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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일본인 청년이 한국 곳곳의 습지를 걸었다. 올해 27살인 미유타 유지(Yuji Miyta)씨다. 지난 8월 19일 새만금부터 순례를 시작한 그는 28일 제10차 람사르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경남 창원에 도착했다.

 

그는 고창과 함평, 무안, 목포, 강진, 장흥, 순천, 사천, 고성, 마산을 거쳐 3개월여만에 창원에 당도했다. 우리나라 주요 연안 습지를 두 발로 걷고 다닌 것이다.

 

"한국 연안 습지는 참 아름답네요."

 

여러 습지를 둘러본 소감을 묻자 그가 '아름답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아직 아름다운 습지가 많이 남아 있는데, 습지가 점점 없어지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강조했다.

 

미유타씨는 "습지가 건강해야 인간의 삶도 행복해 진다"며 "습지는 곧 삶"이라고 설명했다.

 

"연안 습지가 오염되면 해산물을 못 잡는다. 그러면 한국의 경우 중국에서 해산물을 수입하게 된다. 지금도 상당히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 해산물이 싸다고 해서 들여오지만 한국사람의 건강은 나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정부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습지 문제는 곧 식량의 문제다."

 

한국말로 유창하게 설명한 그는 습지 파괴는 곧 식량 문제라며 한국정부를 겨냥해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람사르총회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방적인, 또는 국제적인 습지의 보호와 현명한 습지의 이용을 목표로 할 총회가 되어야 한다."

 

그는 "걷기를 통해 얼마나 습지가 중요한지, 갯벌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낭에 "생명의 땅 습지 살리는 일은 우리의 책임입니다"고 쓴 깃발을 꽂고 다닌다.

 

그는 일본이나 국제 환경운동단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습지 보전을 위해 걷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습지뿐만 아니라 환경보전은 국가나 환경단체만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환경보전은 국가만이, 환경단체만이 하는 게 아니다. 일반사람들도 환경보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다."

 

무역업을 하는 부모를 둔 그는 일본 게이오대학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3년간 연세대 한국어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그는 일본어와 한국어, 중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 6일까지 8개월간 홍콩에서 중국 텐진까지 걸었다. '나무를 심는 사람'으로 알려진 환경운동가 폴 콜먼(영국)씨와 함께 '그린 베이징올림픽'을 내걸고 걸었던 것이다. 그는 "베이징까지 걷고 싶었지만 중국 경찰이 막아 텐진에서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세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그린 올림픽'을 내걸고 2009년 1월부터 중동과 유럽을 걷는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습지 곳곳을 걷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자비"라면서 "부모님은 나무라지 않고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는 명함 뒷면에 우리 모두가 새겨 들어야 할 글귀를 적어 놓았다.

 

"물을 절약하고 삼림 파괴를 멈춰 공해를 없애고 공기를 깨끗하게 하고 대체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도 집단으로도 활동은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구를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태그:#람사르,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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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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