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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중국 가기 싫어."

 

지난 여름, <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의 일원이 되어 베이징으로 떠나던 날, 비행기를 기다리던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무려' 20일을 보낸다는 건 왠지 꺼려졌다. '음식이 안 맞으면 어쩌지. 물건 살 때 바가지 씌우면 어쩌지. 더러운 건 딱 질색인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들은 중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에 가면서 취재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여행을 위해서는 딱히 준비한 것이 없었다. 그 흔한 여행 가이드북 하나 안 들고 갔으니 말이다. 현지 통역이 있다고는 했지만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하오'같은 간단한 말이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중국에서 20일을 보내고 온 후에도 나는 "중국 어땠어?"라는 질문에 뭐라고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를 타거나 길을 물을 때, 물건을 살 때나 음식을 시킬 때 나는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현지 통역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고,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같은 '관광명소'에 갔을 때도 시간과 여유를 갖고 찬찬히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이해를 갖추고 떠나면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진다. 또 접하는 것 하나하나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행지에 자신을 더 잘 몰입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여행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316쪽)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의 책장을 덮는 순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 제목처럼, '중국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지금 다시 중국에 간다면 더 잘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괜한 자신감과 함께.

 

이 책의 지은이 조창완씨는 중국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10여 권의 중국 관련 책을 쓴 '중국전문가'다. <미디어 오늘>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던 그는 이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하경미와 결혼해 1999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방송 코디네이션(취재지원)일을 하면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부인과 함께 '알자여행'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는 <베이징> <베이징 네 멋대로 가라>에 이어 그가 펴낸 세 번째 베이징 여행관련 서적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축적해온 '베이징 여행 노하우'를 이 한 권의 책에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중국 유일의 '영화 황제'가 한국인?

 

이 책은 크게 관광, 음식, 쇼핑, 베이징 현지 생활, 여행 전 알아야 할 여행 상식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각 장은 저자의 에세이, 여행상식 그리고 여행 중국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친절하다'는 데 있다. 중국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중국말을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초보자도 이 한 권의 책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베이징으로 떠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이는 제1장 '베이징 랜드 마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는데, 만리장성, 자금성과 같은 유명 관광지들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여행방법은 물론, 놓쳐서는 안 될 가게·음식점의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홈페이지 주소까지 지은이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여행자들이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기준으로 이정표와 함께 위치를 설명해 놓은 것 역시 눈에 띈다.

 

책을 읽으면서 관광지에 대해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재미 역시 쏠쏠한데, 특히 한 때 자금성 안에 스타벅스가 있었다는 건 정말 의외다.

  

사연인 즉, 중국의 심장부인 자금성 안에 서양문화를 대표하는 스타벅스가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자금성측은 스타벅스 측에 영업은 하되 스타벅스의 상호를 쓰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측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2007년 7월 13일 결국 영업을 철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박물관 관련 에세이에는 중국 영화계에서 유일하게 '영화 황제'로 존경받는 인물, 한국인 김염(金焰)의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이 역시 놀랍다. 이처럼 여행지 곳곳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여행 중 재미있게 중국어를 익히려면?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어학도 함께 다루고 있다. 중국어가 어려운 이유는, 한자를 읽을 줄 안다고 해도 중국식 발음을 모르면 현지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한자의 중국식 발음이 영어와 한국어로 적혀 있는 것은 물론 성조도 표시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중국어를 배우는 태도'와 관련하여 지은이는 여행 중 현지인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볼 것을 권한다. '니하오'를 아는 수준에서 중국에 건너온 지은이가 '이후 중국어를 배운 곳은 학교지만, 배움의 현장은 시장이나 중국 친구를 만난 거리에서였다'라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말이다. 책 곳곳에는 중국 현지인에게 바로 쓸 수 있는 '상황별 가상대화'가 실려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문장으로 만들게 된다. 의사전달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문장을 만들어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중국어를 구사할 생각이 없는 여행자와 조금이라도 중국어를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여행자의 여행 후 중국어 실력은 너무나 달라진다.' (53쪽)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중국에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지금, '취재 때문에 바빴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중국을 좀 더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아쉬움을 더욱 더 크게 만든다. 중국을 즐기기 위해서는 뭔가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단 몇 시간을 투자해 좋은 여행 책 한 권이라도 읽고가는 것이 충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또 다시 중국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번에는 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열린마음'과 함께 말이다.


베이징을 알면 중국어가 보인다 - 베이징 정보와 여행 중국어가 한번에

조창완.하경미 지음, 21세기북스(2008)


태그:#베이징,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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