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구의 실핏줄로 불리는 도랑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사)물포럼코리아에서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구마모토 현 일대의 물 관리 및 하천관리 실태, 도랑복원 사례 등을 돌아봤다. <오마이뉴스>가 여기에 동행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군 이츠키에 위치한 '가와베강댐' 건설 예정지. 지난 9월 11일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주지사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군 이츠키에 위치한 '가와베강댐' 건설 예정지. 지난 9월 11일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주지사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지난 2003년 이츠키 마을 옆 홍보관에 전시되어 있던 '가와베강 댐' 완성모습. 지금은 홍보관이 사라졌다.
 지난 2003년 이츠키 마을 옆 홍보관에 전시되어 있던 '가와베강 댐' 완성모습. 지금은 홍보관이 사라졌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2008년 9월 11일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61) 주지사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와베가와댐을 건설해 홍수를 막고, 야스시로와 히토요시 일대 곡창지대의 농수를 공급하겠다던 40년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일 정부와 구마모토현은 40년 전부터 구마군 이츠키에 대규모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와베강 상·하류 주민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세워 의회를 통과시켰다.

공사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댐 건설을 위한 도로건설과 주민보상, 사방공사 등이 이미 이루어졌다. 수몰지역 최상류인 이츠키 지역 마을주민들을 위해서는 새롭게 학교가 세워지고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도 상당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했기 때문. 정부의 설득에 하류지역 주민들은 댐 건설에 찬성했다. 그러나 댐 상류지역 주민들은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결과는 인구가 월등히 많은 하류지역의 승리였다. 이에 힘을 입은 정부는 댐 건설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댐 건설 중단

정부 방침이 강경할수록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도 거세졌다. 이들은 댐 건설이 홍수를 막아내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자연환경만 해치면서, 농업용수나 어업권, 환경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댐 붕괴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서 주민들을 설득했다.

또 하나 중요한 논쟁은 과연 그 막대한 돈을 들여 누구를 위해 댐을 건설하느냐였다. 댐으로 인한 혜택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지만, 막대한 세금이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주민들 사이로 퍼져나가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시민단체들은 '댐 건설 반대 주민들의 모임'을 만들고, 서명운동과 '댐 건설 무효소송' 등을 벌였다. 이러한 주민들의 지지세가 커질수록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지자체장의 선거공약으로 등장했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강행여부를 밝히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미 사방공사와 이설공사, 주민보상, 주민이주 등이 이루어졌다. 사실상 본 댐 건설만 남겨놓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3월 23일 치러진 구마모토 지사 선거에서 가바시마 이쿠오 주지사가 당선되면서 가와베강 댐 건설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는 공약으로 댐건설 중단을 내걸었고, 당선 몇 달 만인 지난 9월 11일 전격적인 댐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이처럼 댐 건설이 추진 중이다가 중단된 예는 일본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제 가와베강 유역 사람들은 댐으로 단절된 강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강을 가지게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댐 건설을 위해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이설 도로가 이제는 댐 건설 중단 현장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형 하천복원 추진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

구마모토 가와베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던 이츠키마을. 이미 보상과 공사가 끝나 원래 마을과 학교는 댐건설 시 예상수위 위쪽(사진 오른쪽 위)으로 옮겨졌고, 일부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구마모토 가와베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던 이츠키마을. 이미 보상과 공사가 끝나 원래 마을과 학교는 댐건설 시 예상수위 위쪽(사진 오른쪽 위)으로 옮겨졌고, 일부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지난 2003년 3월 방문했던 '이츠키 마을 전경'. 마을주민들의 이주가 끝나고 한창 나무를 자르고, 건물을 부수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지난 2003년 3월 방문했던 '이츠키 마을 전경'. 마을주민들의 이주가 끝나고 한창 나무를 자르고, 건물을 부수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10월 7일 댐 건설 계획으로 상 중턱으로 이주한 이츠키마을을 찾았다. 학교와 마을이 있던 산 아래는 반듯하고 평평하게 닦여 있었고, 그 사이 사이로 아름다운 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수백 년 동안 이 곳을 지켜온 커다란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물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풍경들이다.

대규모 댐 건설을 계획을 중단하고, 소규모 댐이나 자연형 하천복원을 추진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일본도 동참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댐 건설'에서 '소용없는 댐 철거'로 정책의 180도 전환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도 '자연재생추진법'이 생겨나면서 홍수 대책으로 직선화되고 콘크리트가 발라진 하천을 재곡선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꿈꾸는 한국 정부가 배워야 할 점이다.

현장을 둘러 본 최충식 물포럼코리아 사무처장은 "이제 전 세계는 하천과 사람이 가장 이상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하천이 흐르고자 하는 그대로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가와베강 댐 건설 포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담수를 통해 물을 풍족하게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다한 물 소비는 또 다른 소비욕구와 부작용을 가져 온다. 그보다는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랑살리기 운동'은 하천의 근간을 이루는 실핏줄을 살린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고 말했다.

철거하기로 한 댐은 유보 ... 주민 반발

노후로 철거가 결정됐다가 최근 새롭게 당선된 구마모토현 주지사가 철거철회를 선언한 구마모토현 야츠시로군 사카모토무라에 소재한 아라세댐.
 노후로 철거가 결정됐다가 최근 새롭게 당선된 구마모토현 주지사가 철거철회를 선언한 구마모토현 야츠시로군 사카모토무라에 소재한 아라세댐.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한편, 구마모토현 내에서는 전 주지사가 철거하기로 결정한 댐의 철거를 유보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구마모토현 야츠시로군 사카모토무라에 소재한 아라세댐(1만8200㎾)은 건설된 지 50년이 넘었다. 오로지 전기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이 댐은 너무 오래되어 위험해 전 지사가 주민들과 상의해 5년 안에 철거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댐이다.

그러나 새롭게 주지사가 된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취임 3개월 만에 댐철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지사가 댐에서 발전된 전력을 팔아 생기는 재원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민 반발에 가바시마 지사는 올해 12월까지 댐철거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현장설명에 나선 구마모토 환경넷 오오쓰미 카즈꼬 사무국장은 "하천을 대규모 토목공사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와 하천을 하늘이 준 선물로 여기며 하천과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주민들의 시각이 맞서면서 항상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면서 "이제는 치수의 목적으로 함부로 하천의 유로를 막거나 변경하지 말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하천 생태계의 복원으로 하천정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도랑살리기, #가와베가와댐, #이츠키, #아라세댐, #구마모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