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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강의석씨의 '알몸 퍼포먼스'와 관련하여 여러 논쟁이 있었고 강의석씨도 <오마이뉴스>에 직접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되었지요. 강의석씨가 대광고 다닐 때부터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을 만났어요. 그는 '학내 종교자유문제'로 강의석씨를 지지하고 변호하다가 교목에서 물러나고 교단에서 목사 직분을 박탈당했죠.

그는 대광고에서 쫓겨난 뒤, 생활고로 노점상도 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요. 그러면서도 기성 주류 기독교에 대해 비판을 하며 예수정신이 살아나길 바라는 종교인이 되었지요. 10월 7일, 류상태씨 자택에서 만나 강의석씨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어요.

"대광고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아"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강의석씨와 같이 눈물 흘리며 고생한 시간들이 자신을 더 양심대로 살 수 있게 했다"며 지난 이야기들을 이제는 웃으며 말해주네요.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은 "강의석씨와 같이 눈물 흘리며 고생한 시간들이 자신을 더 양심대로 살 수 있게 했다"며 지난 이야기들을 이제는 웃으며 말해주네요.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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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석씨와는 현재 어떻게 지내나?"대광고 졸업 이후 1년에 2~3번은 만나요. 친분도 있지만 대광고 사건이 안 끝났어요. 학교가 약속을 안 지켜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만날 수밖에 없네요.(웃음) 지방법원에서는 승소했는데 고등법원에서 패소했어요. 현재 대법원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지저분한 상황이지요."

- 강의석씨 청년기를 지켜보셨는데, 그동안 변화한 것이 있다면?
"기본 철학과 삶의 방향은 한결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인데 의석이는 중심이 있고 일관성 있어요. 그리고 전보다 들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보이고, 신중해졌어요. 의석이의 진솔하고 깊은 속내를 느끼지 못하면 간파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우선 서울대 법대 들어간 이유도 정의사회 구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런데 계속 공부해도 그렇게 된다는 확신이 없던 거예요. 생각이 바뀐 거죠. 의석이가 안주하면 오히려 의석이가 변한 거죠. 자신이 '이만큼 컸고 안정된 자리 잡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남들처럼 평범하고 편안한 길을 가려고 하면 그게 변한 거지요.

의석이는 살다가 부딪히는 것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도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지'하고 의문을 품고 문제제기를 해요. 종교문제, 군대문제는 의석이 양심에 반하는 것이지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며 체제에 눌리는 것에 저항하지요. 

머리로만 묻지 않고 가슴과 발로 물어요.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살면서 걸리는 문제에 대해 머리로는 묻지만 가슴과 발로 묻지 않잖아요. 바르게 사려는 그 신념과 사회에서 실천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죠."

- 강의석씨의 군대 폐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군대폐지 얘기를 해서 불쾌할 수 있었을 거예요. 군대 폐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지요. 의석이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오해 없이 소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요. 그 현실 가능성과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남북대결 상황, 국가주의, 애국주의를 점검하고 현 상황을 돌아봐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강의석 비판에 앞서 동기 생각해 줬으면..."


- 강의석씨 비판 여론이 많은데.

"의석이 행동에 대해 비난하기에 앞서 왜 이런 걸 할까? 기본 동기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의석이 특징을 잘 관찰해 보면 알 수 있어요. 예전에 종교자유를 위해 단식을 할 때였어요. 지인과 의석이를 찾아가서 말리려고 하는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지요. 지인이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고 '너, 참 이기적이다'하니까 아무 말 안하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의석이는 이렇게 자신이 뜻 둔 것에 집중을 해요. 그 누구보다 부모를 극진히 사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자식을 둔 어머니, 아버지의 괴로움에 본인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감내해요. 물론 의석이가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어요.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하며 소통하려고 더 애를 써야겠지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 쇼를 한다는 비난도 있는데.
"100% 당당한 문제예요. 처지 바꿔 생각해봤어요. '혹시나 이놈이 잔머리를 굴릴까'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변함이 없어요. 교사이자 목사인 저에게도 늘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해요. 의석이는 나이, 신분을 떠나서 인격 대 인격으로 사람을 만나요. 의석이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의석이는 누드시위를 하겠다고 공언했죠. 처음에 청바지 입고 상체에 빨간칠 했을 때 좋게 말하면 '너 컸구나'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움츠러드는구나'라고 여겼어요. 체제의 압박에 짓눌리는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알몸시위를 보며 놀라는 한편 변함없다는 걸 느꼈어요.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벗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벗는 일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일이 아니에요. 환경 시위 때 누드 시위를 하잖아요. 누드 시위를 왜 하는지 의도를 생각해 보세요. 의석이도 이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아요. 우리가 앞서 살았던 전제와 굴레, 지배 논리를 내려놓고 순수 이성, 의식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죠. 옷을 벗는 행위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자는 상징이지요.

