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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횡성의 섬강을 따라 오르다가 섶다리가 놓아지는 광경을 목도했습니다. 오직 인근 마을 주민들의 몸으로만 놓이던 섶다리의 기억이 또렷해졌습니다. 그 일을 육중한 포클레인이 거들고 있어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다시 섬강에 다다랐을 때 그새 섶다리와 징검다리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완성된 섶다리와 징검다리를 보자 그 다리를 건너보지 않고는 서울로 향하는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섶다리는 폭이 넓지 않은 얕은 하천이나 개울 위에 나무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소나무의 생가지를 올리고 가로는 뗏장을 놓고 안으로는 흙은 깔아 상판을 삼고 다리를 완성합니다. 여름 장마철에 떠내려가면 다시 놓아야 했고 빗물에 다리 위에 덮인 흙이 쓸려 내려가면 흙을 다시 올려야 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도 고향 마을 동구 밖 개울에 섶다리를 다시 놓거나 고치는 일에 동네 어른들의 노역(勞役)이 1년에도 몇 번씩 투입되었습니다. 그 섶다리를 건너 장에 가신 할아버지를 다릿목에서 기다리던 추억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때 기다린 것은 할아버지가 들고 오실 새 고무신과 자반고등어였습니다.

 

섶다리는 튼튼한 시멘트 다리가 놓아지기 전까지 이 나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때에 추억을 불러오는 행사의 일환으로 놓아졌다가 바로 철거되는 볼거리의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섬강의 섶다리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횡성한우축제의 일환으로 놓인 것입니다.

 

여행길에 이 섶다리를 만나면 포장도로를 잠시 내려와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 섶다리를 느린 걸음으로 건너면서 그동안 소원해지거나 잠시 잊었던 이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여름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던 이 섶다리를 매년 또다시 복원했듯이 서로 간 바쁜 일상으로 소원해졌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다리를 전화 한 통 혹은 그리움을 담은 엽서 한 장 보내는 것으로 다시 복원해 보는 거지요.

 

오늘날 편리하고 튼튼한 시멘트 다리는 외로움을 낳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몸만으로  되풀이해서 놓아야했던 불편하고 허술한 섶다리는 그 외로움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제 동네와 동네를 잇던 섶다리는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모티프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motif_1 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태그:#섶다리, #횡성, #섬강, #한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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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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