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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원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다. 영어학원만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하나만 다녀도 난 항상 늦게 집에 돌아온다.

오후 4시 55분, 영어학원에 가서 밤 9시쯤에 집에 돌아온다. 그때 내 몸은 힘이 하나도 없고 배도 고파 녹초가 돼버린다. 내 소원은 외고(외국어 고등학교)가는 것이지만, 내 체력으론 조금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다보면 외고고 뭐고 다 잊고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실은 학원에서 외고에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하는 거다. 외고가 왜 좋은지, 왜 그렇게 가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른들이 좋다고 하니까 가고 싶은 거다.

학교에서 학원, 다시 학교… 매일 똑같은 일상, 너무 지겹다. 언제쯤이면 내가 꿈을 이루고 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부터 외고 준비, 왜 가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 학교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초등학생들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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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 꿈은 가수다. 아빠 엄마와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일단 공부부터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난 아직 어려서인지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난 친구들한테 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닌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은 두세 개의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학원을 안 다니면 뒤처질 거란 생각에 불안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학원 다니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우리 반의 한 친구를 보면 오히려 학원 다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는 학원을 안 다녀 매일 함께 놀 상대를 찾는다. 하지만 친구들이 다 학원을 가야 한다고 해서 그 애는 거의 매일 집에서 혼자 논다. 그 모습을 볼 때 나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 조금은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애처럼 매일 그렇게 같이 놀 애들을 구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또한, 난 친구들에게 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학교에선 공부 잘 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선생님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그런 이상 나는 항상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학원에 다녀야 학교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영어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공부를 잘 해야 친구나 선생님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난 학원이 싫어도 열심히 다닌다.

목동 학원에선 뭔가 특별한 것을 가르쳐 주나보다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다시 학원에 가야한다.
▲ 대치동 학원가(자료사진) 학교가 끝나면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다시 학원에 가야한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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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인 나는 개학하자마자 시험을 봤다. 3월 11일에 본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정말 부담이 됐다. 주변에선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들이 똑같은 시험을 보는 거라 학교의 명예가 걸렸다며 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목동으로 이사 왔다. 목동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학 후 첫 시험은 예습을 열심히 해서 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질 않아, 더 많이 공부를 하지 못했다. 다음 시험이 걱정이었다. 며칠 지나니 또 시험을 봤다. 걱정한대로 완전히 시험을 망쳤다. 정말 시험이 너무 자주 있는 거 같다.

정말 여기 아이들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지금 영어학원 하나를 다니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보통 두세 개의 학원을 다니고 네 개의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있다.

학원에서는 시험 때마다 시험대비 보충수업을 해준다고 한다. 그 수업을 듣는 친구들을 이길 수가 없다. 뭔가 비법이 있나 보다. 학원에 다니며 나도 그 비법을 알고 싶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서 지금은 영어학원 하나만 다니며 혼자 공부하고 있다. 물론 공부를 하다보면 놀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꾹 참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 당연히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한다. 친구들의 기억에 내가 모범생으로 기억될 때까지 나는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마음은 이렇지만 또 몸이 따라 줄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내 꿈은 가수지만,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모든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어른들이 공부 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마음껏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이렇게 공부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다. 제일 왼쪽이 내 모습.
 이렇게 공부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다. 제일 왼쪽이 내 모습.
ⓒ 성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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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초등학생,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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