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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박왕자씨가 금강산에서 피살된 이후 통일부는 전교조와 민노당 등의 대규모 방북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남북 당국간 대화 뿐만 아니라 민간 대화마저 끊기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정성의학종합센터 종합품질관리실과 조선적십자병원 수술장 준공식을 위해 129명이 방북함으로써 이런 우려가 상당히 씻겼다.

 

<오마이뉴스>는 25일 홍상영(42)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을 만나 이번 방북 경과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한 북한 분위기 등을 들어봤다.

 

홍 국장은 "상황이 어렵지만 인도지원 사업 확대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부를 설득했다"며 "북쪽에서도 남쪽에서 대규모 방북단이, 그것도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온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김정일 건강 이상설과 관련 그는 "북쪽 사람들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며 "단 이명박 정부가 생중계하듯 여러가지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아주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북쪽 관계자가 "만약 남북교류 의지가 있다면 상대방의 최고 지도자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남쪽 정부가) 우려한다는 반응을 보여야지, 잘됐다는 식의 분위기가 나온 것은 결국 남북교류와 협력사업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홍 국장은 2005년 이후 매해 10여차례 평양을 방문했고, 올해만 4번 갔다왔다. 그는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로 세계가 시끄럽지만 평양 분위기는 이전과 특별히 달라지거나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불신이 심각하다"며 "만약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 의지가 있다면 이를 빠른 시일 안에 북쪽에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책임있는 당사자가 북쪽과 만나서 협의해보자고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는 공식적으로 외치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번에 무슨 목적으로 방북했나?

"9월 21일 평양에서 '정성의학종합센터 종합품질관리실'과 '조선적십자병원 수술장' 준공식을 열었다.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면 모니터링을 위해 보통 가을에 방북한다. 이번 방북 자체는 지난 6월에 결정됐다. 원래는 8월에 갈 계획이었는데 여러 사정 때문에 결국 9월 20~23일로 결정됐다."

 

-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다. 이후 정부가 대규모 방북을 제한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130명이나 방북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금강산 피살 사건 뒤 정부가 민주노동당과 전교조 등의 사회문화 교류 방북을 불허했다. 정부가 특히 대규모 방북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지원에서 모니터링을 강조한다. 또 민간교류는 막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따라서 우리가 이번에 방북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후원자들 입장에서는 꼭 현장을 보고 싶어했다."

 

"좋지않은 상황에서 서해 직항로로 간 게 의미"

 

 

- 방북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어땠나?

"정부 입장은 가능하면 소규모로 중국을 통해 갔으면 했다. 이전에는 북한이 되도록이면 남쪽 방문자의 숫자를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우리는 되도록이면 많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북쪽은 남쪽에서 오는대로 받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우리 정부는 숫자를 소규모로 했으면 하고 바랐다.

 

상황이 어렵지만 인도지원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방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우리 뒤에 다른 민간단체들의 방북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부를 설득했다"

 

- 북쪽과의 사전 접촉은 어떻게 진행했나?

"기술진이 북쪽을 방문했을 때 사전 접촉을 했고 최종적으로 9월 12일 우리쪽 방북자 명단을 북에 전달했다. 북쪽 관계자가 '정말 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

 

- 협상 과정에서 북쪽의 태도가 경직되지는 않았나?

"특별히 딱딱하거나 힘들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 이번에 방북한 단체는 어디인가?

"정성제약과 적십자 병원 후원했던 단체들은 크게 불교방송·국민건강보험공단·기업은행·엘지디스플레이·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다. 모두 129명이 갔다왔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한창이다. 이에 대한 북쪽 사람들의 태도는 어땠나?

"북쪽 관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봤는데 별다른 말이 없었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단,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여러가지 발언을 하고 떠든 것에 대해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했다.

 

북쪽 관계자는 '결국 남쪽 정부가 남북교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 만약 남북교류 의지가 있다면 상대방의 최고 지도자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남쪽 정부가) 우려한다든지 걱정한다든지 이런 반응을 보여야지, 잘됐다는 식의 분위기가 나온 것은 결국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정원 등이 김 위원장 건강 상태에 시시콜콜하게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나왔다. 

"개인적으로도 스포츠 중계하듯이 김 위원장 건강 상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얘기해도 되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

 

- 평양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나는 2005년부터 해마다 평균 10여차례 평양을 방문했고 올해는 4번 방문했다. 이번 방북 직전에는 지난 8월 23일 갔다왔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로 세계가 시끄럽지만 평양 분위기는 이전과 특별히 달라지거나 특이한 점이 없었다."

 

- 북쪽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어떤가?

"북쪽 사람들은 남쪽 정부가 남북 교류를 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중간 중간 정책 변화를 보이기는 하는데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면피용이거나 말로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북쪽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입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파악해봤는데 결국 남북교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말도 들었다."

 

"평양 분위기 특이한 점 없었다"

 

 

- 이명박 정부는 7·4 남북공동선언부터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와 10·4선언 등에 대해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 발언)고 밝혔는데.

"북쪽도 7·4 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등이 있었기 때문에 6·15와 10·4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 선언 외에 다른 합의를 들먹이는 것은 본질적인 것은 이행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남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 제일 문제는 결국 불신이다."

 

- 북쪽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나?

"이번에 방북 마지막날 이충복 북한 민화협 부의장과 영담 불교방송 이사장, 이일영 아주대 교수, 윤여두 동양물산 고문, 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등 남쪽 대표단이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이때 나온 의견을 남쪽 정부에 전달해주겠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우리가 어려운 상황을 잘 해결해서 직항 방북을 한 것에 대해 자기들로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의약품 공장과 조선적십자 병원이 잘 준공된 것에 대해서도 역시 고마움을 표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교류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가자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민간교류 역사 이제 10년정도 되니 한차례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는 협력 방식으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그런 방향의 협력사업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 지속가능한 협력사업을 좀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남쪽 지원으로 양돈장·양계장을 세우고 약품공장을 만들어도 핵심은 원료다. 원료나 사료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원료나 사료 조달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양돈장을 지으면, 북쪽에서 돼지를 키워 남쪽에 삼겹살이나 목살을 팔고 대신 남쪽에서 사료를 가져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남북교류 의지 확실히 보여야" 

 

- 북쪽은 직항 방북에 대해 상당히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중간에 좀 곡절이 있었지만 요즘과 같은 정세에서 남쪽 정부가 직항 방북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 북쪽 관계자들이 궁금해했다. 그래서 내가 '아마 남쪽 정부에서도 남북교류를 새롭게 지속적으로 만들어 보려는 것 아니냐, 그런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고 했더니 북쪽이 '아 그런가' 하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

 

- 홍 국장은 오랜 대북 지원 사업을 했다. 이명박 정부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은?

"남북 문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의 요구는 남쪽 정부가 일관된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남북교류 의지가 있다면 빠른 시일안에 확실히 정해서 그 의지를 정확하게 북쪽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있는 당사자가 북쪽과 만나서 협의해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공식적으로 외치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시도해야 한다."


태그:#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 #방북,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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