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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이 어쩌다 쿨룩거리기만 해도

병원이다 약국이다

호들갑을 떠는 세상에서

나는 죄인이다.

 

아내가 어쩌다 잔기침만 해도

왜 약 안 먹어, 병원엘 왜 안 가

호들갑을 떠는 세상에서

나는 죄인이다.

 

어머니가 해수(咳嗽)로

밤잠 못 주무실 때

연로하면 자연 그러려니 무심했던

나는 죄인이다.

 

찬바람 부는 계절이면

더욱 심하셨던 어머니의 기침소리

 

고통의 소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는

안도의 소리로 여겼던

나는 죄인이다

 

새벽 밥 지으시던 어머니가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해수 토해낼 때도

철 없이 등굣길 밥 재촉했던

나는 죄인이다.

 

지금은

그 흔한 약국, 그 흔한 병원

생시에 자주 모시고 가지 못한

나는 죄인이다.

 

'해수기침에는 그저 홍시가 좋다'는 말씀

병원 보다 신뢰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죄인이다.

덧붙이는 글 |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수필문학인인입니다. 이 글은 내 고장의 소식을 알뜰히 전해주는 '디트뉴스24'에도 소개합니다.


태그:#어머니, #해수기침,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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