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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해 '하나의 산에 네 계절이 있고 십 리를 가면 기후가 달라진다'는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소수민족을 간직한 곳이다. 지난 8월과 9~10월 각 2주 이상에 걸쳐 윈난성 서북부와 남부 지역을 다녀온 모종혁 통신원이 급변하는 윈난의 현실을 6차례 현지 르포로 전한다. [편집자말]
가을철 더우난 화훼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꽃은 장미와 백합이다. 새벽에는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거래된다.
 가을철 더우난 화훼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꽃은 장미와 백합이다. 새벽에는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거래된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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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윈난(雲南)성 수도 쿤밍(昆明)시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져있는 더우난(斗南) 화훼시장.

더우난 시장의 하루 일과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 갓 따온 꽃다발을 담은 좌판을 옮기는 농민, 먼 길을 달려 꽃을 사러온 도매상, 꼼꼼히 꽃 상태를 살펴보는 소매상, 몰려든 농민과 상인에게 먹을거리를 파는 장사치로 드넓은 시장은 북적댄다. 더우난은 날마다 이른 새벽부터 오후 6시까지 윈난성 각지에서 몰려든 화훼 재배 농민과 중국 전역에서 온 도소매상의 분주한 발길로 활기찬 일과가 되풀이된다.

1990년대 말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더우난 시장은 중국 최대의 화훼 도매시장이다.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화훼는 대부분 더우난을 통해 거래되고, 일부가 인근에 있는 경매시장을 통해 팔려 나간다.

2006년 현재 더우난 시장에 등록된 화훼 거래회사는 327개. 하루에 거래되는 꽃은 약 300만 송이지만, 거래가 정점인 봄철에는 400만 송이 이상이 거래된다. 장미·백합·카네이션·거레바·안개꽃 등이 주로 거래되지만 장미 비중이 80%로 가장 높다.

기자가 더우난 시장을 찾은 날 시간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섰다. 그날 시장에서 주로 거래된 꽃은 백합.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새벽에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주로 사고 팔린다. 최근 더우난 시장에서 거래되는 백합의 시세는 10대에 약 50위안(한화 약 9700원) 안팎. 더우난에서 결정된 꽃값은 중국 전체의 꽃 가격을 결정한다. 더우난에서 거래된 꽃이 중국 전역으로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백합 거래구에서 만난 왕전위(34)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왔다. 결혼식에 주로 쓰이는 장미와 백합을 청두의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왕은 한 달에도 수차례 더우난 시장을 찾는다.

왕은 "쓰촨에도 화훼 도매시장이 여러 곳 있지만 더우난의 우수한 품종과 높은 가격 경쟁력에는 비교가 안 된다"면서 "오늘 꽃을 사서 내일 청두 소매상에게 보낼 수 있는 물류상의 이점도 더우난을 찾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1999년 세계 원예 박람회가 개최되었던 박람회장은 상설 전시장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1999년 세계 원예 박람회가 개최되었던 박람회장은 상설 전시장으로 바뀌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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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훼의 주요 수출 국가.
 중국 화훼의 주요 수출 국가.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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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꽃 시장을 키운 윈난 화훼산업의 급성장

더우난이 중국 최대 꽃 도매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엔 급성장한 윈난성 화훼산업이 있다.

과거 중국의 화훼산업은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전체 생산량의 26%를 차지했던 담배산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담배업계와 윈난성 정부는 화훼산업을 대체 산업으로 육성했다. 1994년 윈난성 담배생산기업은 화훼산업 투자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1995년에는 윈난성 정부도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100억 위안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1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윈난성이 새로운 화훼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데에는 천연의 기후조건이 결정적이었다. 윈난성은 아열대 기후 지대이지만, 평균 해발이 높아 사시사철 봄처럼 온화하다. 연평균기온은 15℃로 겨울인 1월에는 평균 9.2℃, 여름인 7월은 19.9℃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고등식물 종류만 1만6000가지를 넘고, 지표면에서 해발 6800m에 걸쳐 있어 윈난은 꽃 재배에 최적의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투자에다 월등한 기후조건까지 힘입어 윈난성 화훼산업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91년 16㏊였던 재배면적은 1999년에는 1729㏊, 2004년에는 1만600㏊, 2006년에는 2만㏊로 확대됐다. 재배 농가수도 2005년 현재 2만1400가구에 달하고 화훼 관련기업만 390개를 넘어섰다.

꽃 생산량은 1994년 2억1000만 송이에서 1999년 11억200만 송이, 2002년 23억 송이, 2006년 42억 송이로 급증했다. 생산액도 1999년 4억7000만 위안(약 917억원)에서 2006년 72억 위안(약 1조404억원)으로 늘어났다.

오늘날 화훼산업은 이미 풍부한 인문자원을 지닌 관광산업과 더불어 윈난성의 지주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현재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꽃 종류는 400여 종으로 중국 최대의 화훼 생산기지가 됐다. 윈난성의 절화(가지를 잘라 파는 꽃) 시장 규모는 중국 전체의 50%에 해당되는 4억1500만 달러에 달한다. 윈난에서 팔려나간 꽃은 홍콩 꽃 시장 물량의 80%, 상하이와 베이징 물량의 50% 등 중국 꽃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한다.

