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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러중인 지난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방러중인 지난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환영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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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모스크바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빠르면 2015년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에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이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양국 정상은 우리나라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간 최소 10BCM(약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데 합의했다고 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는 러시아 국경에서 북한을 통과해 들어오는 육로가스배관을 연구하기로 했고,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10년경 최종계약이 체결되고, 2015년경 우리나라에서 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천연가스 750만톤은 우리나라 총수요의 20%에 달하는 물량으로, 국내 1250만 가정이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규모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또 이번 합의가 주는 의미를
"이번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사업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동부가스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양국간 구체적인 천연가스 도입방안 협의를 개시한 이후 6개월여만에 이룩한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성과이다"(9월 29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도입 방안 협의를 개시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한-러 가스협력은 이미 지난 2004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진행되기 시작해 2년만인 2006년 10월, 협정서에 최종 서명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명숙 총리와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이원걸 산자부 제2차관과 마테로프(Materov) 러시아 산업에너지부 차관이 한·러 가스산업 협력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배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액화천연가스 및 압축 천연가스 관련 인프라 건설 협력 ▲가스전의 시굴·탐사·개발·운영 등의 주요 내용들에 대해 합의했다.

ⓒ 청와대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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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산자부 김영학 에너지자원개발본부장은 "러시아가 유럽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리와 가스협력협정을 체결한 것은 동북아 신흥시장 개척과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르쿠츠크·사캄차카 사업의 성공, 사할린 III 프로젝트 등 신규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이 있음에도 청와대에서 "협약 6개월만에 이룩한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라며 생색을 내는 모습은 한심하다.

지난 2006년 10월 20일 한-러 가스협정체결 당시 산자부 이원걸 제2차관은 이렇게 논평했다.

"러시아정부가 자국내 모든 주요 자원개발사업을 국영기업주도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 러시아 자원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최대의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사와 협력기반을 다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협정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양국은 가스공급 논의에 곧바로 착수하게 된다. 원활한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2012년부터 우리나라 가스소비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연간 700만톤 규모의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2006년 10월 20일. 대한민국정책포털)

북한에 대한 경색국면 초래한 후 '가스관 협조', 가능할까

당시 한국은 러시아와 협약을 맺는 첫 비유럽국가였다. 그래서 더 의미가 컸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와 한국간의 긴밀한 자원외교의 틀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이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 내야할 필요성에 동의했고,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경의선, 동해선 열차운행 재개 등 평화적인 분위기 조성에 노력했었다.

이런 분위기대로였다면 충분히 북한의 협조를 얻어내면서 동시에 한국과 러시아간 가스관 육로설치도 손쉽게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비핵개방 3000' 발언이나 집권초기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 그리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등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이번 가스관 북한지역 설치에 북한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한-러 가스협정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앞서 이 글에서 언급한 의문점들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러정상회담, #천연가스, #러시아, #메드베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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