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소부 홍씨'가 18대 국회 첫 국감에서 일을 내고 말았다.

 

16년 경력의 환경미화원 출신인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정원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사찰하고 관련 노동부 부서들은 매일매일 국정원에 일일보고 하고 있었다"며 부산지방노동청에서 작성한 내부 자료를 폭로했다.

 

홍 의원의 폭로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국감개입 의혹'이 국정감사 중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3당은 환경노동위 국감을 중단한 채 일제히 "공안통치의 부활"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정원 지시에 의해 노동부 본부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것"

 

홍희덕 의원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감 결과를 국정원과 경찰청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노동운동을 공안사건으로 몰아가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이명박정부는 대결적 냉전시대 논리를 복원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노동부 문제를 총리실·청와대에 실시간으로 보고한다는 것도 반길 일이나 용인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보다 국정원·경찰청이 (보고처에) 끼여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노동부가 관례였다고 얘기해서 기가 막혔다"며 "부산지방청 차원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국정원 지시에 의해 노동부 본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짙다"고 국정원 배후설을 제기했다.

 

'통상적 업무협조'라는 해명과 관련 "의원들의 폭로성 질의도 보고하는 것은 통상적 업무가 아니다"며 "국정원이 노동운동에 들어오면(개입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10년간 공안 파트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못마땅하지 않았나 싶다, 이명박 정부에서 물 만난 것 같다"고 공안파의 득세를 꼬집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일 잘한 것은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않은 점"이라며 "이명박정부는 그걸 장악하려고 하는데 (내부자료는)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20일 김성호 국정원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홍 의원은 "민주노동당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지만 국회의장도 나서야 한다"며 "야 3당이 공조해서 재발방지를 명확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희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공안파트, 이명박 정부에서 물 만난 것 같다"

 

-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국감개입 의혹을 보여주는 부산지방노동청 내부자료는 어떻게 입수했나?

"내부자료 입수 경로를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다."

 

- 자료를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현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의 정부를 '친노동 반기업'이라고 한다. 내가 의원이 되기 전 노동운동을 해봤는데,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는 결코 친노동정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대결적 냉전시대 논리를 복원시키려 한다.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국감 결과를 국정원과 경찰청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노동운동을 공안사건으로 몰아가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탄압하는 걸 보면 촛불을 들었던 국민에게 했던 사과는 다 거짓이다다. 살벌한 공안정국으로 몰고가는데 참 우려스럽다."

 

- 국정원과 경찰청 등에 국감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것을 가장 크게 문제삼았는데.

"경찰청보다 국정원이 더 큰 문제다. 국정원법에도 국내 정치 상황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게 돼있고 처벌도 무겁다. 여당 의원들은 '다 공개되는 건데 어떠냐'고 얘기한다. 사실 국감장에 올 수도 있고 국회방송에 다 나가니까 녹화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하지만 피감기관이 (국정원 등 정보기관에) 국감결과를 보고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왜 정보기관에 국감결과를 보고한다고 보나?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에 질의하니까 충격적인 답변을 하더라.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관례'였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이것은 부산지방청 차원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국정원의 지시에 의해 노동부 본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짙다. 또 교육부 등 다른 상임위 피감기관에도 (같은 일이) 있지 않았겠느냐"

 

- 노동부나 국정원 등은 '통상적 업무협조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어불성설이다. 문건을 확인해보면 그냥 흐지부지된 보고서가 아니다. 의원들 폭로성 질의도 보고하도록 돼있다. 그런 것은 통상적 업무가 아니다. 국정원이 노동운동에 들어오면(개입하면) 안 된다. 어떻게 그게 통상적 업무가 될 수 있나? 할 수 없는 업무를 하는 건데…."

 

"정보기관 일일정보보고와 거의 똑같은 수감결과 보고서"

 

- '보고처'에 청와대안와 국무총리실도 포함돼 있는데, 이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그것도 문제 삼으려면 삼을 수도 있다. (노동부 문제는) 노동부 안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노동법 개정 등은 다른 사회부처·경제부처와 논의할 수는 있지만 총리실·청와대까지 실시간으로 보고한다는 것은 반길 일도 용인할 일도 아니다.

 

다만 그것보다 국정원·경찰청이 (보고처에) 끼여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심지어 담당자 실명과 이메일까지 버젓이 적혀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의 국감을 실기간으로 보고한다는 자체가 안 된다. 필요하면 방청할 수도 있고 녹화할 수도 있는데 왜 보고해야 하나?"

