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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살랑살랑 귓불을 간질인다. 그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곳에서 살포시 마음 기대고 편안히 쉬고 싶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걷는 것도 멋있겠다. 마땅한 이유는 없다. 그냥….

 

고흥 수도암에 갔다. 수도암은 유명한 암자가 아니다. 평소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다. 쉬는 날에도 한적하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암자의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에 있는 수도암(修道庵)은 운암산이 품고 있는 암자다. 운암산(486.9m)은 구름 같은 기운이 감싸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은 산이다. 암자는 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수도암을 찾아가는 길은 소설 <태백산맥>으로 널리 알려진 보성군 벌교읍에서 고흥읍 쪽으로 국도를 타고 달리다 운대리로 빠져 나가면 된다. 운대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왼쪽 산마을로 들어가고 급하게 돌고 도는 산길로 접어들어 중턱까지 가면 된다.

 

찾아가는 길이 정말 호젓하다. 경관도 좋다. 길 양쪽으로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서 있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발 아래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늦가을의 분위기마저 느끼게 해준다.

 

암자 입구도 소박하다. 여느 사찰처럼 우람한 일주문이 버티고 서 있는 것도 아니다. 입구가 옛 시골집의 작은 대문처럼 생겼다. 그 문턱을 넘어서면 작은 잔디마당과 몇 걸음 앞에 대웅전이 보인다.

 

왼쪽에 있는 요사채가 바람을 막아주어 안마당이 포근하다. 잔디밭에선 방아개비와 베짱이, 장수하늘소 등 생명체들이 같이 숨쉬고 있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향집 같다. 마음의 짐까지 풀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도암은 고려중엽 도의선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풍수지리로 보면 산 기운이 병풍처럼 감싸안은 형상이다. 여기서 500m 정도 올라가면 200여 년 전 영헌선사가 세웠다는 상수도암의 터가 남아 있다. 옛날 가뭄이 들면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진지하고 평화로운, 그래서 어머니 품 같고 고향집 같은 수도암이 지친 마음을 풀어준다. 돌아오는 길은 삶의 활력소로 가득 찬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유다. 고흥땅 여기저기서 묻어나는 석류와 유자 향도 은은하다.

 

덧붙이는 글 | ☞ 수도암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주암나들목 또는 순천나들목-벌교-(고흥방면)운대교차로-남쪽 굴다리-운곡마을-수도암


태그:#수도암, #운암산, #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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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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