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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우리 민족만이 쓰는 말이다. 아니 단순한 말이 아니다. 우리민족의 혼이고 정신이다. 우리 민족의 얼이다.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민족의 정체성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다. 한글은 그래서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한글은 우리의 생각이고 사상이다. 한글보다 더 훌륭한 이념은 없다.

세종대왕이 1446년에 한글을 반포한 이래로 562번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 행사를 치른 해는 1945년부터이다. 처음 ‘가갸날’(한글날)을 기념한 것은 1926년이었는데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의 주관으로 11월 4일(음력 9월 29일)에 열렸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에 한글날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것 같다.

조남호 (국립국어연구원)가 「새국어소식」3호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한글날이 10월 9일로 된 것은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의한다. 이 책에 실린 정인지의 서문에 9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기록에 따라 9월 상한, 즉 상순(上旬)에 반포된 것으로 보고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이 무렵인데,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한글날은 한글의 보존과 가치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한글날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글날이 공휴일이었을 때는 많은 단체에서 한글에 대한 세미나도 열고 각종 글짓기 대회나 한글의 의미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많이 열렸다. 그렇지만 지금은 학교에서조차도 기념식은커녕 백일장도 열리지 않는다. 그만큼 한글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이명박 정부는 ‘영어 몰입식 교육’만이 모든 교육의 전부인양 떠들고 있으니 한글날의 존재조차도 아마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른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에게 한글은 세계화의 걸림돌일 뿐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에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면서 남긴 방명록에 쓴 2개의 문장에서 5개의 맞춤법 오류를 범하여 소설가 이외수로부터 “차라리 미국으로 이민이나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2007년 6월 6일에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방문록에 기록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글을 소설가 이외수가 맞춤법 교정을 한 사진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한글 학대 2007년 6월 6일에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방문록에 기록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글을 소설가 이외수가 맞춤법 교정을 한 사진입니다.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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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전 세계에 5천~6천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문자는 100여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는 유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글은 다른 문자와 달리 문자를 만든 사람과 만든 이유가 분명한 언어다. 거의 대부분의 문자는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문자화된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처음 한글을 만들 때 그 한글 안에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을 담았기 때문에 한글이 곧 우리의 혼이자 얼인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아주 오랜 역사와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문자가 없었다. 단지 말만 존재했다. 그래서 구전에 의한 문화계승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족단위의 생활만이 가능했다. 아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문자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유럽인들에게 정복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자는 민족과 국가를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도 마찬가지다. 수없이 많은 시련과 고난의 역사에서 한글과 우리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언어학자에 따르면 폴리네시아 제도에 있는 부족들은 각 부족마다 언어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3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세계 언어의 절반에 가까운 수이다. 이 언어가 있기 때문에 각 부족들은 부족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와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여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글의 우수성은 많은 언어학자에 의해 수없이 언급되었다. 인터넷 문화에서 한글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이런 우수한 한글이 변질되고 왜곡되어 한글의 본래 모습을 많이 상실했다고 개탄하는 언어학자들도 많다. 인터넷과 휴대폰 언어의 한글파괴는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물론 한글도 시대와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적절한 변화와 개량화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와 개량화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와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영어가 일상화되고 거의 공용화되어가는 세상에서 한글에 대한 연구는 더욱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영어몰입식 교육’이 아니라 ‘국어몰입식 교육’이다. 우리말인 한글이라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말이다. 영어나 외국어는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된다. 영어는 도구과목이지 교양과목이 아니다. 교양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바로 국어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국어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한글의 미래에 대해 언어학자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태그:#한글, #한글날, #국어몰입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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