더우난 화훼시장 곳곳에는 장식 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더우난 화훼시장 곳곳에는 장식 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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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세계 원예 박람회로 국제화의 날개 달아

1999년 개최된 쿤밍 세계 원예 박람회는 윈난성 화훼산업의 명성을 대외적으로 각인시켰다.

본래 원예 박람회는 국제원예생물협회가 주최하던 국제적인 꽃 전시회에 불과했다. 윈난성은 이를 화훼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 전무후무한 대형 박람회로 탈바꿈시켰다. 1999년 5월 1일 개막되어 184일간 열린 쿤밍 세계 원예 박람회를 통해 윈난 화훼산업은 명실상부하게 중국 대표 꽃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는 재단장하여 세계 최대의 화훼 상설 전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윈난성은 세계 원예 박람회를 통해 주목 받은 화훼산업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대규모 도매시장 건설계획에 착수, 오늘날의 더우난 시장을 만들었다. 더우난 화훼시장은 스위스로부터 재정지원을, 네덜란드로부터 기술자문을 받았다.

2만7000평 부지 위에 자리 잡은 더우난 시장 한쪽에는 최첨단 경매설비까지 갖춘 쿤밍국제화훼경매시장이 있다. 쿤밍국제화훼경매시장은 세계 최대 화훼 경매시장인 네덜란드 알스미어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여 거래의 투명화와 유통의 원활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제화를 위한 윈난성 화훼산업과 더우난 시장의 노력에 힘입어 대외 수출도 늘고 있다. 2006년 윈난성 화훼 수출액은 1353만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90%나 급증했다. 수출 품목은 절화에서 절지와 절엽, 꺾꽂이와 종묘, 종구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출 대상국은 홍콩·일본·태국·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주까지 35개국에 달한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양도 카네이션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리강(李鋼) 윈난성 화훼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윈난화훼넷'과 한 인터뷰에서 "윈난성은 10여 년 만에 아시아 절화 생산의 중심기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1999년 쿤밍에서 세계 원예 박람회를 개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리 부회장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가정에서 수요가 늘어 윈난 화훼산업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밝혔다.

장리(張力) 쿤밍국제화훼경매시장 부사장도 "윈난성 화훼기업은 품종, 색채,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개발 능력을 보이면서 중국 화훼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일반 꽃 재배 농가도 대량 생산능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우난 화훼시장 주변에서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훼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수천 가구에 달한다.
 더우난 화훼시장 주변에서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훼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수천 가구에 달한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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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 화훼단지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화분은 중국 각지로 판매되어 나간다.
 더우난 화훼단지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화분은 중국 각지로 판매되어 나간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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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극복하고 아시아의 네덜란드 꿈꾸다

더우난 시장에서 만난 농민 주량(38)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초를 재배하기 때문에 사시사철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주는 "이전에 쌀농사를 지을 때는 연간 수입이 1만3000~1만4000위안(약 254~273만원) 안팎에 불과했다"면서 "지금은 꽃과 난을 키워 팔면서 연수입이 5만 위안(약 975만원)은 족히 넘는다"고 밝혔다. 다른 한 농민도 "화초 재배가 돈이 되니 더우난 주변 사는 농민은 너도나도 화훼 사업에 손 대고 있다"고 전했다.

더우난 곳곳에서는 꽃 장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성업 중이다. 결혼식, 회갑연, 이벤트 등 꽃 꺾꽂이를 이용한 장식 꽃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리한광(42) 정전꽃장식학원 원장은 "봄·가을철은 결혼식과 이벤트 행사가 많아서 장식 꽃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는 "일부 생화 장식상품은 고가에 팔리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면서 "섬세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작업이라 여성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윈난성 화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첫째, 중국은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채 꽃을 재배, 판매하고 있다. 현재 윈난에서 재배되는 꽃은 대부분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품종이지만, 중국은 이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

둘째, 윈난성의 꽃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품질은 떨어진다. 고품질의 꽃 품종은 로열티 문제 때문에 중국으로 기술 이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 내륙에 위치한 윈난성의 약점 때문에 연해 지방과 해외로 운송이 불편하여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리강 부회장은 "윈난성 화훼기업과 농가는 독자적인 지식재산권을 갖춘 품종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23개의 새 품종을 개발했다"면서 "이는 중국 전체 7할을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말했다. 리 부회장은 "성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해 5년 이내에 60개의 신품종 화훼 품종을 개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아시아 최대 화훼시장은 일본. 중국 관계자들은 2, 3년 이내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로 등극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자국 경제와 시장을 배경으로 화훼왕국 윈난성이 아시아의 네덜란드를 꿈꾸고 있다.

쿤밍의 한 꽃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화초. 더우난 화훼시장에서 거래된 화초는 중국 각지 소매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쿤밍의 한 꽃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화초. 더우난 화훼시장에서 거래된 화초는 중국 각지 소매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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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윈난, #화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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