"의석이는 제자가 아니라 스승"

강의석씨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 강의석씨 '군대 반대' 누드시위 강의석씨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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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가슴에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진짜 '너는 머리 가슴 발이 일치하는구나. 난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구나'하는 반성이 들며 '너는 내 제자가 아니라 스승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설교시간에는 입으로는 떠들었지만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어요. 전 상처 잘 받고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그러나 흔들림은 인정해요. 이상과 자신 사이에 간격을 인정하지 않는 게 위선이죠. 흔들리는 건 괜찮은데 위선은 싫어해요.

아직 아쉬운 점도 있지만 살아가는 방향, 생활철학, 과감한 실천, 정말 대단한 아이예요. 행동 하나하나 짚어 봐도 대단해요. 윤리로 재단하려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런데 윤리가 뭔가요? 기성세대 지배논리거든요. 저는 윤리 대신에 책임이란 말을 쓰고 싶어요. 이 아이 행동들에 대해서 윤리의식으로 재지 말고 책임의 문제로 판단해야 해요.

마광수 교수는 야한 소설을 쓰지만 생활이나 수업에서는 존경받는 사람이고 학생들에게는 인격 대우를 하지요. 가수 박진영씨는 자유 성주의자이지만 자기 생활은 철저하게 책임지지요. 윤리라는 말 대신 책임으로 봤을 때 옷을 벗은 강의석씨가 누구를 해쳤나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해요. 알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윤리와 개인 성의식의 차이 때문이니까요.   

의석이만큼 순수성이 삶에 녹아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정직하게 반응하고 행동하지요. 자신의 행동이 틀렸다고 깨달으면 다시 그대로 변화해서 행동할 거에요. 의석이가 자신을 욕하는 수많은 글과 비난을 보고 들었을 거예요. 다 보고 듣고 나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려 '저와 대화합시다'한 것을 보면 정말 대견해요. 대화하겠다고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것이니까요.

사람은 유한한 존재고 아는 건 제한되어 있어요. 현재 자신의 환경과 상황 판단에 충실할 뿐이지요. '이게 다'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생각은 달라지기에 유동성이 있어야 하죠. 의석이 비난만 하지 말고 이번 일을 기회 삼아 군대 폐지에 대해 사회에 공론이 일었으면 하네요."

- 서울대 학생들과 젊은이들도 강의석씨에 대해 안 좋게 여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대에는 확률로 봤을 때 바보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제대로 공부 안 하고 간 학생들이 모여 있어요. 사람이 같이 만나서 어울리고 연애도 하고 공도 차고 토론도 하고 다툼도 하는 게 인생 공부잖아요. 그런데 현 교육체제에서 서울대에 가려면 오로지 책과 씨름 해야 해요. 이렇게 공부해서 세상을 알지 못하지요. 순진한 바보가 될 뿐이에요.

제가 교육계에 20년 몸 담았던 사람이에요. 아는 것만 많으면 문제가 되요. 단순 파편화된 지식들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쓰레기가 될 뿐이에요.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으로 지식들을 연결해야 비로소 빛이 나는데 이러한 '관'들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공부를 해야 얻을 수 있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관습이나 전제에 매달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개인 영역에서는 해요. 그러나 커다란 전통 시각, 한국 사회를 묶고 있는 큰 틀을 뛰어넘어 더 멋진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부족해요.

의석이는 대광고 입학할 때도 전교 수석으로 들어온 똑똑한 아이예요. 자기가 끌리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가 억압해도 당차게 양심에 따라 행동해요. 요즘 젊은이들과 이런 면에서 다른 거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에 따라서 자기 취미에 심취하고 여행도 다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세상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적고 큰 꿈이 부족해요."

