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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왈종의 그림을 보면 제주가 그를 품었는지, 그가 제주를 품었는지 헷갈린다. 제주 생활 18년, 가끔 서울서 전시회를 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 것처럼, 이번에도 3년 만에 개인전(10월14일~11월5일, 서울 갤러리 현대 강남)을 열었다.

 

 이제 제주가 색깔뿐 아니라 마음까지 그림에 스몄다. 제주의 자연은 이 화가로 하여 따뜻하고 화사하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 골프의 이미지까지 이색적으로 그 화폭에 담긴다. 새롭게 선보인 노골적인 남녀상열(男女相悅)의 춘화(春畵)도 알고 보면 제주의 생명력이 작가를 부추긴 것일 터다.

 

 ‘중도(中道)’를 표방하는 그의 뜻 때문에 사람들, 특히 일부 언론은 그와 그의 그림을 도사(道士) 또는 도인풍(道人風)으로 읽으려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생활’이자 ‘마음’이다. 제주 생활 이전의 연작(連作) 제목이 ‘생활 속에서’였고, 지금은 ‘생활의 중도’인 점을 떠올리면 이 부분 이해가 쉽다. 늘 조용하게 웃는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는 1945년생이다.

 

“제주 풍광(風光)의 감동을 길섶 작은 풀잎에서도 같이 느끼는 것이지요. 작가로서의 ‘살 길’인 새로운 형상성의 추구를 모호한 추상의 세계가 아닌 구체적인 생활에서, 그것도 제주의 생활에서 찾는 것이고요. 매이지 않은 생활이 즉 도(道)라면 제 그림을 도로 읽는 마음도 도가 될 것입니다. 제 의도와 결과물을 ‘작품’으로 인식해 주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골프와 골프장이 회화에 등장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회화작품에 골프가 등장하는 것은 아마 처음이겠고, 이색적이다.

 

 “좋든 싫든, 골프장을 뺀 제주도는 허상(虛像)일 것입니다. 자연과 인체가 교감하는 방법으로서의 골프는 생동감이 있지요. ‘제주와 골프’는 현실입니다.”

 

 제주도 남쪽 서귀포, 한라산의 한 자락에 깃들여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가끔, 때때로 자주 골프를 친다. 한때 서귀포에 지친 몸을 의탁했던 비운(悲運)의 화가 이중섭을 기리는 일에도 나서고,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지도하는 일에도 은근히 열심이다.

 

 “예술이 가진 힘을 제주 사회에 차분히 전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요. 또 저를 감동시키는 제주를 제 마음에 보듬어 새롭게 그려내는 일로 제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오래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해 볼만 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외의 일은 관심과 능력 밖이라는 얘기다. 그는 작품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교수의 직책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왔다. 그리고 제주를 그리고 있다. 제주 사회도 이런 그를 차츰 이해한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덧 대가(大家)의 반열에 들어선다.

 

 조각이나 부조(浮彫)와도 같은 새로운 표현방법을 쓴 작품도 여럿 출품했다.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워진 꽃들을 비롯한 자연의 여러 주체들이 이루는 바탕에 사람의 생활, 인공(人工)의 물질들이 어울린다. 성실하지만, 엉뚱한 상상력을 참지 않는 이 중견화가의 작업이 당신께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서는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민사회신문(www.ingo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 논설위원입니다.


태그:#제주, #제주도, #바다, #서귀포 ,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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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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