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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바우만을 기억하십니까?

12년 전인 1996년, 미국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인 성덕 바우만의 이야기는 많은 한국인들을 울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던 한 젊은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고국은 눈물 어린 관심과 사랑을 보내왔고 그는 기적처럼 꺼져가던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라며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는 한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들에게 절박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17년 전 태어난 지 한 달만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보내져야 했던 입양아, 한국에선 영웅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자신의 양아들 '테오'에 관한 내용이었다. 

최근 '영웅'의 모습.
 최근 '영웅'의 모습.
ⓒ 마이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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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영웅)는 항상 뛰어난 스포츠맨이었습니다 4살 때부터 수영 경기에 나가기 시작한 테오(영웅)는 언제나 너무 빨라서 종종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 대신 대표로 경기에 출전하곤 했습니다. 달리기도 매우 잘 했고, 축구팀에서는 수비를 맡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테오(영웅)가 가장 잘 했던 운동은 라크로스(lacrosse)라는 구기종목이었습니다! 운동신경이 남달랐던 테오(영웅)는 빠르고 승부욕도 강해 고등학교 1학년 (9학년) 입학과 동시에 학교 대표 선수로 선발되었습니다. 운동 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진학할 것을 꿈꾸었던 건강한 소년이었습니다.

2007년 10월 1일, 그날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역시 방과 후에 라크로스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던 테오(영웅)에게 호흡곤란이 찾아왔습니다. 몸 왼쪽에 극심한 통증도 느껴졌습니다. 이 사실을 코치에게 알렸지만 코치는 단순한 일사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 테오(영웅)는 샤워 도중 자신의 빗장뼈 아래 쪽에 작은 멍을 발견하게 됩니다. 테오(영웅)는 라크로스 연습 중 공에 맞은 상처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본 테오(영웅)의 양아버지 마이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워싱턴 디씨에서 가정의로 일하고 있었던 테오(영웅)의 양아버지 마이크씨는 테오(영웅)를 자신의 병원으로 불러 몇 가지 전문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혈액검사 결과, 테오(영웅)가 매우 심각한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골수이식만이 테오를 살릴 수 있는 희망입니다. 자식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친부모가 아니기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픕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큰 사랑을 알게 해준 테오, 영웅이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한국동포 여러분 영웅이를 살려주세요." 
                                                                  -  영웅이의 양모 줄리의 편지 중 

미국서 유전자 정보 맞는 골수 찾을 확률은 최대 3%

아기때의 모습
 아기때의 모습
ⓒ 마이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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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로 고통과 싸우는 영웅이의 희망은 골수 이식 뿐, 하지만 미국 내에서 골수일치자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 진출해 살아가는 교포들의 경우 백혈병이 발생했을 때 그 나라 안에서 골수를 찾아야 하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전자 정보가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100% 일치하는 골수를 이식받아야 완쾌될 수 있는 환자들도 90%, 80% 일치하는 골수를 이식받고 기적을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확률상 유전자정보가 가장 가까운 혈육이 없는 입양아들의 경우 상황은 더 암담하다.

미국에서 골수를 기증받아 새 삶을 펼칠 기회는 80%이지만 이들이 미국에서 자신에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채 3%가 안 되며, 더더욱 혼혈인들이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채 1%조차 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한인 사회에선 백혈병에 걸린 동포를 돕기 위한 골수 기증 행사가 연이어 열렸다. 하지만 실제 골수 기증까지 이어져 생명을 구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입양아의 경우 가족 가운데에서 골수이식 적합자를 찾을 수 없어, 미국 내 동포들만을 상대로 하다 보니 맞는 골수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당신만이 희망이다

입양되기 전 영웅에 대한 정보.
 입양되기 전 영웅에 대한 정보.
ⓒ 마이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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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적을 이룰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조국의 동포들이 골수기증에 참여한다면, 그리고 영웅이와 유전자 정보가 가장 가까운 친모를 찾는다면 희망은 훨씬 더 가까워진다. 입양기록에 따르면 영웅이는 1990년 2월 8일 서울 출생으로 생모의 성은 한씨였다고 한다.

설령 영웅이가 친모를 찾을 수 없다 해도 조국의 관심은 영웅이에게 훨씬 큰 희망을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골수 은행이 적합자를 찾을 확률이 3%에 불과한 동양인들의 골수 기증을 독려하기 위해 수술과 검사를 위한 모든 비용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며, 현지 한인단체 등을 통해 수술을 위한 항공료도 제공한다.

골수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꿔 더 많은 사람들이 골수 기증에 참여하고 그 자료와 해외의 환자들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골수일치자를 찾을 수 없어 스러지는 생명을  살려내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적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하루 하루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웅이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 덕분에 몸은 수박처럼 부풀었고, 머리카락은 마구 빠졌다. 한 달이 끝날 무렵 의사 선생님은 내게 방사선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성공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얘기해주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이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나는 Hershey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갔다. 비장과 심장 부근에서 자란 암세포 때문에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창자에 구멍이 생겼고 가슴에 물이 찼다. 복용한 약물로 오른쪽 다리의 신경이 손상되어 부분적으로 마비도 찾아왔다. 결국 나는 중환자실 안에서도 가장 심각한 환자들이 배치되는 자리로 옮겨졌다. 그렇게 두 달 간 나는 허쉬(Hershey)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중요한 건 그 동안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가족도,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어느 누구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나 자신도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늘 우리집의 가훈을 되새겨 본다.

'Suck it up. Get your act together. You have a job to do.'

나의 정신은 방사선 치료와 각종 약물로 인해 혼미하고, 나의 다리는 완전하지 않으며, 정말 견디기 힘든 날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 백혈병 투병중인 한국인 입양아 영웅(테오)군 일기, 2008년 10월 11일-

덧붙이는 글 | ▷문의: 마이클 강 mikekaster@yahoo.com cell 408-605-1584
글렌나 리(1)(510)568-3700(Ext. 101·www.aadp.org),



태그:#성덕 바우만, #백혈병, #영웅이, #테오, #입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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