"언론을 악용하는 증거 있으면 제게 가져오세요"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 겸손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논란이 되는 대목에서는 진지하면서도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펼치네요.
 류상태 전 대광고 교목실장. 겸손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논란이 되는 대목에서는 진지하면서도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펼치네요.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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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언론은 선용할 수도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자신의 이익과 욕심 때문에 언론을 사용하는 것은 악용이겠지만 자기 뜻을 펼치고 사람들과 나누려는 것은 선용이지요. 바르게 사용해서 좋은 뜻이 알려지면 좋은 거예요.

사람은 흔들리는 존재예요.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지요. 의석이도 흔들리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요. 택시 운전하다가 우연하게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사람을 태웠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호기심을 느껴서 해볼 수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에 신호가 오면 '해보자'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의석이에요.

의석이가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찾는 거예요. 아니다 싶으면 중단하고 다른 것으로 떠나는 것이지요. 의석이가 말을 하면서 순간 한 말을 바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했는지' 늘 돌아보는 거예요.

의석이를 '언론 노출증 환자'라고 비하하던데, 의석이가 언론을 악용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제게 가져오세요. 의석이가 한국 사회에서 꺾이지 않고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의석이가 부담 느낄 필요는 없고요."

- 강의석씨는 평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평화운동은 어떻게 보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 성경이 말하는 궁극이 하나님의 나라거든요. 샬롬의 세계, 즉 완전한 평화의 세계는 전쟁가능성이 사라지고 언제든 질곡으로 빠지지 않는 세상이지요. 그런데 평화운동을 벌이면 '힘이 없는 게 무슨 평화냐?'라고 안티들이 공격을 하고 악성 댓글을 달지요.

그들은 평화 운동의 의미를 공부해야 해요.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모든 것이 극복되어 정리된 평화를 말하는 거예요. 이사야서를 보면 여호와의 날이 오면 어린이가 독사, 사자, 어린양과 같이 뛰노는 얘기가 나오지요. 어린양과 사자는 약자와 강자를 뜻하지요. 약하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아름다운 작은 것들이 같이 살아가는 세계를 말해요.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고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지요. 이것은 예수가 말한 하나님의 나라지요. 기독교의 궁극 세계이고, 고통, 폭력, 아픔이 없는 세계라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지요.

구체적으로는 의석이가 말한 군대가 없어지는 것이 바로 이러한 세상을 말하는 거지요. 기독교를 잘 모르는 의석이가 얘기해서 충격이었어요. 기독교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해요. 평화운동은 기독교인들이 얘기해야 해요.

"'이상'은 방황하는 현실에 방향 제시"

모병제를 의석이가 얘기했다면 사람들이 현실론을 들먹였을 거예요. 의석이가 이상으로 가는 단계와 현실을 알면서도 군대 폐지, 궁극 목적을 한 번에 말했죠. 이것이 대단한 거예요. 이상을 말하는 것은 힘이고 현실이거든요.

꿈이라 하는 것은 논리로는 비합리라도 방황하는 현실에 방향을 제시하지요. 그러면 그게 현실이 되지요. 의석이의 군대폐지 주장은 현실을 끌어당기는 힘이고 여러 가지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지요. 군대폐지 주장에 대해 함부로 욕할 수 없지요.

병역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과 강의석은 상통해요. 주류 개신교에서 여호와의 증인을 이단이라고 함에도 그들은 몇 백 명씩 신념 병역거부를 하고 감옥에 가요. 총을 들어 누구를 죽여야 하는 걸 그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지요. 이런 차원에서 강제 징병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류상태씨와 나눈 열띤 대화는 4시간 동안 이어졌지요. 강의석씨와 '같이 눈물 흘리며 고생한 사이'기에 속마음에 있는 애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강의석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 전 류상태 대광고 교목실장.

그는 겸손하고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강의석씨에 대해 일화들을 얘기하며 지지를 보였지요. 이런 궁극 목표를 짚어준 사람이 지금까지 누가 있었느냐고 물으며 강의석씨가 하는 일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변호를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의석이는 23살 청년이에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쓰러지지 않을까"라며 불안감을 내비치네요. 류상태씨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강의석씨의 행동과 신념에 대해서 더 알 수 있네요. 앞으로 그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인물이 될지 눈여겨보게 되네요.

덧붙이는 글 | 한국 기독교 문제에 대해서도 인터뷰하였으나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1. 강의석, 2. 한국 기독교 문제로 나누어 글을 싣습니다.



태그:#강의석, #류상태, #알몸퍼포먼스, #국군의날, #군대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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