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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심한가요, 모든 지지는 비판적 지지 아닙니까?"

 

지난 7일 외교통상부에 국정감사 중 질문을 마친 뒤 잠시 회의장을 나온 남경필 의원(수원 팔달, 4선)은 "발언이 센 것 아니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유명환 외교부장관에게 "한미동맹 강화가 기존의 미국 입장과 요구를 다 들어주어야 하는 일방향 외교가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이념동반자적 외교정책에 매몰돼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훼손하거나, 국익과 국민정서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감장과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이후 국제정치는 한미동맹 하나만으로 국익을 달성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시대에는 우리에게 중요한 모든 국가와 균형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미국 편향'이라는 비판이다.

 

"지도력 타격 입은 미국,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남 의원은 또 한나라당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추락하는 미국'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처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국이 지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지도력과 경제력, 달러화의 위상에 대해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는 전날 통일부 감사에서는 MB정부가 미적거리고 있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과의 단절을 의식함으로써 남북정상 간 기존 합의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이 관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용'보다는 '정치와 이념'의 잣대에 의해 결정되며 추진되고 있는 점도 짚어 보아야 할 내용" 등이라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맹공을 가했다. MB가 내세운 '실용주의'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두 공동선언이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작성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맥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에게 남북기본합의서를 강조하면서, 왜 두 선언은 계승하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3선 이상의 다선, 특히 여당의 중진일 경우 국감 때는 점잖게 한두마디 하면서 이미지 관리하는 게 보통인 우리 국회에서 44세의 젊은 나이지만 이미 4선인 남 의원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그가 발언하는 주제가 우리 정치판에서 선을 긋는 기준이 되는 남북 문제, 미국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주반'의 일원으로 주미한국 대사관 등에 대한 12일간의 해외국감을 갔다온 뒤에도 그의 발언은 계속됐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그의 발언을 더욱 뜨겁게 했다.

 

그는 "북미간의 협상 진전은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은 실리적 선택"이라고 규정하면서 "북미수교 상황에 대비해,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을 위한 '외교안보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특사 파견 등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도 거듭 강조했다.

 

정몽준 등은 '제2의 애치슨 선언' 흥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같은 당 의원들이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는 (6·25전쟁을 앞두고 미국 방위선에서 한국이 빠진) '제2의 애치슨 선언'"(정몽준),  "미 행정부의 업적 남기기를 위해 한국의 안보가 희생됐다"(윤상현)고 흥분하면서 허둥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남 의원은 자신의 잇딴 문제제기에 대해 "실용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실상은 이념에 빠져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집권 첫 해이기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감사도 있어야겠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 대통령 집권 이후 모습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보일 수 있는 모습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북한의 변화에 따라 그에 대한 카드를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실패하는 등 남 의원의 당내 입지는 약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귀를 잡아끈다.


태그:#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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