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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는 여문 팥을 깔아 놓고 쭉정이를 고르고 있습니다. 알곡은 각지에 흩어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겠지요. 어머니 굵은 손마디에 목젖이 아려옵니다.

 

 

엄마 등에 올라탄 아기 무당벌레입니다. 의심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시골 친척형님댁 담 위로 버선짝이 널려 있습니다.  진한 보랏빛이 아직 선명한데 발가락 쪽엔 구멍이 나 있습니다. 형님은 올 가을걷이를 다 하고도 저 버선은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목화꽃이 진 자리에 목화솜이 피었습니다. 겨울이면 따뜻한 목화솜 이불을 덮고 50년 가까이 살면서 목화솜을 처음 봤다는 말이 저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봄에 씨를 뿌려서 여름에 꽃이 피고 이제 솜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화솜 같은  따스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숨이 막힙니다. 마른 땅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가는 장갑은 농부님네들의 다른 얼굴로 보입니다.

 

 

 

신발 주인은 신발을 벗어놓고 어디에 갔을까요. 바닥은 아직 상표가 닳지 않았습니다. 신발 벗고 뛰어갈 급한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신발 속에 들어찼을 힘찬 기운이 텅 비어 있습니다.

 

 

 

나무 막대 사이에 제 몸을 들이밀고 자라고 있는 호박입니다. 뭔가를 지켜내려는 고집스런 몸부림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누가 뭐래도 살아있는 동안 이렇게 찡겨서라도 살아있는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에서 이런 글이 아무렇지 않게 붙어있습니다. 시골 땅은 누가 사나요? 팔린 시골 땅은 이제 다시 농사짓는 터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는 전원주택이 지어지거나 별장으로 쓰일 건물이 들어서고 땅값은 점점 올라갑니다.

 

 

                                                                  

무엇을 쳐다보는지, 누군가를 바라보는지 늑대개 두 눈이 용감해 보입니다. 혹시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의 음모를 알아차리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끈이 묶여있지 않다면 그 음모를 물어 뜯으려고 달려들 것만 같습니다.

 

 

 

취꽃이 군데군데 핀  마당으로 둥근 박이 내려 왔습니다. 아무도 몰래 조금씩 속을 채우고 날마다 영글어가던 박입니다. 가슴에 안을 만큼 한덩이로 자라면 따다가 흥부처럼 박을 타보려고 합니다. 슬근 슬근 톱질하여 쩍 벌어진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까요?  하늘을 차고 오르는  질긴 빛줄기, 희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sbs u 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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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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