 

- 정보기관요원 실명과 이메일까지 적시한 것은 정말 노골적인 것 같다.

"이건 굉장히 드문 경우다. 명확하게 보고처를 적시해놓은 것이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국회를 정보기관이 함부로 대하는 것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바로잡아야 한다."

 

- '수감결과 보고서' 양식은 정보기관의 '일일정보보고'를 연상시킨다.

"사실 정보기관의 일일정보보고랑 거의 똑같다. 

 

헌법에 노동쟁의가 보장됐는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하위법 위반'을 이유로 이를 탄압하고 있다.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때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수석부위원장 세 명이 사법처리되지 않았나? 군사독재정권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사정기관이 노동단체에 이중사중으로 족쇄를 채우며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동청 국감자료가 폭로된 것이다. 국감장 주변에서는 노동단체들이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가지고 피켓시위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정당한 행위다. 그런데 그렇게 정당한 것을 '특이사항'으로 보고하라니…."

 

- 지난 10년간 집권해온 정부들과 어떤 점에서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냉전체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남북분단을 얼마나 악용했나? 노동쟁의도 못하게 하고, 막걸리법으로 잡아가고,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 지난 정부가 '친북좌파'라면서 정권 입맛에 맞게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려고 하고, 언론도 장악하고, 교육을 시장화하고…. 이런 식으로 무리수를 두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 내부자료 내용 중 '국회의원 보좌진 전담제'도 흥미로웠다. 심재동 창원지청 지청장이 홍 의원실을 당당하도록 돼있는데 접촉한 적이 있나?

"없다. 국회의원을 뭘로 보고…. 기가 막히다. '수감결과 보고서'를 보면, 동향보고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으니 '국회의원 동향보고'가 아니고 뭔가"

 

"노동부 장관은 '법과 원칙' 입에 담지 말라"

 

- 왜 이런 전담제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나?

"과잉충성 같다. 알아서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노동부 본부 감사 때도 이영희 장관에게 지적했는데, 노동부가 '법과 원칙'을 입에 담으면 안된다. 이 장관은 알리안츠생명 지점장 100여명이 노조 가입대상도 아니라고 했는데 1심 판결에서 (가입대상으로) 다 적합하다고 나왔다. 재심이 남아있지만 사법기관에서 그렇게 판결했으면 장관이 사과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의 처지에 있어야 한다. 힘든 쟁의기간에 노동자들이 하위법을 어기는 일이 있다고 해도 장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알아서 처벌하지 않나? 노동부 장관은 노사갈등을 예방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적극 조정해서 말려야 한다. 그런데 노동부가 국정원이나 경찰청에 국감 결과를 보고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 이런 내용의 내부자료는 처음 공개되는 것 같다.

"이런 문건이 나온 건 최초가 아닌가 싶다. 또 (피감기관이 국감결과를 정보기관에 보고하는 것은) 김영삼정부 때 안기부법 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굉장히 큰 문제다. 우리는 예사롭지 않게 본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여당의 자세가 우려스럽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파트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물 만났다고 봐야 한다. 저는 그렇게 표현한다. 지난 10년간 공안파트가 보기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못마땅하지 않았나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일 잘한 것은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않은 점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장악하려고 한다. (내부자료는) 그 방증이다."

 

- 앞으로 이 사안을 어떻게 확산시킬 계획인가?

"민주노동당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지만 국회의장이 나서야 한다. 일단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은 책임져야 한다. 우리 당은 월요일(20일)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후 국정원 앞에서 집회도 열 예정이다. 또 야3당이 공조해서 강력 대응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명확하게 받아야 한다."

 

- 민주노동당이 17대 국감 때보다 이슈제기 등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인정한다. 차분히. 그 때는 의원들 숫자도 많았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들도 있었다.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다. 다만 이슈파이팅이 약하다는 지적은 맞다고 본다. 앞으로 더 잘 하라는 말씀으로 달게 받겠다."

 

[관련기사]
☞ 정부, 은행 달러빚 3년간 지급 보증하기로
☞ "우린 매일 일제고사... 고딩이 부럽다"
☞ "쓰리쿠션계의 마이클 조던" 고수 이상천
☞ 반포 래미안의 굴욕... 흔들리는 "강남 불패"
☞ [단독] 일제고사 반발 중학생 "집단 백지답안"


태그:#홍희덕, #정보기관 국감 개입 의혹, #청소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