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누리꾼들을 일사불란한 명령체계가 있는 조직처럼 보고 있다. 지난 9월 2일 구속된 '권태로운 창' 등이 조직 수괴이고 '유모차부대' '예비군부대' 등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각 카페를 중심으로 연락이 취해지고 있다고 보고 수사하는 것 같다."

 

촛불집회 참가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누리꾼들 변론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종웅 변호사의 말이다.

 

김 변호사는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난 1주일 간 경찰의 조사를 받은 각 인터넷 카페지기 등 운영진들의 수가 12명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촛불 누리꾼'에 대한 경찰 수사 전면 확대는 예고된 것이었다. 경찰은 9월 2일 아고라 누리꾼 '권태로운 창' 나아무개(48)씨 구속 소식을 알리며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을 통하여 불법촛불시위를 주도한 공범 및 관계자에 대하여도 수사를 확대, 끝까지 추적하여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촛불 관련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 무차별 조사 중

 

경찰의 공언은 신속하게 현실로 나타났다. 각종 카페운영진, 회원들로 수사가 무차별 확대되면서 경찰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대신할 '제물'을 찾기 위해 누리꾼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9월 4일에는 인터넷 카페 '촛불자동차연합' 등 카페 회원 25명이 집시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9월 30일 인터넷 까페 '유모차부대' 회원들에 대한 수사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유모차부대' 카페지기 '일루(33)'는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카페에 행동강령 있느냐, 회원 OOO가 연락책 아니냐, 안티MB카페에서 활동하는 OOO를 아느냐' 등을 물었다"며 "경찰들이 무능력하거나 양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일루'가 올린) 아고라 글과 모임공지 등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많이 모아보려고 굉장히 노력한 것 같은데 왜 그랬나'고 물었고, 내 답변과 달리 '사람이 많으면 뜻이 관철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숫자를 중요시했다'로 기록해 나중에 정정한 적도 있다"며 "의도적으로 나를 주도자로 몰고 가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주 경찰에 '권태로운 창'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실천과 행동의 누리꾼 연대'(이하 실천누리) 카페지기 이한터(36)씨는 "경찰이 나와 나씨가 통화한 내역 등을 들이대며 연관성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권태로운 창'과 몇 번 연락했는지, 시위집회 동선이 같은지 등을 물었다"며 "이후 카페 회원들과 함께 간 MT 비용 등은 어디에서 났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며 있지도 않은 '배후'를 캐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실천', '행동', '연대' 등이 들어간 카페명을 지적하며 사전에 철저히 계획해 만든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며 "우리 카페를 누리꾼들을 조직하기 위한 곳처럼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이 정보를 얻기 위해 고압적으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참고인으로 소환됐지만 조사 중간에 '말하는 게 건방지다'며 미란다원칙을 고지하고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수사관이 내게 다음 사이트에 로그인을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 순순히 따랐다. 그 뒤에 수사관이 내가 가입된 카페명을 적어가며, 몇몇 카페에 대해서는 회원등급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 수사선상에 오른 카페 같았다."

 

 

연락책·직책·배후 등 캐물어... 경찰 "수사 중인 사안 확인해줄 수 없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누리꾼들을 상대로 진술을 모으고 있는 인터넷 카페 '촛불연행자모임'의 최동식(28)씨는 "누리꾼들에게 연락책·배후 등을 묻는 일은 매번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를 받은 카페는 '유모차부대' '실천누리' '촛불자동차연합' '실천누리' '8·15평화행동단' '아고라코리아' 등이다. 최씨는 "이제 '전대협' '386시민모임' 등이 수사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기존에 수사한 이들의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다른 카페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조사를 받고 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락책이 누구냐, 직책이 뭐냐'는 질문은 꼭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 진술하면 피의자 신분을 참고인 신분으로 바꿔주겠다, 다 불면 형량이 반으로 깎인다' 등의 형법상에 존재하지 않는 '플리바게닝(형량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며 "경찰이 누리꾼 사이에 불신을 쌓는 한편, 위축시키기 위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지금 경찰이 배후를 설정한 뒤 수사를 짜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 카페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특성을 무시하고 누군가 연락을 많이 하면 '연락책'이라고 묻는 등 조직사건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임태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인권법률팀장도 이에 대해 "앞서 구속됐던 국민대책회의의 실무자들이 잇달아 보석 석방돼 애초 촛불집회에 대한 책임을 물려고 했던 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계속 소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져 경찰이 촛불집회 단순 참가자들인 누리꾼을 촛불집회를 주동한 이들로 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아고라 게시글 400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누리꾼 수사는 더 매몰차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누리꾼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수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2일 밝힌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태그:#촛불집회, #누리꾼 수사, #사이버수사대, #배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