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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국민이나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건설업자나 부동산 개발업자, 주택 투기꾼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국민이나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건설업자나 부동산 개발업자, 주택 투기꾼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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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자들이 팔다가 안 팔린 집을, 관료들이 자기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시장적인 정책을 동원해서 정부가 사들이겠다는 정책으로 밖에 볼수 없죠."

그는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독설도 여전했다. 김헌동(52)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 21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시장안정 종합대책'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한마디로, 가장 시장친화적이라는 정부가 가장 반(反) 시장적인 정책을 내놓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이나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건설업자나 부동산 개발업자, 주택 투기꾼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택거래 실종은 소비자들의 아파트 불매운동"

그는 "현재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거래조차 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이 여전히 (아파트) 값이나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건설업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취해온 폭리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건설업자의 무분별한 토지 매입 등으로 인한 사업 실패를 정부 관료들이 국민의 돈으로 고스란히 메워주려는 것은 여전히 이들 사이에 깊숙한 유착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줄줄히 도산해도, 정부가 그동안 이들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는 또 현재 아파트 미분양 증가와 자금난을 겪는 건설회사의 도산 등을 두고, "지난 97년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면서 "집값하락과 미분양 증가, 중견그룹의 건설회사 부도가 경제위기의 단초가 됐고, 올해는 금융위기까지 겹쳐 심각한 경제위기가 코 앞까지 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집값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5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며 "일부 지역의 경우 심할 경우 가장 비쌌을 때보다 3분의1 수준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아파트 구매를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는 현재의 주택거래 실종을 두고, "주택 소비자들의 아파트 불매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가 있던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그와 만났다. 1시간 30여분이 넘도록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부동산개발업자와 건설회사, 정부관료, 언론 등을 상대로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김 본부장과의 대화는 이날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시장에 다시 도박자금을 푸는 것"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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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위해 건설회사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수도권 일대 대출규제 등을 완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번 대책은 건설업자들이 그동안 안팔린 주택을 사들이겠다는 것과 기존 주택거래를 위해 다주택자들이나 투기꾼들을 위해 투기지역을 해제해서 투기판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어 "정부가 이런다고, 당장 주택 소비자들이 투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지난 5년동안 주택시장 왜곡된 구조에 대해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주택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 말대로라면, 정부는 적어도 헛발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부동산 양도소득세 인하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까지 완화하는 등 주택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난 8개월동안 집값이 20% 이상 하락했어요. 서울 강남 등은 30~40% 이상 떨어졌고… 자기들 재산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가만히들 있겠어요? 이른바 강부자 정권이라는 현 정부가 각종 세금 풀고, 투기과열지구 해제시켜서 대출규제 풀고 나서게 된 거죠."

그는 "주택거래가 안되니까, 사겠다는 사람에게 살 수 있는 자금을 많이 빌려주면, 거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다시 은행을 통해 부동산 투기자금, 도박자금을 대출하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블세븐지역은 달러로 환산하면 이미 50% 집값 폭락"

- 부동산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매우 높다. 주택거품이 급격하게 빠지는 것보다 완만하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풍선에 바람을 집어 넣을 때는 천천히 들어간다. 하지만 바람이 빠질 때는 순식간에 나간다. 바람을 천천히 조금씩 빼기란 불가능하다. (급격하게 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 집값 하락 수준이 어느정도 빠지고 있다고 보고 있나.
"법원 경매시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경매의 감정가격은 보통 시세의 90% 정도다. 지난 5월엔 서울 강남의 아파트 경매가 감정가의 70%에서 60%로, 지금은 더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시세에 비교하면 50%에서 낙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아파트 거래는 유일하게 경매시장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 본부장은 책상 위의 흰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자신 스스로도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말이 계속됐다.

"자, 보세요. 외국인들이 보면요. 서울 강남 아파트가 10억짜리이면 예전 환율로, 1달러에 1000원할 때 100만불짜리 집이었요. 그런데 이 집이 7억짜리가 됐어요. 그러면 70만불이 된 게 아녜요. 요즘 환율이 1달러에 1300원 넘었잖아요. 그러면 달러로 계산하면 50만불짜리 집으로 줄어든 거죠. 이 사람들 눈에는 이미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값이 50%가 폭락한 거죠. 그러니 (한국에서) 돈을 빼가지…."

솔직히 이 부분은 기자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환율 폭등의 상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들의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이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이탈이 국내 부동산 값 하락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 금융위기가 미국 집값 하락에서 비롯됐던 점을 생각하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구본진(왼쪽에서 두번째)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구본진(왼쪽에서 두번째)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이 2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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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한두 달 지속되면 경제위기"

김 본부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건설회사들이 내놓은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분양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심한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터무니 없는 분양가를 내세운 건설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높은 분양가 속에 폭리를 취해온 건설사들이 경기침체 속에도 여전히 높은 분양가를 고집해 왔다"면서 "일부 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인식도 높아졌지만, 건설사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서울 강남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건설사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요즘 같은 미분양이 증가하고, 중소건설사들이 도산하고,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모습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직전과 거의 비슷하다. 그때도 90년대초 폭등했던 집값이 빠지면서 미분양이 늘었고, 아파트를 주로 짓던 주요 건설사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 이미 주식시장에선 대형 건설사들의 이니셜이 나돌면서 부도설이 돌고 있다.
"97년 위기 직전에 진로그룹의 진로건설, 한보그룹의 한보건설 등 중견그룹 건설사가 도산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동아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아파트 미분양과 무리하게 확보한 사업용 토지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줄줄이 도산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시중에선 도급순위로 상위권에 있는 한 건설회사의 어음 교환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는 간부 사원과 하청 중소건설회사에 집을 사라고 강매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자금난 속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더욱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 나서서 직접 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고, 이같은 유동성 위기가 한두 달 지속되면 외환위기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단지 샘플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찾고 있다.(기사에 언급된 건설사와는 직접 관계 없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단지 샘플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찾고 있다.(기사에 언급된 건설사와는 직접 관계 없습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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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선 상위 3%가 고통, 심하면 1/3까지 집값 폭락"

그와의 대화가 1시간을 훌쩍 넘어섰고,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를 보던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이같은 위기는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일", "본부장 말대로 되면 이민 가야지", "미래가 안 보인다" 등의 이야기를 올렸다.

김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선 오히려 상위 3%에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고, 97% 국민들은 과거보다 스트레스가 좀 줄었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참여정부 5년동안 97%의 국민들은 집값 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 허탈감 등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죠. 대신 이 정부와 반대편에 있다는 3% 사람들의 재산은 몇 배 이상 올랐죠.

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3%는 기대가 많았죠. 자신들의 재산을 지켜주겠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 보면, 이들 3% 사람들의 재산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요. 97%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덜 고통을 받고 있어요. 오히려 희망이 보이기도 하죠. 아이러니컬하게…."

언론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건설회사 아래에 있는 연구소의 학자들이 만들어낸 말도 안되는 논리를 대형 보수언론사 기자들이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들 언론사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10~15년씩 부동산 기사를 써오면서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이들 신문사 역시 건설사 개발업자들의 막대한 부동산 광고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나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 김 본부장은 "집값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대로 가면, 최고점 대비 집값은 50%, 심할 경우 3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 말대로라면, 15억짜리 아파트가 5억까지, 10억짜리는 3~4억 수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현재 국민적인 아파트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며 "소비자들도 일부 언론의 왜곡된 기사에 속지 말고,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아파트 매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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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0.21대책, #아파트, #부동산 투기, #금융위기, #김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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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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