의료노조
 시장친화적인 의료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 과연 한국의 의료제도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사진은 지난 7월 25일 '의료 민영화 저지 결의 대회'를 열고 의료 공공성 확보를 주장하는 보건의료노조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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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의료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이미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고,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일었던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반대의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하지만 잊을 만 하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문제는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미국은 오바마를 선택했고, 미국인들은 오바마의 의료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 행정부도 미국인들의 선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오바마, #민영의료보험, #의료민영화,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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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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