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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가 26일 저녁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가 26일 저녁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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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한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인정받고 싶어요."

지난 십수 년 동안 반복해서 들었던 말들이고 이번 FGI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 정책과 예산 문제가 맞물리면서 결혼 이주여성, 다문화 정책과 같은 잘 나가는 이슈로 인해 오히려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단순 기능·저숙련 이주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산업경제활동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노동시장의 이기적인 이유에 의해서 유입된 이주노동력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사회적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에 있다. 말도 안 되는 혈통주의가 한국의 사회문화적 토양의 특성이라고 핑계 대기에는 대단히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적 접근에 방점이 찍혀있는 한 고용허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및 기본권 침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모든 열악한 상황의 합집합, 이주노동자 문제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도의 비교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도의 비교
ⓒ 임운택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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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둘러싼 각종 이슈들은 노동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열악한 상황의 합집합과 같다. 이번 FGI에서도 드러났듯 저임금과 임금 체불, 높은 노동 강도는 물론이고, 20여 년 이상 이주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준 신체적·언어적 폭행 등 인권 침해 상황도 여전하다.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해(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 진영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허가제' 도입을 주장하였으나 사용주 반대에 부딪혀 2003년 11월 노동허가제 대신 고용허가제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제도 변화로 이주노동자의 신분과 이주노동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표 1 참조)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합법화된 제도 아래 더 많은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국내 노동시장 보완 및 내국인 우선 고용 의무화 원칙, ▲외국인 정주(定住)화 방지 원칙에 기초하여 차별을 기본 원칙으로 시스템이 정비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① 국내 노동시장 보완의 원칙] 노동3권은 주되 한국인 노동자와는 달라야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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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내 노동시장 보완 원칙은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외국 인력 활용이 국내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이주노동력이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빼앗거나 노동시장 내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노동시장 보완 원칙은 내국인 우선 고용 의무화 원칙과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근로자'로 규정함으로써 논리적으로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과 노동3권을 보장받으며, 균등대우의 원칙(고용허가제 제 22조)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잔업과 특근을 빠짐없이 하더라도 월 평균 100만원에서 110만 원 정도의 저임금, 장기간노동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난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운용을 '효율화·선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현재 대부분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숙박비·식대를 이주노동자 본인이 부담토록 관계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어차피 한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마른 수건 쥐어짜듯 쥐어짜도 괜찮다는 생각인 듯하다. '각종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요체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② 정주화 방지 원칙] 열악한 이주노동자 노동시장 창출

한 이주노동자가 지난 2007년 12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노조지도부 3인 강제출국 규탄한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한 이주노동자가 지난 2007년 12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노조지도부 3인 강제출국 규탄한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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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의 또 다른 기본 원칙으로서 정주화 방지 원칙(체류기간 3년, 1년마다 재계약)은 일하면서 더 오래 체류하기를 원하는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미등록체류자로 만들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들을 강제 출국시키는 방안 외에는 아무런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의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사용주들이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악용한 음성적 노동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제도 외부의 노동시장이 형성되면 임금 및 노동 조건 하락과 인권 침해의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된다(대표 사례는 2005년 1월에 발생한 태국노동자들의 노말헥산 집단 중독 사건).

더욱이 이주노동자에게 체류자격과 연동하여 사업장 이동을 제한(고용허가제 제 25조)하고 있는 현행법은 이주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사용주는 사업장 이탈 신고를 무기로 이주노동자에게 근로조건이나 처우(인간적인 대우, 사회보장 등) 등을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사업장을 벗어나 다른 취업 가능한 사업장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는 즉각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리거나 임금 덤핑 등 고용 조건 하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내외국인 간 균등대우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허가 또는 신고된 사업장 사이에는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보장해야 하며, 나아가 내외국인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국가·인종·계급 문제의 복합체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문제가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이주노동의 문제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을 공유하고 있는데도 사회 구성원들이 본질적으로 우리사회의 구성적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사회 자체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사회의 발전적 재구성이라는 차원에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주노동 문제는 한 국가내의 문제인 동시에 송출국과 유입국 사이의 국가 간 문제이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들어온 개인의 욕망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 노동과 자본이라는 계급적 문제인 동시에 인종 문제이기도 하며,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노동 시장 재편 혹은 구조조정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문화적 관용 혹은 배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현행 고용허가제는 노동허가제로 시급히 전환되어야만 한다.


태그:#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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